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C 5곳, 중국 AI·반도체에 수십년간 4조 투자"

미국의 벤처캐피털(VC) 회사 5곳이 중국의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에 수십년간 총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중국 공산당 특별위원회는 8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GGV캐피털, GSR벤처, 퀄컴 벤처, 세쿼이어캐피털, 월든 인터내셔널 등 VC 5곳이 중국 AI 회사들에 19억달러(약 2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그중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에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이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SMIC에 5000만달러(약 667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를 포함해 150개 이상의 중국 반도체 회사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앞서 SMIC는 2020년부터 미국 정부의 거래제한 명단에 올라 수출 규제 대상이 됐다. 위원회는 "자금 조달, 지식 이전과 다른 무형의 혜택 등 미국 VC로부터의 수십년간의 투자는 중국의 우선 분야를 구축하고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간단히 말해서 핵심 전략 분야에서 중국으로의 강력한 투자 제한은 국가안보와 인권에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SMIC 외에도 미국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으면서 이들 VC의 투자를 받은 중국 기업에는 AI 기업인 센스타임과 쾅스커지)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소수민족 탄압을 지원한 혐의로 이들 기업을 모두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안면 인식, 영상 분석 등 AI 기술로 군중 속에서 특정 위구르족을 식별해 냄으로써, 중국의 공안 당국에 기여했다는 이유였다.

아울러 위원회는 인민해방군이나 강제노동, 집단학살과의 관련성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받거나 요주의 대상에 오른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미국 정부가 바로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국의 핵심·신흥 기술, 군사적 역량, 인권과 관련이 있는 분야에 대한 추가 대외 투자 제한도 실행할 것도 촉구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사모펀드와 VC 등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마이크로전자공학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번 보고서에 대해 SCMP에 "미국 정부가 무역과 기술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한다"고 비판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