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3호 트리플더블, '100% 박혜진'이 온다

양형석 2024. 2. 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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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8일 하나원큐전 15득점10리바운드10어시스트, 우리은행 2위 확정

[양형석 기자]

'완전체'가 뭉친 우리은행이 적지에서 하나원큐를 가볍게 제압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우리WON은 8일 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 하나원큐와의 원정경기에서 77-64로 승리했다. 박지현과 최이샘이 결장했던 지난 5일 삼성생명 블루밍스전에서 61-70으로 패하며 최근 3경기에서 1승2패로 부진했던 우리은행은 정예림과 김시온이 결장한 하나원큐전에게 13점 차 승리를 거두며 정규리그 2위를 확정 지었다(19승5패).

우리은행은 박지현이 17득점12리바운드4어시스트2스틸로 최다득점을 기록했고 최이샘이 3점슛 3방을 포함해 12득점6리바운드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이날 평소보다 10분 이상 적은 25분40초를 소화한 김단비도 6득점5리바운드5어시스트2스틸2블록슛으로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부상복귀 후 꾸준히 출전시간을 늘리고 있는 '또치' 박혜진은 15득점10리바운드10어시스트로 개인 통산 3번째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2010년대 중반을 지배했던 '슈퍼스타'
 
 박혜진은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 기간 동안 4번의 정규리그 MVP와 3번의 챔프전 MVP를 휩쓸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이번 시즌 WKBL을 지배하고 있는 선수는 단연 KB스타즈의 박지수다. 박지수는 이번 시즌 KB가 치른 24경기에 모두 출전해 20.71득점(1위)15.75리바운드(1위) 5.63어시스트(3위)1.71블록슛(1위)2점 성공률59.6%(1위) 등 공수 각 분야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박지수는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라운드 MVP를 휩쓸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정규리그MVP를 차지할 확률이 매우 높다.

박지수는 2016-2017 시즌 프로 데뷔 후 2021-2022 시즌까지 6번의 시즌 동안 세 번이나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을 만큼 WKBL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하지만 196cm라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워 여자농구 무대를 지배하고 있는 박지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WKBL의 슈퍼스타'로 불리던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2013-2014 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7번의 시즌 동안 5번의 정규리그 MVP를 휩쓸었던 박혜진이 그 주인공이다.

여자농구의 명문 삼천포여고를 나온 박혜진은 2008-2009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됐다. 하지만 당시 '타미카 캐칭 시대'를 끝낸 우리은행은 신한은행 에스버드에게 최강자리를 내주고 침체기에 빠지던 시점이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박혜진이 입단하자마자 네 시즌 연속 최하위라는 암흑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박혜진은 그 덕에 루키 시즌부터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박혜진은 팀의 주력선수로 성장하던 2011-2012 시즌 김광은 전 감독의 폭행사건으로 인해 심한 마음고생을 했지만 2012년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부임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엄청난 훈련량을 통해 몸도 마음도 한층 더 성숙해진 박혜진은 2012-2013 시즌 우리은행 통합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2013-2014 시즌에는 프로 데뷔 여섯 시즌 만에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며 WKBL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사실 첫 MVP를 수상했을 당시 박혜진의 개인기록은 12.6득점4.9리바운드3.7어시스트로 크게 돋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포인트가드로서 팀을 조율하고 풍부한 활동량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기록지에 써 있는 숫자보다 훨씬 높은 공헌도를 기록했다. 박혜진은 2014-2015 시즌에도 정규리그 MVP 2연패를 달성했고 2014-2015 시즌부터 2016-2017 시즌까지는 3시즌 연속 챔프전 MVP를 수상하며 '또치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건강한 박혜진으로 완성되는 '완전체' 우리은행
 
 박혜진의 몸 상태가 100%로 올라오면 우리은행의 전력은 대폭 강해질 수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박혜진은 우리은행이 통합 6연패를 차지하는 기간 동안 4번의 정규리그 MVP와 3번의 챔프전 MVP를 휩쓸며 여자농구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4번째 MVP에 선정된 2018년3월 그녀의 나이가 만27세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박혜진의 젊은 나이와 한창 물이 오른 기량을 고려했을 때 현역 시절 '여제'로 불리던 정선민이 보유한 WKBL 역대 최다 MVP(7회)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6년 박혜진에게는 박지수라는 엄청난 경쟁자가 등장했다. 실제로 2018-2019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박혜진이 한 번의 MVP(2019-2020 시즌)를 수상하는 동안 박지수는 세 번의 MVP를 쓸어 담았다. 게다가 박지수가 개인사정과 부상으로 9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2022-2023 시즌에는 김단비가 우리은행에 합류하면서 팀 내 역할이 축소됐고 박혜진 본인도 발바닥 부상 때문에 마음껏 코트를 누비지 못했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에도 부상으로 시즌 개막을 함께 하지 못했고 우리은행의 에이스 자리는 어느덧 박혜진이 아닌 김단비와 박지현에게로 넘어갔다. 박혜진은 작년 11월 코트에 복귀해 8경기를 소화했지만 다시 무릎을 다쳐 두 달 가까이 코트를 비웠다. 그 사이 우리은행은 선두 KB와 점점 격차가 벌어졌지만 위성우 감독은 "목표는 플레이오프"라며 박혜진의 복귀를 서두를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 3일 BNK썸과의 경기에서 코트에 돌아온 박혜진은 복귀 후 3경기 만에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농구팬들에게 '또치의 건재'를 알렸다. 박혜진은 전반에 점수 차가 19점으로 벌어지면서 박지현과 김단비,최이샘 등 우리은행 주축선수 대부분이 출전시간 30분을 넘기지 않았던 하나원큐전에서 홀로 37분을 소화하며 15득점10리바운드10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박혜진의 프로 데뷔 세 번째 트리플더블이었다.

이날 승리로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한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3위를 상대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4위 하나원큐에게 4경기 앞서 있는 삼성생명이 우리은행의 상대가 될 확률이 높다. 삼성생명은 키아나 스미스와 이주연,신이슬,조수아 등 가드진이 뛰어난 팀으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젊은 가드들은 아직 '100%의 박혜진'을 상대해 본 경험이 없다. 우리은행이 시즌 후반 박혜진의 컨디션 회복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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