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문제없어" 발끈 했다가 또 실수한 바이든…"더 볼 것도 없다"

기자회견서 이집트-멕시코 대통령 혼동
바이든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최적격 인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과거 부통령에서 퇴임할 때 국가안보 관련 기밀 문건들을 무단 유출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온 특별검사로부터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자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직후 언급한 이집트 대통령의 이름을 멕시코 대통령과 혼동하는 말실수를 저질러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조사 결과에 대해 “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특검은 보고서에 바이든 대통령이 기소될 경우 “자신을 측은하고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묘사해 동정표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바이든은 “내 기억력은 괜찮다”며 “내가 대통령이 된 후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라. 여태 통과시킨 것 중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최적격 인물"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출처=AP/연합뉴스]

특검이 '바이든이 장남 보 바이든이 언제 사망했는지 떠올리지 못하는 등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점에 대해서는 “나는 그가 언제 세상을 떠났는지 상기하는 데에 누구도 필요하지 않다. 어떻게 감히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는가”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발언 중 멕시코와 이집트 대통령을 혼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이 알다시피, 멕시코의 대통령 엘시시는 인도주의적 물품이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며 "나는 그에게 얘기했다. 그가 문을 열도록 설득했다"고 밝혔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멕시코 대통령으로 잘못 말한 것이다.

해당 답변 영상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펴졌고 공화당은 공격의 소재로 삼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캠프 고문인 크리스 라시비타는 X(옛 트위터)에 "설득력이 약하고 슬프다"고 적었고, 트럼프 캠프의 제이슨 밀러 선임고문도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외신은 유권자들이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남부 라파 주택 공습이 이어진 9일,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공습 현장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출처=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도를 넘었다"며 "곤경에 처해 죽어가는 무고한 사람들이 많다. 인제 그만 멈춰야 한다"고 이스라엘에 경고했다. 이는 줄곧 이스라엘의 편에 서 왔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한편, 로버트 허 특별검사는 전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에서 물러난 뒤 대통령이 되기 전 민간인 시절 고의로 기밀자료를 보관하고 공개했음이 조사에서 드러났다"며 "매우 민감한 정보임을 고려할 때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81세의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잇단 말실수로 곤욕을 치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유세에서 주요 7개국(G7) 회의를 언급하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고(故)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으로 잘못 말했다. 이틀 뒤인 지난 7일 뉴욕 기금 모금 행사에서 같은 회의를 언급하며 독일 총리를 혼동했다. 그는 지난 6일에도 백악관에서 연설할 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