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렌티나, 둘이서 1킬로 충분히 먹을 수 있습니다, 그냥 시키세요 [세계여행 식탁일기]
[김상희 기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의 관광명소인 셀라론 계단(Escadaria Selaron)에서 부다페스트에서 온 헝가리 부부를 만났다. 인사를 나누다가 리우가 장기 여행의 막바지 도시이고 며칠 안에 로마를 경유해 귀국할 예정이라고 했더니 로마에 가면 꼭 먹어보라며 두 가지 음식을 추천해 주었다. 하나는 피오렌티나 스테이크이고 또 하나는 호박꽃 요리였다.
일면식도 없는 그들의 성의가 고마워서 로마와 피렌체에서 추천 메뉴를 찾아다녔다. 로마 여행이 끝났고 나도 추천받았으니 추천 나눔을 해야겠다. 다행히도 꼭 추천하고 싶은 이탈리아 음식이 세 가지나 생겼다.
피렌체식 스테이크, 피오렌티나
먼저, 추천받은 메뉴 '피오렌티나 스테이크(Bistecca alla Fiorentina)'의 재추천이다.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는 토스카나 지방의 피렌체식 스테이크란 뜻이고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본 티본스테이크의 원조라고 한다. 티본스테이크(T-bone Steak)는 척추뼈를 가로로 잘랐을 때 안심과 등심이 붙어있는 부위로 T자 모양의 뼈가 보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 피렌체에 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맛,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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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고기로 채소를 싸 먹어요, 카르파치오
▲ 접시 위에 핀 선홍빛 꽃 한 송이, 쇠고기 카르파치오(Beef Carpacci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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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부르지 않게 식전에 즐기는 와인 단짝, 카르파치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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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파치오는 누구라도 따라 할 수 있는 초간단 초스피드 요리다. 얇게 저민 쇠고기 안심을 접시에 돌려 깔고 루꼴라 같은 녹색 채소와 파미에르산 치즈를 올리고 올리브유와 레몬즙을 뿌린다. 차가운 요리라 가열도 필요 없다. 어떻게 먹냐고요? "고기에 채소를 싸서 먹지요." 생고기쌈 한 입, 와인 한 잔... 와인이 술술 들어간답니다.
도마째 나오는 요리
▲ '음료 1잔 포함 TAGLIERE가 12유로'란 글자에 꽂혀 주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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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과 음료를 포함한 2인분의?타글리에레가?15유로라면 믿어지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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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글리에레?베가노(Taglere Vegano, 채식주의자의 도마) 한상 차림(12유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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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성공한 타글리에레는 또 다른 타글리에레를 불렀다. 며칠 후 다른 식당에서 주문한 요리 이름은 '타글리에레 베가노(Taglere Vegano, 채식주의자의 도마)'였다. 야채 한 상이 빵 두 조각과 함께 나왔다. 구운 가지, 구운 호박과 야채 볶음 세 종류가 나왔는데 하나같이 우리 입맛에 맞아 깜짝 놀랐다. 밥만 넣고 비비면 바로 비빔밥이 될 나물볶음이었다. 생야채 샐러드를 넘어 익힌 야채를 이렇게 다양하게 구워 먹고 볶아 먹는 조리법이 우리 한식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누가 이탈리아에 처음 간다면, 재료와 조리법의 스펙트럼이 넓은 이탈리아 메뉴 중 뭘 고를지 나처럼 허우적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일단, 위 세 음식부터 찾아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맛있는 것들의 격전지 이탈리아에서는 하루하루 날을 넘길 때마다 남은 끼니 수를 헤아렸다. 그 많은 피자와 그 많은 파스타는 언제 다 먹어보나. 아니, 당장,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설욕하러 1킬로짜리 스테이크 먹으러 가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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