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통로 된 지역인재전형…서울 고교생 '지방 유학' 침공?
정부가 비수도권 의대 중심으로 증원을 추진하면서 ‘지역인재전형’이 새 입학 통로로 주목받는다. 각 대학이 속한 지역 내 고교 졸업생만 지원할 수 있는 이 전형으로 2000명 이상을 선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인재전형 정원, 현 수준 2배로 늘듯”
종로학원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역의 27개 의대는 당초 2025학년도 입시에서 전체 모집정원 2023명 중 52.8%인 1068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도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는 비수도권 대학 의대 정원의 60%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충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종로학원은 “현 정원에서 2000명 증가, 지역인재전형 비중 60% 이상이라는 변수를 대입하면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은 2018명으로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60%는 하한선이기 때문에 실제 선발 인원은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입시업계에서는 지역인재전형을 통한 의대 진학이 전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지역인재전형은 수도권 학생들이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2024학년도 입시에서 지방권 27개 의대의 지역인재전형(수시모집) 경쟁률은 10.5대 1로, 전국단위 선발 전형(29.5대 1)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반면 서울권(9개) 의대는 수시 평균 경쟁률은 47.5대 1, 경인권(3개) 의대는 132.8대 1을 기록했다.
합격선도 낮은 편이다. 종로학원이 지방권 27개 의대의 2023학년도 수시모집 최종 합격 성적을 분석한 결과 지방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최저 합격선은 학생부교과전형 기준으로 1.51등급이었다. 서울권(1.18등급)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다소 쉬워진 지역인재전형을 공략하기 위해 서울에서 지방으로 역유학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인재전형 확대로 지역과 수도권 의대의 입학성적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지역인재전형은 느는데, 지역 학령인구 수는 줄어들고 지원 조건은 2028학년도부터 출신 중학교까지로 강화되다 보니 지원자 풀은 줄어든다”며 “일부 대학은 지역인재전형의 수능 최저 등급을 소폭 완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역 의사 10명 중 4명은 수도권으로
하지만 지방에서 의대를 졸업한 이후에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지방대육성법 이후 지역인재의 입학 및 취업 실태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까지 비수도권 대학을 나와 수도권으로 유입된 의약계열 졸업생은 매년 36~38% 선으로 집계됐다. 이는 교육계열(19~21%), 자연계열(24~28%), 인문계열(19~24%)보다 높은 수준이다. 의대생이 다른 학과보다 졸업 이후에 수도권으로 더 많이 몰린다는 뜻이다.
충청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출신인 김모씨는 “나는 지역 토박이인 데다, 학부 모교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으면 원하는 과를 쉽게 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지만 열악한 수련 환경 때문에 서울 대형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지역인재전형 출신 수련의 서모씨는 “학부 성적이 좋으면 본인의 출신 상관없이 서울의 빅 5 병원에 지원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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