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해상운임에 요동치는 세계 경제 [예측불허 홍해①]
美-후티 반군 공방 갈수록 치열
코로나19 당시 물류대란 재현 우려
수출입 99% 바다로…한국 가장 충격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쪽에서는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고 다른 쪽에서는 전면전 양상이 짙어진다. 중동에서 불붙은 전쟁으로 세계는 다시 한번 물류대란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특히 수출입 물류 99%를 바다에 의지하는 한국은 피해가 켜켜이 쌓이는 중이다.
지난 5일 기준 부산항을 기점으로 하는 세계 13개 주요항로 컨테이너운임지수(K-컨테이너지수, KCCI)가 10주째 상승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 이하 해진공)가 발표한 K-컨테이너지수는 일주일 전보다 3.55% 오른 2831을 기록했다.
9주간 상승세를 이어온 상하이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지난주 잠시 주춤했다가 이번 주 다시 올랐다. 8일 SCFI는 전주 대비 38.64p 상승한 2217.73을 기록했다.
컨테이너 운임은 홍해 사태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반사이익으로 미주 노선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1FEU(12m 규모 컨테이너)당 5005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593달러(13.4%) 늘어난 수치이자, 10주 연속 상승세다. 미주 동안 운임도 6652달러를 찍으며 전주 대비 239달러(3.7%) 올랐다.
반면, 전쟁 위험을 직접 받는 유럽과 지중해, 중동 노선은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중해 노선은 1TEU(6m 컨테이너)당 150달러 내린 3753달러를 기록했다. 유럽 노선은 2723달러를 기록하며 138달러 떨어졌다. 중동 노선 또한 1586달러를 기록하며 76달러 내려갔다.
현재 홍해 사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극심한 몸살을 앓았던 물류대란을 연상시킨다.
글로벌 선박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총량) 변화를 측정하는 해상 데이터 분석기업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12월 셋째 주 선복량이 연평균 대비 57% 급감했다. 코로나19발 물류대란이 극심하던 2020년 3월 첫째 주(-47%)보다 감소 폭이 컸다.
테슬라와 볼보 등 주요 자동차 업체 유럽 공장은 물류망이 막히면서 부품을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점점 짙어지는 세계 경제 그림자
앨런 머피 시인텔리전스 최고경영자(CEO)는 “‘홍해 위기’는 초기 팬데믹 영향보다 훨씬 더 큰 단일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홍해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항로를 변경함에 따라 운송 시간이 늘어난 것이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픽업하는 선박들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한국도 중소 수출입 기업을 중심으로 실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홍해 사태 발생 후 기업 물류 애로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한 설문을 보면 응답 기업 74.6%가 물류 애로를 실제 겪고 있다고 답했다.
물류 애로는 운임 인상(44.3%)이 가장 높았다. 운송 지연(24.1%)과 선복 확보 어려움(20.2%), 컨테이너 확보 어려움(11.4%)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기업들은 현재 홍해~이집트 항로가 아닌 우회항로를 이용하면서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운임 인상으로 인한 실질적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중소 수출입 기업은 급격한 해상운임 인상으로 수출 제조원가가 오르면서 기존에 계약했던 제품 가격으로 납품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홍해발 해운위기가 심화하자 해양수산부는 지난 12월 비상대응반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선박검사 유효기간을 한시적으로 연장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지중해 항로에 항차당 400TEU 규모 중소기업 전용선적공간을 신규로 제공했다. 장기계약 지원 물량도 1100TEU로 확대하기로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비상대응반을 중심으로 관계기관, 업계와 긴밀히 공조하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용 선복 공간을 제공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임 상승에 휘청이는 수출기업, 운송 지연에 ‘녹다운’ [예측불허 홍해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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