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아시아? 이스라엘이 유럽?… 처절한 축구전쟁

송태화 2024. 2. 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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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 호주, 축구는 아시아 소속
이스라엘, 카자흐스탄 등도 타대륙 편입
러시아도 아시아 축구로 이적 추진해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지난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도중 루이스 밀러의 파울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는 아시아에서 한국·일본·이란 함께 축구 강호로 손꼽힌다.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자국에서 개최해 결승까지 올라 한국에 뼈아픈 준우승을 안겼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을 16강 탈락 위기에 몰아넣기도 했다.

호주와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호주가 아시아 국가였느냐”고 묻는 누리꾼이 다수 등장했다. “아시아 대회에 서양 백인들이 나오니 이질적”이라는 반응도 쏟아졌다.

아시안컵 토너먼트 단골손님인 호주는 월드컵 아시아 본선 진출권도 꾸준히 챙겨갔다. 호주가 아시아 국가라는 오해를 받는 이유는 이 때문으로 보인다.



포털사이트 게시글 캡처

오세아니아 호주, 축구는 아시아 소속

호주는 6대주 중 오세아니아에 속한 영연방 국가다. 오세아니아에도 세계 축구 최상위 기관인 국제축구연맹(FIFA)에 소속된 대륙연맹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이 있다. 호주 역시 본래 OFC에 속해 있었다.

호주는 OFC 소속 시절 명실상부한 오세아니아 최강팀이었지만 좀처럼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당시 오세아니아에 할당된 월드컵 본선 진출권은 0.5장. 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위 팀은 남미 예선 5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속한 남미에는 축구 강국이 여럿 포진해 있다. 우루과이, 칠레, 콜롬비아 등도 월드컵 상위 라운드 진출을 노려볼 수 있을 만한 강호다.

반면 OFC는 대다수가 통가, 파푸아뉴기니, 바누아투 등 FIFA 랭킹 100위권 밖 태평양 도서국이다. 이들을 주로 상대해왔던 호주로선 남미팀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1974년 서독 대회 이후 2006년까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이유도 그래서다.

결국 호주는 월드컵 본선 진출과 축구 수준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2005년 AFC에 회원국 가입을 신청한다. 당시 아시아 축구 세력 확장을 꾀했던 AFC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한국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지난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도중 상대 수비수들과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FIFA가 호주의 AFC 가입을 승인하면서 호주는 AFC로 이적하게 된다. 지리상으로는 물론 정치·경제·사회적으로도 오세아니아권에 속하지만 축구에서만 예외적으로 아시아 소속이 된 것이다.

호주는 OFC 소속으로 2006년 독일 월드컵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다. AFC로 옮긴 뒤에는 2022년 카타르 대회까지 5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다. AFC 편입이 옳은 선택이었음을 증명한 셈이다.

이스라엘, 아시아→오세아니아→유럽 전전

비슷한 사례로는 지리상 서아시아(중동)에 속하지만 인접국들과 달리 유럽에서 뛰는 이스라엘이 있다. 이스라엘도 1964년 아시안컵을 개최해 우승까지 차지한 AFC 소속 국가였다. 조별리그 방식으로 진행됐던 당시 대회의 우승 결정전에서 꺾었던 마지막 상대가 한국(2대 1 승)이다.

이스라엘이 아시아 축구에서 퇴출된 시발점은 1967년 발발한 제3차 중동전쟁이다. 당시 아랍권 국가 사이에서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극에 달했고, 결국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했다.

결국 AFC는 1976년 이스라엘 퇴출을 선언한다. 이는 오일머니에 굴복한 명분 없는 결정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게 됐다.

AFC에서 퇴출당한 이스라엘은 지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전혀 관계없는 OFC에 속하게 된다. 이후 1991년이 돼서야 유럽축구연맹(UEFA)에 가입한다. 이스라엘은 올림픽 역시 본래 아시아 소속이었으나 같은 이유로 유럽올림픽위원회에 편입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극동 지역 태평양국립대에서 열린 도시개발 사업계획 발표회에 참석해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유럽 간 카자흐스탄, 갈 곳 잃은 러시아

카자흐스탄도 AFC에서 UEFA로 옮겨간 국가다. 구소련 해체 뒤 우즈베키스탄 등 다른 중앙아시아 나라들과 함께 AFC 회원국이 됐지만 이후 2002년 UEFA로 편입했다. 구소련 소속이었다는 점, 국토 일부가 동유럽에 걸쳤다는 점 등을 명분으로 UEFA에 가입했지만 당시에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카자흐스탄 내에서도 당시 UEFA 이적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비교적 경쟁이 덜한 아시아 역시 월드컵 본선 진출은 어렵다는 판단에 유럽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본선 무대는 꿈도 못꾸겠지만 소속 클럽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기회를 얻는 등 다른 이점을 계산한 결과로 보인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와 함께 스포츠에서도 퇴출됐다. UEFA도 러시아의 회원국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국제 대회 출전길을 모색한 러시아축구협회가 지난해 11월부터 AFC 이적을 추진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를 아시안컵에서 목격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축구협회는 지난해 12월 AFC에 가입하는 방안을 내부 표결에 부쳤으나 만장일치로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아크메드 아이다미로프 러시아축구협회 부회장은 “아시아로 옮기지 않겠다는 결정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며 “UEFA 회원국 자격을 다시 얻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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