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에 뒤처져 있다"...고레에다의 경험과 고민 [엑's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의 관객들에겐 그 어느 유명한 감독만큼이나 친근하고 익숙한 인물이다. 작품 속에 담아낸 다양한 인간의 감정들로 꾸준히 소통을 이어오며 30여 년간 영화계의 거장으로 활약 중이다.
그동안 고레에다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며 일상의 순간을 섬세하게 다루는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아 왔다.
지난 해 11월 29일 개봉한 '괴물'로는 또 다른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장기 흥행을 이어간 '괴물'은 50만(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에서 개봉한 일본 실사 영화 중 최고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연말까지 이어진 신작 드라마 촬영으로 '괴물' 한국 개봉 당시 직접 인사를 오지 못한 미안함을 전한 고레에다는 최근 진행된 '괴물' 흥행 기념 인터뷰를 통해 한일 양국을 오가면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는 한국에서의 인기에 "솔직히 지금까지도 상영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며 늘 그랬듯 담담하게 마음을 전했다.
또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와 아역 쿠로카와 소야와 히이라기 히나타에게 흥행의 공을 돌리며 "제가 냉정하게 보기에도 '괴물'은 지금까지 만들었던 어떤 작품보다 스태프, 배우 분들이 가장 잘해주신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괴물' 전작인 '브로커'는 한국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 온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의 대표 배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등과 함께 협업하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받은 작품 중 하나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칸 영화제 단골손님으로 활약했던 고레에다는 '브로커'로도 2022년 칸 영화제 애큐메니컬상을 수상하며 한국 배우들과의 다정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 배우들과 영화계와의 인연을 오랜 시간 이어오고 있는 고레에다는 그간의 작업 과정을 돌아보면서 자신이 바라본 한국 영화계의 장점을 언급했다.
또 자연스레 이와 비교될 수 밖에 없던 일본 영화계에 대한 아쉬움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인터뷰에서의 솔직하고 진중한 답변으로 유명한 고레에다는, 특유의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영화 촬영 환경이었다.
고레에다는 "'브로커' 당시 한국에 오랫동안 체류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한국의 촬영 환경이 일본보다 잘 갖춰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할 수 있는 공간, 노동 시간을 관리하는 것을 포함해서 젊은 스태프들이 씩씩하게 일할 수 있도록 너무 풍요롭고 매력적인 환경을 갖고 있다. 노동 시간을 포함해서, 폭력적인 부분에서도 관리가 잘 돼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그런 점에서는 일본이 조금 뒤처져 있지 않나 하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다"고 한일 양국의 영화 작업 시스템을 비교했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일본의 영화계 환경을 좀 더 좋은 쪽으로 바꾸고 싶다는 쪽으로 이어졌다.
고레에다는 "그래서 한국에서의 경험을 살려서 일본에 가서 일본도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2년 동안 적극적으로 얘기를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일 양국이 서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재 양성을 위해 많이 교류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적극적인 교류를 위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특성 상 '동조압력(소수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다수 의견에 맞추도록 강요당하는 것)'이 심하다고 말한 고레에다는 "모두가 똑같아야 하고 보통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한 사회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배제된다. 이 때문에 통을 받고 있는 소수자 집단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라고 비교하며 "그렇지만 일본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더 중시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저도 영화를 통해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일본 영화의 발전을 위해 기구 설립을 추진하며 분주히 움직이기도 했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묻는 말에는 "성과가 안 나오고 있다"며 멋쩍은 웃음으로 아쉬움을 대신 표현했다.
이어 "일본에서 여러가지 활동을 했는데 사람들이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더라. 그래도 저는 계속해서 여러 단체에 제의를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의 일본 영화가 가져야 할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라고 다시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한국과의 협업의 끈도 계속해서 놓지 않으며 일본 영화계의 것이라고 전한 고레에다는 "특히 현장에서의 권력과 폭력 등 구체적으로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들이많다. 일본은 개혁의 속도가 굉장히 느린 나라여서,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여러 가지를 배워가며 영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 미디어캐슬, 영화 스틸컷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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