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위원장님, '사직 롯데 야구' 너무 궁금합니다
[임병도 기자]
▲ 관훈클럽 토론회 초청된 한동훈 비대위원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지난 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초대됐습니다. 아래는 이날 한 위원장과 김경태 MBC 저널리즘책무실 국장의 대화 내용입니다.
김경태 MBC 저널리즘책무실 국장(이하 김)= "서초동 얘기가 나와서 마지막 질문입니다. 서초동에 몇 년 근무하신 거죠 지금까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하 한) = "서초동이요? 검찰? 검찰이요? 검찰은 이십여 년이고요. 서초동에 얼마 있었는지는 제가 계산 잘 안 해봤네요."
김 = "서초동은 중앙지검이나 대검 얘기하는 거잖아요. 제가 드릴 말씀은 사직에서 야구를 직관했다는 건 사직구장에서 봤다는 얘기랑 동의어가 되는 것 같은데 서초동에서 근무하셨던 것처럼 이 논란과 관련해서 언론에 소송을 거신 걸로 알고 있어요."
한 = "소송을 걸었다고요 제가? 그게 아마 저거 아닌가요, 중재위 같은 거. 저는 언론에 대해서 대단히 존중하는 입장입니다. 제가 다 챙기는 건 아닙니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잘못된 보도라든가 뉘앙스라든가 이런 게 있잖아요. 제목 장사 하잖아요. 계속 바꿔가면서 열댓 번씩 바꿔가잖아요. 내용은 똑같은데 그런 식으로 해서 이미지를 깎아 먹으려는 식의 의도적인 보도들이 많이 있어요. 아시겠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단호하게 문제제기를 해두라는 식의 지침을 제가 준 상황인데 그 사안 자체는 제가 모르겠습니다."
① 당사자도 모르는 명예훼손?
이날 김 국장이 언급했던, 한 위원장 측이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에 제소한 기사를 쓴 기자입니다. 저는 한 위원장의 발언을 영상으로 보면서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한 위원장은 "그 사안 자체를 모르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언중위에 제출한 '신청인 국민의힘 대표자 한동훈' 명의의 정정보도 신청 이유를 보면 "잘못된 허위 보도로 인하여 신청인의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기사를 접한 일반인들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허위 사실을 발언한 것으로 오해를 하는 등 심각하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되어있습니다.
한 위원장 본인도 모르는데 도대체 어떤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언중위에 제소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동훈 위원장 본인이 몰랐다면 언론의 입을 막기 위한 무작위 제소이고, 만약 알았다면 관훈토론회에서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두 가지 모두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② 이게 제목 장사 기사입니까
한 위원장은 잘못된 보도와 제목 장사 등의 언론 행태에는 단호하게 문제제기를 해두라는 식의 지침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사직구장 봉다리 응원 사진에 더 난감해진 한동훈"
기자가 쓴 문제(?)의 기사 제목입니다. 수십 번을 읽고 봐도 찾을 수 없어서 이 제목이 클릭 수를 높이는 장사를 할 만한 제목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혹시 있다면 '더 난감해진'이라는 문장일 것입니다.
한 위원장이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습니다"라고 발언을 하자 민주당은 2020년 당시는 코로나 시기 무관중이라 '사직 직관'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봉다리를 쓰고 응원하는 한 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2008년에 촬영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히려 봉다리 응원 사진이 이렇게 하기도 저렇게 하기도 어려워 처지가 매우 딱한 뜻의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이죠. 그래서 쓴 것인데 제목 장사라고 하니 억울합니다.
▲ 국민의힘 한동훈 위원장 측이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기사. |
ⓒ 오마이뉴스 갈무리 |
한동훈 위원장 측이 언중위에 낸 신청서를 보면 "한동훈 위원장의 실제 발언은 사직에서 롯데야구를 봤다는 것으로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봤다고 발언한 바 없어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한 위원장 측은 "사직에서 롯데야구를 봤다"고 했는데 기자가 "사직구장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써서 '심각하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 측은 구체적으로 사직 어딘지에 대한 해명도 없이 오마이뉴스를 언중위에 제소했습니다. 사직구장이 아니라면 어떻게 사직에서 롯데야구를 볼 수 있는지 기자는 궁금합니다.
본인 스스로 "잘못된 뉘앙스"라고 운운하면서 왜 기자에게는 정확히 답변도 하지 않고 사직구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언중위에 제소했는지 답답합니다.
한 위원장은 정확한(?) 분이시라 법적 소송과 언중위 제소를 구분하셨지만, 언중위 제소도 기자들에게는 법적 소송 못지않게 시간과 수고, 부담감을 주는 행정 절차입니다. 상식이라는 말은 사회의 구성원이 공유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가치관과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을 의미합니다. 부산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하면 상식적으로 사직구장에서 직관한 것으로 알아듣습니다.
한 위원장의 상식이 잘못된 것인지, 기자가 의도적으로 왜곡 보도를 했는지 알 방법은 간단합니다. 한 위원장이 직접 '사직에서 롯데야구를 봤다'는 말의 정확한 뜻을 밝히면 됩니다.
정치부 기자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발언도 아니고 고작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는 말을 '사직구장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기사를 썼다고 언중위에 제소를 당했습니다. 정치적 무게가 있는 사안도 아니고, 한편으로는 창피하기도 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