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는 안 지내도 떡국은 먹고싶어'…이맘때 시장풍경 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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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둔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최근 KB국민카드가 고객 패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설 연휴 동안 가족·친척과 설 차례를 지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38%에 그쳤다.
20년째 경동시장에서 더덕을 판매하고 있다는 안영주씨(63)는 "우리 세대도 명절에 따로 차례를 지내기보다는 가족들과 외식을 한 번 더 하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여행을 가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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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집·반찬가게·전집은 긴 대기줄까지
설 연휴를 앞둔 지난 7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옆 사람과 어깨가 부딪힐까 조심히 걸어야 할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장을 찾은 이들은 다가오는 명절에 대한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었지만, 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제각각 달랐다. 길게 줄 지어선 사람들로 정신없이 바쁜 점포가 있는가 하면, 명절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 곳도 눈에 띄었다.
‘파리가 날릴 정도’로 한적한 점포는 대부분 제사용품이나 차례 음식을 판매하는 곳들이었다. 한과를 파는 신모씨(64)는 “경제가 어렵고, 소비가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제수품을 파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면서 “우리 세대하고는 생각이 다른지 제사를 안 지내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을 찾은 김모씨(78)는 “옛날 조상들이나 차례를 중요하게 여겼지, 요즘은 안 지내는 경우가 많지 않나”라며 “산 사람 먹고살기도 바쁜데, 돈도 많이 들고 복잡한 차례를 안 지내니 몸과 마음이 다 편안하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9641원으로 지난해(30만7528만원)보다 0.7%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 하면 떠오르던 차례 문화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최근 KB국민카드가 고객 패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설 연휴 동안 가족·친척과 설 차례를 지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38%에 그쳤다. 가족·친척 집을 방문하거나 식사할 예정이라고 답한 비율(58%)보다 낮은 수치다.
20년째 경동시장에서 더덕을 판매하고 있다는 안영주씨(63)는 “우리 세대도 명절에 따로 차례를 지내기보다는 가족들과 외식을 한 번 더 하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여행을 가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차례를 지내는 것과는 별개로 명절 분위기를 내고 싶은 마음은 줄지 않았다. 이날 시장의 한 떡집 앞은 골목 귀퉁이를 돌아서까지 대기 줄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 설날의 대표 음식인 떡국 재료를 사러 나온 이들이었다.
떡집 직원 심모씨(64)는 “평소보다 손님이 2~3배는 많이 찾아왔다”면서 “아직은 그래도 설날에는 떡국을 끓여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 데이터전략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설날에 떡국을 먹는다’고 답했다.
김치나 잡채, 나물 등을 파는 반찬 가게와 전을 부치는 가게들도 바쁘긴 매한가지였다. 가족들과 나눠 먹을 명절 음식을 간편하게 마련하려는 사람들로 쉴 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전집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평소에 전을 안 먹더라도 명절 연휴가 되면 많이들 찾아온다”며 “확실히 평소보다 매출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명절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는 셈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차례 중심의 명절에서 가족끼리 소통하고 여행을 다니며 가족애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명절로 바뀌고 있다”면서 “과거의 전통이 사라지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전통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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