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활용 못하고 개선 고민도 안 하는데, 클린스만은 런던 뭐하러 가나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감독은 K리그를 등한시하고 해외파 소속팀 순방 위주로 일하면서 핵심 스타들 위주로 팀을 운영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을 보면 해외파들의 역량 극대화에도 실패했다. 이제 외유성 출장 위주로 근무할 핑계는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 패배로 탈락한 뒤 8일 밤 귀국했다. 귀국 인터뷰에서 뜻밖에 환한 미소를 보여주며 패장이 아닌 개선장군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아시안컵을 전혀 실패로 인식하지 않았고, 성공과 실패를 떠나 대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오히려 대표팀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말을 통해 기존의 노선을 유지할 거라고 말했다.
특히 "짧은 휴식을 가진 다음에 유럽으로 넘어가서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 선수, 또 다른 선수들의 일정을 보고 경기를 볼 예정"이라며 순방 위주 근무 방식을 고수할 거라고 말했다. 재택과 순방에 대한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클린스만 감독은 "여러분들의 생각, 비판은 존중하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 또 제가 생각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업무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미국 자택에 오래 거주하는 건 업무목적이 전혀 없고, 순수하게 자신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어차피 비디오 미팅 등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므로 굳이 한국에 길게 머무를 필요 없다는 이유를 댔다.
그나마 핑계가 있는 쪽은 유럽 출장이었다. 토트넘홋스퍼의 손흥민, 바이에른뮌헨의 김민재는 특히 전소속팀에서 뛰기 때문에 귀빈으로서 구단에 초청받기 딱 좋았다. 스코틀랜드 구단 셀틱의 경우, 클린스만 같은 왕년의 스타가 방문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기 때문에 영국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러 차례 해외파들의 경기를 '직관'하는 사이에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총리의 초청, 유럽축구연맹(UEFA) 회의 등 개인일정도 소화했다. 이 출장이 단순한 외유성 출장을 넘어 실질적인 의미가 있으려면 등한시한 K리거 대신 유럽파 스타들의 기량은 최대한 끌어낼 수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선수 활용 능력은 바닥에 가까웠다. 단적으로 포지션만 봐도 클린스만 감독이 현지에서 확인한 유럽파의 원래 위치와 역할에 맞춰주는 경우가 드물었다. 오현규와 조규성은 소속팀에서 주로 원톱을 소화하고, 손흥민은 원톱 또는 왼쪽 윙어로 뛴다. 이강인은 여러 위치를 오갈 수 있는 선수지만 4-4-2 포메이션의 오른쪽 미드필더는 경력을 통틀어 가장 적게 소화해 본 위치에 해당한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감독 경력 내내 선호해 온 4-4-2 대형에 선수들을 끼워 맞추기만 했다. 별다른 활용법이 필요하지 않은 센터백 김민재를 제외하면 한국의 간판 스타들 모두 감독이라는 족쇄를 달고 대회를 소화한 셈이었다.
그 결과 손흥민은 대회 내내 필드골을 하나도 넣지 못했고, 페널티킥(2골)을 제외한 골은 프리킥 하나였다. 모두 팀의 전술적 지원이 없는 가운데 순수하게 자신의 킥력으로만 만든 득점이다.
이번 대회는 손흥민이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고, 온전한 컨디션에서 치를 수 있는 유일한 메이저 대회였다. 손흥민의 기량은 20대 중반에도 꾸준히 향상돼 2020년 즈음부터 절정에 달했다. 그런데 대표팀에서는 각종 이유로 원래 실력을 보여줄 수 없었다.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은 직전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해 대회를 처음부터 소화하지 못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발탁 자체가 불투명한 안면 부상으로 원래 경기력이 아니었다. 이번 아시안컵은 손흥민이 전성기 나이와 기량을 유지하면서, 외부적 요인 없이 치를 수 있는 유일한 대회였다. 그 기회를 감독의 별 고민 없는 활용법으로 낭비한 셈이 됐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전술적 활용이 잘 되지 않았다면, 동기부여 측면에서라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시안컵과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 선수들은 아무런 외부 요인 없어도 알아서 열심히 뛰기 마련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대회 종료 후 대표팀 내부의 갈등이 드러났지만 선수들은 대회 기간 동안 이를 숨기고 최선을 다한 바 있다.
게다가 유럽파 선수 중 일부는 클린스만 감독의 의미 없는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마지못해 인사를 나누고, 면담에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러분과 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말을 한결 같이 반복하고 있는데, 자신의 생각에는 어떤 근거가 있는지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추상적인 말로 적당히 빠져나가는 인터뷰를 반복하면서 기존 지도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직을 계속 유지하면서 달라지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면 앞날은 더 암울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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