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장면, 수리부엉이 부부의 '키스'
[정수근 기자]
▲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팔이'와 '현이'가 키스하는 듯한 장면이다. |
ⓒ 생태사진가 박세형 |
▲ 수리부엉이 부부의 키스하는 듯한 장면, 놀랍다. |
ⓒ 생태사진가 박세형 |
금호강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부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화제다. 이들 수리부엉이는 낮엔 주로 팔현습지 하식애(河蝕崖)에 앉아 잠을 청하는데, 언제부터 이들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겨울인 이 무렵 수리부엉이는 이미 산란한 후라 암컷은 포란에 들어가기 때문에 함께 출몰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암수가 함께 있는 것이 자주 목격되고, 최근에는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다. 서로를 애무하고 키스하는 듯한 모습이 목격된 것이다.
▲ 수놈 팔이가 암놈 현이의 가슴 부위를 부리로 애무하고 있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 |
ⓒ 생태사진가 박세형 |
이 모습을 촬영한 생태사진가 박세형씨는 다음과 같이 목격담을 들려준다.
"이른 아침 이들이 함께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이 되는데 6일 아침에는 이들이 특이한 행동을 해 가만히 관찰했더니 수놈이 애무하는 듯 부리로 암놈의 가슴을 비비는 등의 행동을 하더니 급기야 녀석들이 입을 맞추기까지 해 바로 촬영하게 됐다."
이처럼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는 이곳 팔현습지의 깃대종으로 이곳의 터줏대감이다. 백수의 제왕으로 군림하면서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는 이곳 하식애 절벽에 둥지를 터 오랫동안 팔현습지를 서식처 삼아 살아온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리부엉이는 한번 둥지를 트면 특별한 교란 요소가 없는 한 수십 년 동안 한곳에서 머문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 부부도 오랫동안 이곳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 암수 함께 노래 부르는 팔현습지 수리부엉이 ⓒ 정수근 |
지난해 이들 부부는 세 마리의 새끼를 부화해 길렀고, 다 자란 녀석들은 무사히 분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가을 이후 새끼들이 더 이상 보이질 않고 이들 부부만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팔현습지에는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같은 다양한 오리류와 물닭들의 상당한 개체가 살고 있다. 이런 풍부한 먹잇감이 있어 수리부엉이 부부가 이곳에 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적의 서식처인 셈이다.
수리부엉이 부부에게 닥친 위기
▲ 수리부엉이 부부가 둥지를 트고 살고 있는 팔현습지 하식애 바로 앞으로 환경부가 이같은 탐방 보도교를 만들려 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하식애 바로 앞으로 하식애를 따라서 높이 8미터의 다리가 길게 생기고 그곳을 밤낮 사람들과 자전거가 교행하게 되면 이들 수리부엉이 부부는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 야생의 수리부엉이가 사람과 더불어 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문화재청과 환경부가 동시에 보호하는 특별한 조류다. 그런데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환경부가 이런 사업을 계획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 팔현습지의 깃대종이자 터줏대감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우)와 현이(좌)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포란에 들어가야 할 수리부엉이 부부가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사랑을 나누는 듯한 특별한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게 닥친 위기를 알아차려 달라는 신호가 아닐까.
강 건너로 멀쩡한 산책로가 이미 잘 닦여 있다. 팔현습지의 보행교인 강촌햇살교란 다리를 건너 돌아가도 충분하다. 즉 대안 노선도 분명히 있는데 굳이 법정보호종 수리부엉이 부부가 사는 바로 코 앞으로 다리를 내려는 것이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생태적 감수성이 상식이 되는 세상을 희망해 보게 된다. 그럼 이런 문제는 단번에 해결된다. 환경부는 이 사업을 반드시 재고해야만 한다. 그것이 환경부의 길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 동안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 활동에 전념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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