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업계 집단해고 후폭풍…"가짜뉴스 잡을 사람이 없다"
소셜미디어(SNS) 업계의 대규모 감원 사태가 올해 세계 각국이 치를 선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루아침에 수만 명이 해고되면서 가짜뉴스를 가려내고 대응할 담당자가 부족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반대로 ‘민주주의의 적’은 규모와 활동 반경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 서방의 주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더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허위 정보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챗(Chat) 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까지 가세하면서 올해 각국의 선거판이 한층 혼탁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5년 전 ‘돼지피 루머’ 잡았지만
이런 우려는 SNS 업계 내부에서부터 나온다. 회사마다 선거 관련 대응팀 자체가 사라지거나 대폭 줄면서 “몇 년 전만 해도 바로잡을 수 있었던 가짜뉴스 사태도 이젠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걱정이다.
이와 관련, 트위터(현 X)의 신뢰·안전 부서 책임자였던 요엘 로스는 지난달 포린폴리시(FP)와 인터뷰에서 2019년 인도 총선 당시 SNS에 떠돌던 루머를 거론했다. 그는 “유권자의 손톱에 찍는 지워지지 않는 잉크에 돼지 피가 들어있다는 괴소문이 퍼졌다”며 “(돼지를 금기시하는) 무슬림의 투표를 막기 위한 허위 정보 전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내가 이끌던 트위터의 선거 대응팀은 이런 사실들을 적발해 해당 게시물들을 삭제하고 사용자를 제재했다”며 “하지만 당장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대응할 시스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가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직원 절반을 해고하면서 이런 팀이 해체됐다는 게 로스의 설명이다.
비단 X뿐만 아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등의 모기업인 메타는 2022년 11월 이후에만 2만 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로스와 유사한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었다. 한국에서 정치적 논쟁을 양산하는 유튜브 역시 “잇단 해고 사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페이스북에서 오랫동안 선거 대응에 관여했던 케이티 하바스 앵커체인지 대표는 FP에 “예전 같으면 2022년 말~2023년 초에 올해 세계 선거에 대한 위험 평가를 마치고 필요시 ‘워룸(war room)’까지 설치했을 것”이라며 “2024년 선거에 대한 대비가 덜된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거결과 아닌 갈등 유발 목적"
그사이 위협 수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당장 지난달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는 중국발 가짜뉴스로 홍역을 치렀다. 선거가 한창일 때 틱톡 등에선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를 둘러싼 성추문, 탈세 의혹 등 각종 허위 정보가 넘쳐났다. 러닝메이트로 나선 샤오메이친(蕭美琴) 부통령 후보와 관련해서도 “미국 시민권을 몰래 갖고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비방이 나왔다.
중국과의 전쟁 위기론도 불붙었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재집권할 경우 “(전쟁 준비를 위해) 학생과 고령자를 징집할 것”이란 유언비어였다.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미국산 돼지고기가 유통되고 있는데도, 대만 당국이 이를 눈 감고 있다”는 가짜뉴스도 퍼졌다. 민진당이 미국과 밀착하는 것을 겨냥해 불안을 자극하는 음모론이었다.
이러다 보니 중국이 대만 국민에게 ‘세뇌 공작’을 하고 있단 분석까지 나온다. 대만 중앙연구원 구미연구소의 훙츠웨이(洪子偉) 연구원은 FP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 진화하고 있다”며 “네거티브 내러티브가 효과적인 이유는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불신과 증오의 악순환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대만에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미 국무부 산하 가짜뉴스 대응 조직인 국제관여센터(GEC)는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선전, 허위정보, 검열 인력을 점점 더 많이 배치하고 있다”며 “해외에서의 정보 조작을 위해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책 마련해도…수사 어려워
4월 총선을 앞둔 한국도 비상이다. 정치권도 사태의 심각성을 걱정하며 방지책을 내놨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AI를 활용한 이른바 ‘딥페이크’ 이미지·영상·음성 등을 제작하거나 편집·유포·게시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금지 기간이 아닌 때에도 “가상의 정보”란 사실을 명기해야만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가 급격히 늘어나면 물리적으로 수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게다가 “해외 서버를 경유하는 등 출처 불명의 가짜뉴스가 확산하면 아무리 강력한 규제책도 무용지물”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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