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계약 갱신 하려다 맘 바꿨다면 계약 종료 시점은

문현경 2024. 2. 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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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월세 매물 안내문.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했다가 해지하겠다고 했다면,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은 언제가 될까. 3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1월에 갱신-해지 해프닝이 있던 사건에서, “4월에 끝”이라는 세입자와 “6월에 끝”이라는 집주인이 법정 다툼을 벌인 끝에 대법원은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B씨 소유의 서울 강남구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78만원 조건으로 2019년 3월 10일부터 2021년 3월 9일까지 2년간 쓰기로 했다. 계약 만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21년 1월, A씨는 B씨에게 두 번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5일에는 계약을 갱신하겠다고 했다가, 29일에는 갱신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했다.

갱신 요구도, 갱신된 계약을 취소하는 것도 임차인의 권리다. 집주인 B씨도 이건 이해했다. 하지만 그래서 이 계약이 최종적으로 언제 끝나는 것인가를 두고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른 게 문제였다. 세입자 A씨는 빨리 나가고 싶었고, 집주인 B씨는 늦게 나가길 바랐다.


4월에 나간 세입자, 6월에 돌려준 보증금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에는 “임차인은 (자신의 요구로) 계약이 갱신된 경우 언제든지 해지 통보를 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해지는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고 돼 있다. A씨는 1월 29일에 B씨가 통지를 받았으니 그로부터 3개월 뒤인 4월 29일이면 계약이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 날로 짐 빼고 나갈 테니 보증금도 돌려달라 했다.

하지만 B씨는 그 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A씨는 곧바로 소송을 냈다. B씨는 아직 계약이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B씨는 갱신된 계약에 대한 해지 통보는 일단 계약이 갱신돼야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그렇다면 일단 기존 계약이 끝나고(3월 9일) 갱신된 임대차 기간이 시작되는 3월 10일부터 3개월 뒤 6월 9일이 종료일이라 봤다. 그리고 B씨는 실제로 6월 9일에 보증금을 돌려주긴 했다. 다만 A씨가 이사 나온 뒤부터 그 날까지 한 달 남짓한 월세, 200여만원을 제하고서였다.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언제부터 3개월? 소송 번진 날짜 싸움


“4월에 끝난 계약”이란 A씨와 “6월에 끝나는 계약”이란 B씨 간 날짜 다툼은, 법정에 와서는 “부당하게 깎인 한 달여 월세와 두 달 늦게 준 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내놓으라”는 세입자와 “정확한 날짜에 정확한 금액을 줬는데 뭘 돌려주냐”는 집주인 간 돈 다툼이 됐다.

지난해 6월,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부장 윤강열)는 집주인 B씨의 주장대로 6월 9일에 계약이 끝나는 게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임차인에게 일방적인 해지권을 부여한 예외적 조항은 가능한 한 명확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해당 규정은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해지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갱신 전’에도 언제든지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봤다. 그렇게 ‘갱신된’ 계약은 3월 10일에 시작하는 것이니 그 전에는 언제 해지통보를 했다 한들 3월 10일까지 기다렸다 3개월을 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재판부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후 임의로 철회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임대인은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경. 뉴스1


세입자 손 들어준 대법원 “통지일 기준 3개월”


하지만 이런 판단은 반년 뒤인 지난달 11일 대법원에서 깨졌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씨의 말대로 4월 29일에 계약이 끝난 게 맞다고 봤다. “임차인은 자신의 요구로 임대차계약에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 언제든지 계약의 해지 통지를 할 수 있고,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하며, 이는 계약해지 통지가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 전에 임대인에게 도달했더라도 마찬가지”란 해석이다.

‘갱신된’의 의미를 엄격하게 봐 갱신 개시일(3월 10일) 전에 한 해지통보는 개시 후에 한 해지통보와 다르다 한 서울고법과 달리, 대법원은 갱신 개시 전후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A씨가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 개시 전 해지 통지를 했다고 해서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를 기다렸다 3개월을 세야 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갱신 전이든 후든, 임차인의 해지 의사를 집주인이 통지받은 날로부터 3개월 지나면 계약이 끝난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이런 취지로 판결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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