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비난 속 귀국한 클린스만 "아시안컵 4강, 실패 아냐"

김현기 기자 2024. 2. 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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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탈락하며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팬들의 성토 속에 귀국했으나 사퇴 요구 여론에 대해선 일축했다. 이에 팬들은 대한축구협회에 그의 경질을 강하게 촉구하는 상태다.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을 마치고 카타르에서 귀국한 8일 저녁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엔 300여 명의 팬이 몰렸다. 대표팀은 지난 7일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2로 충격적인 완패를 당하며 탈락한 뒤 이날 돌아왔다.

2019년 아시안컵 8강보다는 나은 성적을 기록했으나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역대 최고 수준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 속에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렸던 터라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요르단에 패배 직전까지 갔다가 후반 추가시간 상대 자책골로 간신히 2-2로 비겼다. 이어 요르단과 17일 만에 리턴 매치를 벌였으나 유효슈팅 한 번 날리지 못하고 졸전 끝에 완패,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면서 팬들 실망감이 커졌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대표팀은 지난해 11월부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르고 있다. 당장 다음달 말에도 태국과 홈앤드어웨이 2연전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이를 클린스만 감독에게 맡겨도 되느냐는 회의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입국장엔 설 연휴를 맞아 출입국을 위해 공항을 드나든 길에 발걸음을 멈춘 여행객이 대다수이긴 했으나 클린스만을 비판하기 위한 축구팬도 일부 눈에 띄었는데, 이들은 클린스만을 향해 "이게 축구야!"라거나 "집에 가", "고 홈"(Go home)을 외치며 항의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클린스만의 입국 인터뷰 도중 엿사탕을 던지는 이도 있었다. 클린스만 사진을 들어올리며 그가 오기를 유도했다가 야유를 퍼붓는 팬도 있을 만큼 팬들의 반감이 컸다.

클린스만의 인터뷰 자세와 내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사퇴 의사가 있나. 계속 대표팀을 이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는 첫 질문에 "나이스 퀘스천"(좋은 질문)이라며 특유의 웃음 지으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저도 여러분만큼 이번 대회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준결승전에선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고, 결승에 진출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며 요르단을 다시 한 번 극찬한 그는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어 "요르단과의 경기 전까지 13경기 무패라는 결과도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면서 "그런 것을 생각하며 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독일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월드클래스 공격수였던 그는 이런 패배 뒤 비판에 대해선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축구를 통해 얻는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16강전이나 8강전 승리 땐 많은 분이 행복해하셨을 거고, 탈락하면 여론이 달라지고 부정적인, 극단적인 발언도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비판도 받아들일 줄 아는 게 지도자이자 축구인으로의 자세"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면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는 성장 과정에 있다. 지난 1년 동안 성장하면서 새로 발견한 부분도 있다. 어린 선수들을 팀에 합류시키며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대표팀이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면서 내달 태국전 준비 의지를 밝혔다. 정 회장은 자신의 유임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도 현지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긍정적인 것은 물론 보완해야 하는, 안 좋은 점도 많이 얘기했다"면서 "3월 태국과의 2연전을 비롯해 앞으로 준비할 것들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른바 '재택근무'와 '월클 놀이'로 요약되는 업무수행 방식은 기존대로 고수할 것임을 못 박았다.

클린스만은 "월드컵 예선이 있기에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면서도 "국가대표팀 감독은 출장을 비롯한 여러 업무를 프로팀 감독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 지적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저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이제 다시 북중미 월드컵 예선 모드에 돌입한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5-0), 중국(3-0)과의 2연전에서 연승을 거둬 C조 선두(승점 6점)에 오른 우리나라는 3월 21일 태국과 홈 경기를 치른 뒤 26일엔 태국 원정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대표팀 소집은 3월 18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차예선은 약팀들과 한 조에 속하고 한국이 이미 2연승을 거뒀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력을 펼친다면 태국과의 2연전에서 최종예선 조기 확정도 가능하다.

태국과의 2연전을 마치면 6월엔 싱가포르와의 원정 경기, 중국과의 홈 경기를 통해 2차예선을 마무리한다. 이어 오는 9월부터는 최종예선에 돌입해 북중미 월드컵 본선 티켓을 다툰다. 2차예선을 통과한 18개국이 6개국씩 3개조로 나뉘어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은 각 조 1~2위를 차지해야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진출을 일궈낼 수 있다. 3~4위를 차지하면 다른 조 3~4위 팀들과 플레이오프를 치러 남은 2.33장의 티켓을 따내야 한다.

최종예선에선 일본과 이란은 만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기존 아시아 강자를 비롯해 이번에 한국을 누르며 결승에 진출한 요르단, 일본을 이긴 이라크, 중앙아시아 복병인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은 만날 수 있다. 북한 역시 2차예선을 통과하면 붙는 게 가능하다.

태국과 2연전까지 클린스만 거취 논의는 하겠지만 코칭스태프 포함 100억원을 훌쩍 넘어가는 것으로 추산되는 위약금 때문에 경질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천안에 대단위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라는 토목공사를 하느라 돈이 빠듯한 상황이다.

사진=인천공항, 김한준 기자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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