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맞이 제주 가족 여행... 보너스 받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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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기자]
설 명절 연휴 시작이다. 명절이 돌아오면 온 나라안이 소란 스럽다. 민족 대 이동이다. 너도 나도 고향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차량 행렬이 항상 뉴스의 주제가 된다. 그 힘든 정체 속에서도 잊지 않고 고향을 찾아간다. 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우리 민족만이 갖는 아름다운 풍습일 것이다.
제사를 지내고 부모님들과 가족들이 만나 서로의 정을 나누고 에너지를 얻고 와서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산다는 것은 거친 바다를 항해 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정말 어디에서 라도 위로를 받고 응원을 해 주는 힘을 얻어 또 세상 속으로 들어가 온 힘을 다해 살아 낼 것이다.
며칠 전 둘째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이서방이랑 나 제주에 가서 며칠 쉬다 오려는데 아빠 엄마 비행기 표 끊어 보낼 테니 같이 여행가시게요."
그 말에 반가워 나는 남편에게 사정이야기를 했다. 평소에 움직이기 싫어하는 남편도 딸이 말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약속을 했다. 엉? 이게 무슨 일 이렇게 쉽게. 남편은 여행 한번 가려면 내가 아주 진을 뺀다. 대답을 빨리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었다. 결혼해서 주부로서 산지 55년 차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큰댁에 모여 제사를 지내고 일 속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했었다. 코로나가 오면서 큰 집 형님이 몸이 아파 요양원에 들어가신 뒤 지난해 부터 명절이면 큰집에 모여 제사 지내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작은 집은 전주에서 오고 우리가족도 명절이면 자녀들과 산소를 찾아 조상님께 절을 한다. 내 나이 80십이 되고서야 명절 제사에서 해방이 되었다. 큰집에 모이는 일은 형제들과 정을 나누고 조카들도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너무 많은 식구가 모이면 힘든다. 각자 자녀들을 챙겨야 하는 나이에 큰댁 제사는 힘겨운 일이었다. 우리 며느리 들은 명절 제사를 우리 결혼 55년이 되고서야 해방이 되었다.
우리집 둘째 사위는 지난 12월에 30년을 다니던 직장을 명퇴했다. 한 달 정도 마무리 한 후 딸이랑 여행을 떠나기로 했나 보다. 명절에 다시 군산 오는 것도 시간이 맞지 않아 우리를 제주로 불렀다. 딸들끼리 약속을 했나 보다. 일이 엄청 바쁜 셋째 사위도 합류를 한다고 하고 거기에 막내딸까지도 모두 제주에 모였다. 손자들 세명까지. 막내 사위 한 명만 빼고 온 가족여행이 된 셈이다. 이건 의도하지 않은 일인데 갑자기 이루어 진 일이다.
▲ 제주 바닷가 숙소 바람 부는 날 야자나무 |
ⓒ 이숙자 |
2월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을 아니다. 그렇지만 좋은 풍경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좋은 사람과 쉼을 하면서 사색을 할 수 있는 여행은 더 각별했다. 온 가족이 모인 날 우리는 함덕 해수욕장으로 바다 구경을 나갔다. 관광객도 드문드문 보였다. 젊은 사람들은 모래사장에 하트도 그리고 자기들 이름도 써 놓는다. 나는 남편에게 막대를 하나 주어 주면서 "당신도 제일 하고 싶은 말을 한번 써보세요" 라고 말했다.
▲ 남편이 바다 모래 사장에 쓴 가족사랑 글씨 남편이 모래 사장에 쓴 글씨 |
ⓒ 이숙자 |
막대를 들은 남편은 모래 위에 '가족 사랑'이라는 말을 썼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온 자신의 삶을 대신해 주는 말 같아 나는 마음이 찡해 왔다. 남편이 세상을 열심히 살아온 의미가 그 안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그 글씨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올해 명절은 우리가족에게는 특별하다. 가족 모두가 이렇게 다 모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손자들까지도.
▲ 함덕 해수 욕장 바람 부는 날 함 덕 해수욕장 바닷가 |
ⓒ 이숙자 |
바다 모래사장을 거닐다 우리는 바람을 피해 커피숍으로 들어오니 이곳도 사람이 많다. 창가 자리가 제일 인기가 좋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한 없이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젊은이들 모습이 보기 좋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부부처럼 나이 든 사람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오후면 일이 있어 제주를 떠나는 셋째 딸 아들인 손자 때문에 우리는 숙소에 모여 세배를 받았다. 이번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막내 손자는 축하금까지 손자 둘은 대학생이라서 많지도 않고 알맞은 세베돈도 주었다.
딸들도, 사위들도 세배를 했다. 남편은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덕담을 한다.
"나는 재벌도 아니고 명예도 없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고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모두 바쁘고 힘들 텐데 한 마음으로 가족이 모여 서로 사랑을 나누고, 정을 나누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내가 힘들게 살아왔던 날들도 가족을 위한 일인데 너희들도 열심히 서로 사랑하고 남은 여력은 이웃에게 봉사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
남편 긴 훈시가 있었다.
모두가 숙연히 남편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어 고마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둘째 사위 30년 긴 직장 생활을 아무 탈없이 마감할 수 있었던 일도 축하해 주고 우리 가족은 박수를 보냈다. 이번 명절에는 우리 가족에게는 특별한 여행이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일이었다.
우리 부부는 군산으로 2월 5일 돌아왔다. 우리 가족은 설 명절을 여행으로 보낸 첫번째다. 다시는 못 돌아오는 추억을 남긴 명절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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