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A급은 회당 3~5억'…수십억 받는 배우들, 몸값 하십니까 [포커스]

이이슬 2024. 2.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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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위상↑ ‘월드 클래스’ 배우 늘어
톱스타 출연료는 회당 3~5억원
몸값 10~15억 육박하는 스타도
제작비 상승 주요 원인 ‘높은 출연료’
본문 내용과 본 사진은 무관함[사진출처=연합뉴스]

팬데믹 이후 시장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극장 영화양분됐다. 만듦새가 아쉬운 일명 '창고 영화'가 줄줄이 극장에 걸리자 관객들은 발길을 끊었다. 투자자들은 잇따라 OTT 제작에 돈을 댔다. 일찌감치 주요 콘텐츠 제작사는 좋은 웹툰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고, 이는 곧 8~12부작 시리즈 콘텐츠로 제작돼 여러 플랫폼에서 공개됐다. 설상가상 채널도 늘면서 콘텐츠 시장의 무게중심은 OTT에 60% 이상 기울었다.

시장이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배우들의 안정적인 캐스팅이 요구됐다. 배역에 이미지가 잘 맞고 연기력을 갖춘 배우이면서 인지도와 화제성 모두 고려된다. 특히 사생활 리스크, 평판 등 검증은 더 엄격해졌다. 제작사 등 프로덕션들과의 이해관계가 중요해지면서 '스타'도 비즈니스를 하는 시대가 됐다.

제작비 2~3배 상승…K콘텐츠 인기에 배우 출연료 치솟아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난 영화·콘텐츠 제작사, 주요 플랫폼 관계자 다수는 제작 시장 판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에는 5억원 선에서 회당 제작이 가능했지만, 이제 한 회당 제작비가 10억원 정도 든다. 팬데믹 이후 2~3배가 뛰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100억 대작'이라며 드라마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 16부작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평균적으로 160~200억원 정도가 든다.

극장용 영화 사정도 다르지 않다. 예전에는 20~30억원에 제작되던 영화가 이제 60~70억원 정도 든다. 총제작비가 2~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손익분기점(BEP)도 높아졌다. 200억 이상 들어가는 덩치 큰 영화는 극장에서 돈을 벌기가 더 쉽지 않다. 게다가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해외 판매, 부가 판권 등을 고려하면 '스타'를 섭외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됐다.

본문 내용과 본 이미지는 무관함[사진출처=AP·연합뉴스]

배우들 출연료가 무섭게 오른 것이 제작비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꼽힌다. OTT 플랫폼 등을 통해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으면서 출연 배우들의 해외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를 기점으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OTT 시리즈, 드라마는 회당 출연료를 지급하는데, 회당 1~2억원 선이던 때가 있었다. '억' 소리가 난다며 푸념하던 때는 과거가 됐다. 이제 많게는 회당 10억, 많게는 15억원에 육박하는 배우가 있을 정도로 치솟았다. 전 세계에서 높은 인지도와 뜨거운 인기를 누리면서 유명 해외 프로덕션과 작업했고, 이후 몸값이 어마어마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마포구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서 산업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러한 배우들의 몸값이 화두가 되기도 했다. '특A급'으로 꼽히는 톱스타들의 출연료는 3~5억원 선으로 상당하다. 배우 송중기·이종석·박보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알려진다.

불황을 겪는 극장 영화의 경우 배우 출연료 거품이 일부 빠지기는 했지만 과거에 비해 큰 변화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원톱 주연'으로 투자가 가능한 특A급 배우의 경우 출연료 10억원 안팎에 흥행 성적에 따른 일정 지분 등을 약속받는다.

"홍보 안 하는 배우? 섭외 부담…책임감 가중"
본문 내용과 본 이미지는 무관함[사진출처=연합뉴스]

한 영화 제작사 고위 관계자는 "배우들의 몸값이 고평가돼 있다. 예전에는 '누가 출연하는 영화, 드라마'라는 일명 '이름값'이 곧 홍보로 직결되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특별히 홍보를 안 해도 캐스팅만 잘하면 관객·시청자가 저절로 따라왔다"고 떠올렸다. 2024년 상황은 다르다고 했다. 그는 "범람하는 콘텐츠 시대에 아무리 유명 배우라도 적극적으로 홍보에 임하지 않으면 작품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게 현실"이라고 바라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명 배우들도 자기 경쟁력에 위기감을 느낀다"며 "배우 인력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했다. 한때 '유튜브, 예능프로그램에 절대 안 나간다'고 일관하던 배우도 노선을 바꾸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는 "홍보를 남 일처럼 여기며 안 하는 배우는 섭외하기 부담스럽다"며 "최근 질 낮은 한국영화, OTT 콘텐츠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관객·시청자의 검증은 더 엄격해졌다. 배우의 큰 책임감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했다.

치솟은 배우 출연료를 낮추는게 쉽지 않아 결국 섭외하는 쪽에서 일정 부분 맞춰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배우들이 알아서 내리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많다. 20대뿐 아니라 40대까지 내공 있는 똘똘한 배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다"며 "저평가된 배우들을 계속 발굴하면서 출연료 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배우들의 수요와 입지를 자연스럽게 좁히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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