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 이범영 은퇴... 다사다난했던 프로생활
[곽성호 기자]
2000년대 중반과 2010년대 초반과 중반, K리그를 흔들었던 전설들이 2023시즌을 마지막으로 축구화를 벗었다. 지난해 6월 6일, 17라운드 수원 FC와 울산 현대와의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박주호를 시작으로 시즌 종료 직전에는 이근호가 차례로 축구화를 벗었으며 시즌 종료와 함께 은퇴가 예정됐던 염기훈(수원삼성)과 김창수 역시 현역 생활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박주호-이근호-염기훈-김창수로 이어지는 스타 선수들의 은퇴 소식과 함께 2024시즌 시작 직전 한국 축구의 최후방을 지켰던 한 선수가 지난 8일 개인 SNS를 통해 은퇴 소식을 발표했다. 바로 축구 국가대표팀 출신 골키퍼 이범영이다.
▲ 지난 8일 프로 축구 선수 은퇴를 선언한 이범영 |
ⓒ 한국프로축구연맹 |
2008년 신갈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 아이파크 유니폼을 등에 업고 프로 무대에 당찬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범영은 FA 컵 무대를 통해 첫 프로 무대 데뷔에 성공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큰 인상을 남겼던 이범영은 비록 1실점을 기록했으나 눈에 띄는 선방 능력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후 주전 자리를 차지했던 이범영은 데뷔 시즌 리그 10경기에 나와 17실점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이듬해 청소년 대표팀 차출과 U-20 이집트 월드컵 출전으로 리그 경기에서 3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10시즌에 리그 6경기 출전으로 경기 시간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홍명보 감독(울산)이 지휘하던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이범영은 4강 UAE(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 교체 출전해 아쉬운 선방 능력을 보여주며 무릎을 꿇었으나 이를 계기로 소속팀에 복귀해 2011시즌에는 리그 14경기에 나서며 실력을 입증했고 2012시즌에도 리그 12경기에 나서며 잠재성을 입증했다.
꾸준한 경기 출전으로 감각을 끌어올린 이범영은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대표팀을 이끌던 홍명보 감독의 부름에 응답하며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비록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정성룡(가와사키)에 주전 자리를 허용하며 조별리그 3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8강 영국전에서 정성룡이 마이카 리차즈(은퇴)와의 경합에서 어깨 부상으로 경기장에서 나가야만 했고 이범영이 대신 교체 출전하며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세계 무대에 뽐내게 된다.
경기 내내 영국의 대공세를 온몸으로 받아낸 이범영은 승부차기에서 다니엘 스터리지(은퇴)의 슈팅을 선방하며 팀에 승리를 안기며 대활약을 펼쳤다. 영국과의 경기에서 승리 주역으로 활약한 이범영은 기세를 몰아 4강 브라질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나 3실점을 허용하며 아쉽게 패배의 맛을 봐야만 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던 이범영은 이듬해 소속팀 부산에서 완벽한 주전으로 도약, 리그 31경기에 나와 33실점만을 허용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 전북 현대 시절 이범영 |
ⓒ 한국프로축구연맹 |
2014시즌에도 팀의 주전으로 활약한 이범영은 실력을 인정받아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 비록 정성룡과 김승규(알 샤밥)에 밀려 출전은 불발됐으나 월드컵 이후 펼쳐진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 처음으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르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상승 곡선을 그린 채 2015시즌을 맞이했던 이범영은 소속팀의 강등과 함께 아쉬운 모습을 보이게 된다.
주전 골키퍼로 부산 골문을 지켰던 이범영은 리그 29경기에 나와 40실점을 허용하며 아쉬운 모습을 남겼고 수원 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실점을 허용하며 기업 구단 첫 강등이라는 오점을 남기며 시즌을 종료했다. 강등 이후 일본 무대로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범영은 아비스카 후쿠오카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으나 2년 연속 강등을 경험했고 결국 1년 만에 반란의 승격 팀으로 폭풍 영입을 단행하던 강원 FC로 영입되며 한국 무대로 복귀했다.
2017시즌 강원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리그 36경기에 나와 58실점을 기록한 이범영은 강원 구단 역사상 첫 파이널 A 진출 성공과 함께 안정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저력을 보여줬다. 이듬해 김호준(은퇴)과의 경쟁 구도에서도 우위를 점했던 이범영은 리그 30경기에 나오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강원과의 계약 종료 이후 K리그 최강팀인 전북 현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범영은 기존 주전 골키퍼인 송범근(쇼난)과의 경쟁 구도를 기대했으나 첫 훈련에서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기나긴 재활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2020시즌 종료 직전 전북 소속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범영은 상하이 하이강과의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6차전에 선발 출전해 전반전을 소화하며 복귀, 이듬해에도 ACL 무대에서 활약하며 팀의 16강 진출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2021시즌 종료 이후 수원 FC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범영은 박배종, 노동건과의 경쟁 구도에서 밀리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고 결국 2년간 리그 5경기 출장에 그치며 팀을 떠났다. 새로운 팀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범영의 선택은 '은퇴'였다.
1989년생으로 만 34살에 접어든 이범영의 이른 은퇴 선택이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하지만 16년간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며 경기장 최후방에서 매 순간 빛나는 선방과 조율 능력을 보여준 이범영의 모습은 늘 눈부셨다. K리그 221경기 출장과 국가대표팀 1경기 출전을 시작으로 U-20 월드컵, 아시안 게임, 올림픽, 월드컵을 거치며 나라를 대표했던 이범영이다. 과거 경기장에서 기행으로 인해 논란이 있었으나 이를 제외하면 거치는 팀마다 훌륭한 프로 정신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으며 성실한 모습으로 최후방을 지키며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다.
K리그를 넘어 나라를 대표했던 이범영. 그의 축구 인생 제2막을 응원하자.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마침내 드러난 대통령실의 거짓말, '국정조사' 시작해야
- 류희림 청부민원 의혹 첫 보도, '민원인 관계도'가 열쇠였다
- 출산하면 1억 주는 부영, 6년 전엔 이런 '흑역사'가...
- 2심도 징역 2년 조국 "포기 않고 새로운 길 가겠다"
- [사진으로 보는 일주일] 한동훈 비대위원장, 어디 보십니까
- [이충재 칼럼] '김건희 명품백' 끝나지 않았다
- 스페인 시금치, 중국 무, 모로코 애호박으로 명절 보내요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대혼돈의 선거버스
- 김동연 "윤석열의 낮은 지지율 착각, 진짜 문제는..."
- 일본 언론이 환호한 윤 대통령 발언... 우리 국민만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