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씨 사건, 1심 판결에 이의 있습니다!
[김선영 기자]
▲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자신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게 유죄(벌금 200만 원 선고유예)가 선고된 직후인 1일 오전 수원지법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복건우 |
특수교사 A씨가 웹툰작가 주호민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 1심에서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 유예 판정을 받은 특수교사 A씨는 '불법녹음의 부당함'을 들어 항소의 뜻을 내보였다.
특수교사이자 학부모로서 초기부터 이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나는, 1심 판결과 이에 대한 양쪽의 입장 발표 등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갑갑하고 염려스러웠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이 장애학생과 특수교사, 장애학생 학부모에게 분노와 상처만 남길 뿐 진정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는 다루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교사가 교사답고, 부모가 부모다운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하며, 언론과 재판부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고민을 깊게 들여다보고 온전한 방향을 견지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나는 1심 판결이 교육현장의 신뢰를 복원하고, 특수교육 본연의 취지를 살렸는지 묻고 싶다.
아동학대라는 레이더망에 있는 특수교사
'특수교사의 언행이 아동학대인가? 전체 상황과 맥락 속에서 학대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의 문제는 지속적이고 핵심적인 고민이다. 같은 특수교사로서 나는 내가 맡은 장애학생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예민한 감각, 욕구 조절의 어려움, 의사 표현의 제한이라는 특성이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랑이는 일상이다. 변화는 갈등과 고통을 동반하기에 나는 학생들의 도전과 저항, 분노, 의기소침 상태에 직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상황은 때로는 부드럽고 긍정적으로, 가끔은 거칠고 부정적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 과정에서 특수교사는 '학대와 교육의 경계는 무엇인가? 어느 지점에서 멈추거나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저마다의 학생에게 맞는 방식을 모색한다. 기가 막히게 '흥~치~뿡~'이 통하는 학생에게는 '흥치뿡' 전략을 쓰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공격적이어서 이런 전략이 부작용을 일으키는 학생에게는 강한 칭찬과 강한 통제 전략을 쓰기도 한다.
그 전략이 대상 학생에게 통하는 방법인지, 심각한 관계 훼손 등의 부작용은 없는지, 정서적으로 어떤 사후 전략을 쓸 것인지 등 다면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때가 많고, 그 와중에 이것이 아동학대는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어 지속적, 반복적으로 자신을 점검하게 된다.
그러니 어느 시점에 누가 나를 평가하느냐에 따라 나는 아동학대라는 레이더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비단 나뿐만이 아닐 터,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와 교사들은 이런 고민과 갈등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학대 여부에 대한 '성급한 낙인'이 아니라 아이의 인권에 대한 민감성을 갖고 끊임없이 자기 점검을 할 수 있는 환경과 구조, 아이의 부모와 솔직하게 대화하며 최선의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분위기다.
아이 둘러싼 관계망 훼손한 불법 녹음
이런 이유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장애 인권에 대한 민감성을 견지하고 자기 점검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교육 현장 복원'의 관점에서 결정되었는지 묻고 싶다.
학부모와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모든 상황에 예민해지고 어긋난 대화는 불신을 가속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이런 상황이 왜 생기고, 부모의 마음이 어떻게 되는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나는 주호민 부부의 불안과 분노가 생성되고 확장되는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다. 하지만 아이가 불안해하는 원인을 찾고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보냈던 그들의 선택에 대해서는 어리석음과 무책임함을 책망할 수밖에 없다. 녹음기는 아이가 맺고 있는 관계 자체를 송두리째 날려 버릴 수 있는 선택인데도 그들은 본인의 의구심 해소에 급급했다.
면밀하게 관찰한 아이의 변화와 그 원인에 대해 상의하는 과정은 건너뛰고, 모든 원인을 외부적 요인에 전가하며 증거를 찾기에 급급하여 아이를 둘러싼 관계망들을 훼손하고, 특수교사를 자괴감의 늪에 가두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1심에서 불법 녹취가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자폐성 장애학생 부모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옹호했다. 주호민씨 부부의 조급함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주고, 특수교육 현장에서 신뢰와 소통이 기본이자 최선임을 확인해 줘야 하는 것이 재판부의 책임 있는 역할인데도 말이다.
이는 의사소통이 어려우면 불법 녹음이 어쩔 수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합리화함으로써 교육 현장의 신뢰 관계를 파탄 내고 통합교육과 특수교육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다. 장애인의 교육적·사회적 통합이 시대적 과제가 된 상황에서 이러한 판결은 시대 정신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주호민씨 부부와 특수교사의 마음을 수차례 왔다갔다 하였을 것이다. 그 헤아림만이 답이라고 생각했기에 나 또한 누군가를 편들기보다 본질적인 성찰을 하기 위해 고심했다. 재판부 역시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판결을 통해 교사가 교사답고 부모가 부모답게 바로 서는 길, 스스로 반성하고 그 힘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재판부의 역할이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성급한 낙인으로 교육 현장의 특수교사들에게 억울함과 무력감을 안겨주었고, 부모의 조급증을 부추겨 관계를 파탄시킬 무기를 용인하였다.
재판부의 1심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다. 교육 현장의 신뢰를 복원하고, 특수교육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선고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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