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보고싶은 엄니에게 가는 길

김웅헌 2024. 2. 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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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퇴근한 아내와  남편은 부랴부랴 음식 준비에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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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거문도로...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웅헌 기자]

"일흔 넘은 나이에 밭에 나가 김을 매고 있는 이 사람을 보아라. 일흔 아픔처럼 손바닥에는 못이 박혀 있고 세월의 바람에 시달리느라 그랬는지 얼굴에 이랑처럼 골이 깊구나.

봄 여름 가을 없이 평생을 한시도 일손을 놓고는 살 수 없었던 사람. 이 사람을 나는 좋아했다. 자식 낳고 자식 키우고 이날 이때까지. 세상에 근심 걱정 많기도 했던 사람. 이 사람을 나는 사랑했다. 나의 피이고 나의 살이고 나의 뼈였던 사람"  - <김남주 시인>의 시 <어머니> 
 
 엄마와 삼형제의 추억
ⓒ 김웅헌

8일 오후 1시 30분. 인천에서 군산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른 시간이었으나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오후 7시가 돼서야 도착했다. 그래도 좋았다. 설 명절. 여든아홉, 거문도 사시는 엄마 만날 생각에.

늦게 퇴근한 아내와  남편은 부랴부랴 음식 준비에 분주했다. 언제부턴가 삼형제 부부는 어머니가 섬에서 나오셔서 명절을 돌아가며 지냈다. 그러나 세월을 어쩌나 어머니는 파킨슨병을 진단 받은지 오래됐다. 다행이도 치매는 없으시다. 다만 손을 많이 떠시고 거동이 불편하실 뿐. 이제 자식들이 섬까지 모시러가지 않는 한 어머니는 홀로 육지에 나올 수 없다. 

올해는 삼형제가 어머니를 뵈러 다함께 간다. 같이 가는 건 10년도 훨씬 넘은 듯 하다. 아내와 형수님들은 함께가지 않는다. 지난 시간 모두가 역할을 분담해서 자식된 도리를 열심히 했다. 이번에는 자기부모에게 각자 효도하고 자유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누구도 강제하거나 권유하지 않았다. 모두들 알아서 판단했다.

매년 설 명절은 막내인 우리가족 담당이다. 내가 군산에 도착해서 부부와 아이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엄마 생각하며 잡채, 떡국재료 준비, 호박전, 육전, 고추전, 깻잎전, 꼬막, 갈비찜, 각종 나물을 준비했다. 아내가 가장 수고했고, 세 남자는 거들었다.
 
 아내와 두아들과 함께 준비한 음식들
ⓒ 김웅헌
 
다음날 새벽 3시. 군산에서 고흥 녹동항으로 3시간을 달렸다. 아침 6시 30분. 삼형제가 뭉쳤다. 대현이와 부겸이 두아들도 동행했다. 특별하지도 않지만 평범하지도 않았던 아버지의 고향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었다. 골목길 돌담 하나, 시골집 앞바다, 집 뒤 폐교된 그 곳의 추억들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아들들에게 점점 멀어져 가는 할머니와 소중한 추억을 오래도록 남겨주고 싶다. 아니 나에게 남기고 싶다.
 
 거문도로 가는 바닷길에서 둘째 부겸시와 함께 찰칵
ⓒ 김웅헌
녹동에서 출발 후 이제 막 초도를 지났다. 저 멀리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살았던 거문도가 가슴 속으로 점점 다가온다. 벌써 울 엄니는 마당 앞에 바다를 바라보시며 3형제를 기다리고 계실게다. 

"내 천금아, 내 천금아. 내 새끼들 왔냐. 엄니 볼라고 여까정 오니라고 참말로 고생들 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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