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충격과 -56.4조 펑크, Y-노믹스 처참하다
[송두한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상생 금융· 기회사다리 민생토론회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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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민간주도·시장중심' 이념에 매몰된 사이, 주요 경제지표들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내수 경제는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 여력이 소진되고, 수출경제는 차이나(중국)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아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갈 길이 사실상 막힌 상태다.
민생경제는 '부자 뺀 건전재정'이 민생이라는 해괴한 논리에 각자도생의 바다를 표류하고 있다. 'Y(윤석열)-노믹스'가 내민 성적표는 '1.4%'짜리 저성장 충격과 '-56.4조 원'이라는 사상 최악의 세수펑크다.
추락하는 경제지표는 우리 경제가 사실상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이를 애써 외면하거나 방치한다면 경제위기로 진화할 수도, 장기 저성장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작금의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성찰할 시간이 필요한 때다.
최악의 성장률 충격, '저성장 함정'을 예고하는 위기의 전조
한국경제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2020년에 사상 처음으로 G10(GDP 순위) 국가에 진입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3% 내외의 성장률을 꾸준하게 유지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2022년에는 성장엔진의 연비가 떨어지면서 13위까지 밀려났으며, 1.4% 성장에 그친 2023년에는 14위인 호주에게도 간발의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경제가 고금리·고물가 충격에 신음하다 보니, 1%짜리 '저성장 함정'이 얼마나 위험한 사태인지도 제대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저성장 함정을 경험했던 일본경제는 시발점이 된 1994년 이후 30년 평균 성장률이 1%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 이후 성장률이 1%대 이하로 떨어졌던 적이 다섯 차례뿐이다. 이 중 4차례의 경제위기 사례를 제외하면, 1%대 성장은 2023년 1.4%가 유일하다. 구체적으로, 1980년에는 2차 석유파동으로 –1.6% 성장했으며, 1998년 외환위기 땐 –5.1% 역성장했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 와중에도 0.8%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발 경기충격으로 –0.7%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 가계 실질소득증가율 추이(왼쪽)와 주요국 성장률 추이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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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성장률 추이(2021년~2023년)를 보면, 미국경제는 2년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2023년에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5.8%→2.1%→2.5%). 또한, 일본의 성장률 지표("2.1%→1.0%→2.0%)와 중국의 성장률 지표(8.4%→3.0%→5.2%) 모두 2023년에 바닥을 잡고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 전반에 걸친 고물가·고금리 충격에도 유독 우리 경제가 성장률 충격의 직격탄을 맞았단 점이다. '민간 주도·시장 중심' 이념에 뿌리를 내린 'Y-노믹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띤다. 수출이 끌고 내수가 미는 성장모델도 작동하지 않았고, 내수 공백을 수출로 메우는 피드백 시스템에도 하자가 발생했다. 장기 불황을 예고하는 '저성장 함정'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유다.
▲ 신고 배 1개에 5천원 설 명절을 앞두고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71로 지난해 동월보다 8.0% 올랐다. 과일 품목별 상승률은 사과가 56.8%를 기록했고 복숭아 48.1%, 배 41.2%, 귤 39.8%, 감 39.7%, 밤 7.3% 등 순이었다.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상인들이 배를 팔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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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재정 중독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민생경제는 고금리·고물가 충격에 소득충격까지 겹쳐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건전재정은 부자 확장재정과 민생 긴축재정이 충돌하는 일종의 제로섬(zero-sum)게임이다. 윤 정부는 '부자와 기업 뺀 긴축재정'으로 사상 최악의 세수펑크를 자초해 그 충격을 민생 긴축재정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윤 정부는 '부자감세가 민생'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고강도 감세 정책을 추진해 법인세 감소분이 전체 세수결손의 44%에 달하는 대형 사고를 냈다. 또한, 공공요금 인상이 주도하는 '공공발 물가대란' 사태가 발생하자, 이번에는 돈을 풀면 물가 때문에 서민이 다 죽는다며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 한다. 이제는 나라 곳간이 거덜 나 민생 확장재정을 추진할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 결과, 내수의 원천인 가계의 실질소득이 장기간에 걸쳐 감소하는 소득충격이 장기화되고 있다.
먼저, 가계 실질소득은 2022년 하반기 이후에는 0% 방어선을 버티려 애쓰다 이제는 아예 길게 누워버렸다. 코로나 이전의 성장 균형으로 돌아가기는커녕 마이너스 성장을 막아내기도 벅찰 정도로 후퇴해 버렸다.
구체적으로, 실질소득은 2022년 2분기에 6.9%(전년동기) 증가해 정점을 찍고 나서, 3분기 –2.8%, 4분기 –1.1%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작년에도 실질소득 지표는 1%대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1분기 0.0%, 2분기 –3.9%, 3분기 0.2%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상 소득 성장이 멈추거나 역주행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이처럼 실질소득이 감소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소진되다 보니, 내수업종의 매출 충격이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이다. 민생경제는 부자감세에 볼모로 잡혀 위기의 본질인 물가, 금리, 소득충격을 막아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추락하는 수출경제,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로 전락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 한국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경제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우리 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수출경제의 수지구조가 '불황형 흑자'(수출보다 수입이 줄어 발생하는 흑자)에서 '불황형 적자'(수출보다 수입이 더 증가해 발생하는 적자)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무역수지 지표가 망가지는 속도와 강도를 보면,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두렵게 느껴질 정도다.
208개국을 대상으로 IMF가 발표한 무역수지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2021년 18위에서 2022년 197위로 떨어졌으며, 2023년 상반기에는 또다시 200위로 밀려났다. 과연 핵심 경제지표가 마치 코스닥 잡주처럼 극적으로 추락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 무역수지 세계 순위 추이(왼쪽)와 대중(對中) 수출액 · 수출비중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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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주력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21년 25.3%에서 2023년 19.7%로 줄었다. 한국경제가 중국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미국 중심의 수출구조 재편이나 한·중 교역환경의 질적 변화 등을 운운하며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수출이 아무리 증가한다고 하여도 결코 대중국 수출 공백을 메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차이나 리스크는 과도한 정치와 신념이 경제와 결합해 만들어 낸 참사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불필요하게 미국의 중국 고립정책(Economic Containment Strategy)에 깊숙이 관여했다가 미-중 경제전쟁이 한-중 무역분쟁으로 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작 G2 경제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대립에서 타협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중국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미-중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우리나라임이 실증적으로 검증된 셈이다.
한국경제는 설령 정부가 국정 기조를 바꾼다고 해도 1%대 저성장 충격에서 벗어나 코로나 이전의 균형을 복원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시장실패 영역이 늘어나고 있는데 '민간주도·시장중심'만 외치고 있으면, 민생경제는 각자도생의 바다를 표류하게 된다. 또한 알맹이 없는 노동, 교육, 연금 개혁에 매달릴 정도로 한가한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민생위기의 본질을 관통하는 근본 대책부터 세워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두한은 국민대 특임교수(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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