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못 하는 게 없는 선수지!"...KBO리그 경험한 ML 지도자의 '특급 칭찬'

유준상 기자 2024. 2. 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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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빅리그 데뷔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는 가운데, 그를 잘 아는 지도자 중 한 명인 맷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3루 주루코치가 이정후의 성공을 확신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9일(이하 한국시간) 이정후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윌리엄스 코치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매체는 "컴퓨터 화면의 숫자는 숫자일 뿐이지만, 구단은 데이터 이외에도 그들의 투자가 결실을 맺을 거라고 확신하는 이유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선수, 지도자, 프런트, 해설위원을 모두 경험했던 윌리엄스 코치는 2020~2021시즌 KBO리그 KIA 타이거즈 감독으로 활동했다. 첫해 73승71패(0.507)를 기록하면서 정규시즌을 6위로 마감했고, 이듬해 58승10무76패(0.433)로 9위에 그쳤다. 결국 KIA는 2021시즌 이후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윌리엄스 코치는 2022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3루 주루코치를 맡았고, '어썸킴' 김하성과 한 팀에서 생활했다. 지난해에는 3루 주루코치 및 내야 인스트럭터를 맡기도 했으며,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인연을 맺었다.

윌리엄스 코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당시 KBO리그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소감을 밝혔다. 그는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때때로 어려웠고 엄격한 규정이 있었지만, 다른 문화를 경험하게 됐다. 재밌으면서 도전적인 경험이었다"고 귀띔했다.

윌리엄스 코치가 한국을 떠난 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지만, 상대팀으로 만났던 이정후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윌리엄스 코치는 "KBO리그에는 10개 팀만 있기 때문에 KIA에서 지휘봉을 잡은 기간 동안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를 하면서) 이정후를 자주 봤다. 그는 정말 훌륭한 타자로, '정말 못하는 게 없구나'라고 감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정후는 좋은 외야수이자 KBO리그 최고의 타자다. 주루도 뛰어나다. 배트를 들고 있지 않을 때도 (출루, 주루, 수비 면에서) 팀에 공헌한다.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클럽하우스에서도 동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윌리엄스 코치는 "샌프란시스코 스카우트는 오랫동안 이정후를 지켜봤다. 그를 영입하는 데 있어서 내 의견이 필요했던 건 아니지만, 그를 영입하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디애슬레틱은 윌리엄스 코치의 인터뷰와 함께 ZiPS, 피코타, 스티머 등 메이저리그의 성적 예측 시스템을 언급했다. 매체는 "(시스템에 빠르면) 이정후는 올 시즌 타율 0.275~0.291, 삼진율 7.3~11.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예상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WAR)는 2.5~3.5로,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야수 중에서 가장 WAR이 높았던 선수는 윌머 플로레스(2.7)였다"고 설명했다.

또 "샌프란시스코가 한국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이정후에게 매력을 느낀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FA 선수인 걸 감안하면 나이가 적다.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은 타자로, 삼진을 거의 당하지 않는다"며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샌디에이고 시절 김하성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줬고, 그러면서 김하성은 가장 성공적인 KBO 출신 빅리거가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김하성에 이어) 두 번째 성공 사례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1차지명으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7년간 꾸준한 활약을 선보이며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까지 매년 3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데뷔 첫 20홈런을 쏘아 올리며 장타력까지 뽐냈다.

KBO리그 무대를 평정한 이정후의 시선은 해외로 향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키움 구단에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내부 논의를 거친 키움은 올해 1월 초 선수의 의지와 뜻을 존중하고 응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구단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지원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정후의 해외 무대 도전 선언에 미국과 일본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7월 2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두 달 넘게 자리를 비웠다. 최종 성적은 86경기 330타수 105안타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6도루. 이정후가 한 시즌에 100경기 이상 소화하지 못한 건 프로 데뷔 이후 2023시즌이 처음이었다.

긴 공백기에도 스카우트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특히 지난해 2월 구단 관계자들이 직접 키움의 스프링캠프 훈련 현장을 찾았던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심지어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10월 초 직접 한국에 와서 이정후를 관찰했고, 10월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최종전을 지켜봤다. 이정후는 대타로 단 한 타석만 소화했지만, 그 한 타석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게 샌프란시스코의 마음이었다.

결과적으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고, 포스팅 개시 이후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의 행선지를 확정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월드시리즈 8회 우승(1905, 1921, 1922, 1933, 1954, 2010, 2012, 2014년)에 빛나는 '명문구단'이지만, 2022년에 이어 2023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지난해 9월 말 게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다. 이후 2022~2023시즌 샌디에이고 지휘봉을 잡으면서 멜빈 감독이 2024시즌부터 샌프란시스코를 이끌게 됐다.

사령탑 교체와 함께 도약을 꿈꾸는 샌프란시스코로선 확실한 전력 보강을 원했고,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힘을 보탤 이정후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수층이 탄탄하지 않은 만큼 현재의 상황이라면 이정후가 시즌 초반부터 리드오프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 언론은 이정후가 1번타자 겸 중견수로 개막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빅리그 데뷔 전부터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린 이정후는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는 이달 중순부터 미국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는 가운데, 야수조 캠프는 현지시간으로 20일에 시작된다. 이정후는 개인 훈련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뒤 야수조 캠프 일정에 맞춰서 팀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정후는 출국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 좀 실감이 나는 것 같다. 항상 팀원들과 함께 출국했는데 이렇게 오늘 혼자 또 출국하게 됐고, 혼자 인터뷰를 하게 되니까 조금 실감이 난다. 그래서 기분이 좀 이상하다"면서도 "일단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들은 다 했다. 이제 밖에서 할 수 있는 기술 훈련만 남았는데, 따뜻한 데 가서 빨리 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구단에서도 주변 시설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애리조나로 넘어가서 바로 구단 시설에서 훈련할 생각이다. 그래서 마음가짐은 지금 거의 실전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야구만 하면 될 것 같다"고 얘기했다.

또 그는 "(자신에 대한) 좋은 예측 기사가 나오고 있는 건 사실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적응이라고 생각해서 적응을 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을 한다. 적응만 잘한다면 그 이후에는 내가 나의 에버리지를 만들어 나가는 거기 때문에 적응 잘해서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후는 "구단에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 몸 상태도 좋고, 수술한 부위도 좋다. 실전 감각만 익히면 될 것 같다.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됐는데, 많이 기대해 주시는 만큼 그 기대에 보답해 드릴 수 있도록 꼭 잘해서 한국에서 보였던 모습처럼 미국에 가서도 그런 모습으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은퇴하는 그날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시범경기 일정을 소화한 뒤 3월 29일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상대팀은 샌디에이고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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