롤스로이스부터 에스턴마틴까지? 나만의 드림 카 4
세계 많은 도시를 가봤지만 서울만큼 꾸준하게 여행자의 마음을 갖게 해주는 곳은 없었다. 24시간 활력이 넘치고, 한 골목에서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소란과 적막이 공존해 상반된 기억을 쌓을 수 있는 도시니까. 뚜벅이 말고,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어떨까?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서울을 느낄 수 있는 차로 롤스로이스 팬텀 시리즈 II를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자동차’란 별명답게, 130kg에 달하는 흡음재와 무소음 처리된 타이어는 한순간도 소음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게 해준다. 미세하게 두꺼워진 스티어링 휠은 차와 내가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6.75L 트윈 터보 V12 엔진 덕분에 주행은 매끄럽기만 하다. 대시 보드 갤러리에 흑과 백으로 힘 있게 한 획 한 획 그은 이배 작가의 스트로크 시리즈를 띄워두면 안팎으로 서울을 느끼는 기분이 들 거다. 오디오 엔지니어들이 실내 디자인에 관여할 정도로 청음에도 신경 썼다니 드라이브 뮤직도 더욱 빛날 것. 어느 쌀쌀한 밤, 테헤란로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한 바퀴 돌며 비비 킹과 에릭 클랩튼의 〈Riding with the King〉, 낯선사람들의 〈낯선사람들〉 전곡을 듣고 소울라이츠의 〈도시의 밤〉을 마지막으로 들을 테다. 롤스로이스 팬텀 시리즈 II의 문을 여는 순간, 서울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할 준비는 끝났다. 피처 어시스턴트 에디터 박한나
2024년형 7세대 포드 머스탱을 고른 건 순전히 영화 탓이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포드는 제3의 주인공이었다. 경찰차보다 빨리 달렸고, 무법자처럼 거침없고 난폭했으며, 끝내 자유로워지고 싶은 두 여자처럼 고고했다. 어린 시절 시네키드에게 반항과 자유의 상징처럼 남은 포드는 언젠가 꼭 몰아보고 싶은 차였다. 그렇다면 포드 머스탱을 타고 달리고 싶은 곳은? 고민의 여지없이 선셋 대로다. 다운타운 LA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35km 거리의 선셋 대로는 베벌리힐스와 웨스트할리우드 사이 선셋 스트립을 관통한다. 대형 야외 극장인 할리우드 볼과 패러마운트 픽처스, 전성기의 레드 제플린과 도어스가 공연한 ‘위스키 어 고고’를 비롯한 라이브 클럽이 즐비해 불야성을 이루는 할리우드의 거리. 2024년형 포드 머스탱 GT 컨버터블의 외관은 클래식하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으로 머스탱의 정통성을 계승하되, 실내는 동시대적으로 탈바꿈했다. 13.2인치 터치스크린을 이어 붙인 디지털 계기판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고전 할리우드와 근미래의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프리미엄 패키지로 구매해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하는 것은 필수. 컨버터블의 지붕을 활짝 열고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 사운드트랙을 켜둔 채, 해가 지는 선셋 대로를 달리고 싶다. 바람을 만끽하며, 스크린 뒤로 곧 사라질 것처럼. 피처 디렉터 이예지
속이 뻥 뚫릴 때까지 고속 주행을 할 수 있는 광활한 사바나. 평균 200km/h로 달리다 가끔 300km/h까지 가속해도 거뜬한 GT카가 필요하다! 공항 렌터카 업체에 가면 널린 멋 없는 차 말고.‘제임스 본드’의 자동차로 유명한 에스턴마틴 DB 시리즈가 답이다. 그중 DB12 볼란테는 GT(Grand Tourer)를 넘어 ST(Super Tourer)라는 장르를 새롭게 개척한 가장 최신의 DB 시리즈다. ‘Grand’라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게 에스턴마틴이 이 차를 내놓으며 외친 포부. 영화 〈007 스펙터〉에 등장한 본드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에 “이게 양산이 되네!”를 외칠 수밖에. 유려한 곡선과 적재적소에 쓰인 최소한의 직선으로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이 차의 전장은 무려 4725mm에 달하며, 전폭은 2m가 넘는다. 2도어 스포츠카가 이토록 강렬하고 웅장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이유다. 이 슈퍼카를 타고 치타보다 빠른 속도로 질주할 수 있는 사바나로 가겠다. 탄자니아는 에티오피아를 경유, 18시간을 비행해야 하지만 DB12를 타고 붉게 타들어가는 사바나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면 몇 번이고 감수하겠다. 그러다 맹수를 만나면 제로백 3초대의 가속 성능을 발휘해 줄행랑도 치고. 자유롭게 초원을 누비다 돌아갈 길을 잊기 전에 사바나를 떠날 것이다. 860마력짜리 8기통 슈퍼카와 함께라면 여행이 끝난다는 아쉬움마저 드라이빙의 즐거움에 묻을 수 있을 것 같다. 피처 에디터 김미나
런던까지 13시간 비행, 경유지인 히드로 공항에서 6시간 대기, 그리고 다시 3시간을 더 비행해야만 도착하는 아이슬란드. 직항으로는 갈 수 없는 이 먼 나라에 가는 건 내 오랜 꿈 중 하나였다. 아이슬란드만큼은 친구도 연인도 없이 혼자 여행의 감동과 고됨, 그 모든 걸 감내하겠다는 결심은 여행자의 겁 없는 패기인 걸까? 길고도 외로울지 모르는 여정을 앞에 두고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SV 에디션 원을 떠올린 건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아이슬란드는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눈과 거친 바람이 한데 엉켜 일으키는 화이트아웃 탓에 도로 통제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것이 필수다. 즉 운전자에겐 까다롭고 험한 길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데, 코너링과 가속, 제동 시 차체를 수평에 가깝게 유지하는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유연한 서스펜션은 여행자에게 든든한 두 발이자 아늑한 셸터가 돼줄 거다. 양산차에 최초로 도입한 23인치 카본 파이버 휠과 세라믹 브레이크 등을 적용해 차체를 최대 76kg 줄여 보다 민첩해진 속도감과 핸들링은 드라이빙의 맛을 올려줄 터. 맥북 배경 화면에서만 보던 비현실적인 대자연의 풍경을 벗 삼아 호기롭게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레이캬비크 시내에서 출발해 아이슬란드 남부를 따라 게이시르, 굴포스로 이어지는 골든 서클 투어를 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내달려 스카프타펠로 빙하 트레킹을 떠날 것이다. 거칠게 깎인 설산과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릿한 대지를 내다보며 달리다 오로라 지수가 높은 날엔 목적지 없이 오로라 헌팅을 다녀도 좋겠다. 치밀하게 세운 여행 계획은 내려두고 그저 구글 맵 하나와 FKJ의 음악만 켜둔 채, 방랑자의 마음으로. 피처 에디터 천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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