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쌀 때, 가장 싸게"...대형마트들 가격 파괴 전쟁
이커머스 기업들에 밀리던 대형마트가 ‘마트의 본질’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파격 가격’ ‘가격 파괴’를 앞세워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마트로 불러오겠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라서 가능한 식료품 물량 공세에, 일정 기간 초저가 유지 정책 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할인 정책을 내놓으며 대형마트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의 본질 경쟁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할인 상품, 어떻게 정할까
할인 품목은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정한다는 게 이마트 설명이다. 가령 대파와 양파는 가장 비싼 때, 가장 필요할 때 한달 내내 초저가로 판매됐다는 것.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대파 1kg 전국 평균 가격은 5235원으로 1년전 3405원에 비해 54% 급등하며 금(金)파로도 불렸다. 그런데 이마트에서는 지난 한 달 2980원(흙대파 1봉 800g 내외)에 팔렸다. 양파는 명절 음식 등 ‘한식 필수 아이템’이란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롯데마트도 ‘핫프라이스’ 정책을 새로 선보이며 가격 전쟁에 뛰어들었다. 매주 딱 한 가지 품목을 정해 가격 상식을 파괴하는 초저가로 선보이겠다는 것. 2월 첫 주 품목인 정갈한 쌀(10kg)은 19900원으로 정가 3만1900원보다 1만2000원 저렴했다. 온라인보다도 싸 준비된 300톤 쌀이 모두 팔렸다. 둘째 주는 돼지갈비 할인에 들어간다.
대량 매입·신선 저장으로 가격 유지
마트의 ‘최저가’ 비결은 물량 공세다. 이마트는 1월 삼겹살 100g을 1780원에 판매하며 평소 대비 2배 물량인 삼겹살 570톤을 준비했다. 2월에는 100g당 1680원으로 가격을 더 낮추며 ‘앵콜 할인’에 들어갔다. 매입 물량이 늘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봤고, 인기 품목들의 이익률을 낮춰 잡는 등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 최저가를 자체 경신했다. 롯데마트도 쌀을 평소 대비 10배, 돼지갈비는 2배 사들이는 방법으로 판매가를 30% 이상 낮췄다.
다른 비결은 ‘대량 신선 저장’이 가능한 물류 시스템이다. 대파나 양파 같은 신선식품은 산지에서 이마트 자체 농수산물 가공센터인 후레쉬센터로 들여온다. 경기도 이천에 연면적 46,535㎡(약 1만4000평) 규모로 차려진 이곳에서 첨단 저장 기법인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을 통해 신선도를 지킨다. 저장고 내부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대량 매입한 농산물을 할인 기간 내내 입고된 상태대로 유지하는 기술이다.
‘물가 안정’ 내세운 마트 속내는
짧은 기간이지만 본질에 집중한 ‘가격 파격’의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5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마트에서 삼겹살을 2차례 이상 구매한 고객은 이 기간 삼겹살 구매 전체 고객의 15%, 3번 이상 구매 고객도 전체의 8%나 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 5%p(포인트)이상 늘었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명주 연구원(한국투자증권)은 “2024년에는 가계 식비 지출 중 내식 비중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9세 주밍신, 조선족이었다…한국 마약 뿌린 탈북자 실체 ⑤ | 중앙일보
- '만취 벤츠녀' DJ 예송, 가정사 반전…"죽었다던 아버지 살아있다" | 중앙일보
- "내 이름이 뭐라고!""이길여!"…92세 총장, 그날 왜 말춤 췄나 | 중앙일보
- 박수홍, 61억 횡령 친형 부부에 "선처 없다"…엄벌 탄원서 제출 | 중앙일보
- 남자 배우에 "호텔로 와"…한서희 고발 당한 카톡 내용 보니 | 중앙일보
- 운동으로 이기겠다는 환자, 당뇨 명의가 화 참고 건넨 말 | 중앙일보
- "이상해, 일할수록 젊어져" 맥도날드 '분위기 메이커'는 90대 [세계 한잔] | 중앙일보
- 축구팬이 엿 던져도…"요르단이 강했다" 미소 지은 클린스만 | 중앙일보
- 설국 캐나다도 꽂혔다…골칫거리 불가사리로 제설제 만들어 200억 번 한국 기업 | 중앙일보
- "바위에 그대로 보인다" 에베레스트 악취 주범된 '이것' 정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