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사과 한 개 1만원…4년 새 28% 오른 설 밥상[조선물가실록]

윤슬기 2024. 2.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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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설 차례상 비용 상승폭 역대 최대
21만9700원→28만1500원
시민 98% "설 물가 부담스럽다"
정부 840억 투입…'정부 할인 지원' 강화

제수용 사과 1입(380g) 9900원. 신고배 1입 8900원. 민족 대명절 설날을 앞두고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제수용 사과, 배 1개 가격은 1만원에 육박한다. 설 차례상 비용은 4년 새 28%가량 상승했다. 지난해보다 사과, 배 가격이 40~50% 치솟은 탓에 올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역대급 대책'으로 설 성수품 가격 잡기에 나섰지만,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한 데다 작황 부진의 영향으로 가격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9일 한국물가정보가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각각 8.9%, 5.8%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설 차례상 비용은 매년 상승해왔는데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비용은 각각 ▲2020년 21만9700원, 30만4110원 ▲2021년 24만700원, 34만4200원 ▲2022년 24만4500원, 35만2630원 ▲2023년 25만4500원 35만9740원 ▲2024년 28만1500원, 38만580원이다.

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으면서 서민 부담도 커졌다. 농촌진흥청의 '2024년 설 농식품 구매 특성' 분석 결과 소비자의 98%가 "장바구니 물가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매우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률이 71%에 달했고,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이 27%였다. 과일 구매가 부담스럽다는 응답률은 65%였으며, 소비자의 43.9%는 과일이 비싸 구입량을 줄인다고 했다.

설 비용, 부담 커지는 이유는?

차례상 비용 상승은 폭염·폭우·한파와 같은 이상 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 병해충으로 인한 공급량 감소, 원부자재·인건비 상승 등에 기인한다. 특정 시기에 수요가 몰리는 성수품은 명절 이전부터 가격 상승세가 시작된다.

2020년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가을 장마·태풍이 비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2021년엔 봄철 이상 저온 현상과 초여름 이상 고온 현상,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와 가을에 연이어 찾아온 태풍 및 병충해, 북극발 한파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차례상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됐다.

2022년 이후에도 외부 요인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지속됐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가격이 상승한 품목이 많았고 재배면적과 기온 변화 등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설 차례상 물가는 꾸준히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고물가·고금리·고유가 '3고(高) 현상'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5일 서울 청량리청과물시장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차례상 비용의 상승 폭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을 앞서고 있다. 4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올해 설 상차림 비용은 28% 이상 증가했다.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사과 가격의 1년 전 대비 상승률은 56.8%. 배(41.2%), 파(60.8%), 귤(39.8%) 등 과일류와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와 비교해도 상승률이 상당히 가파르다. 2020년의 소비자물가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2021년 102.50 ▲ 2022년 107.72 ▲ 2023년 111.59 등으로 최근 4년 간 상승률은 약 11%다.

정부 민생 안정대책…'정부 할인 지원' 강화
1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수입 과일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는 설 민생 안정을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 예산 840억원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할인율을 최대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25.7만톤(t) 공급하고 과일류 할당관세(관세 0%) 물량 신속 도입, 정부 할인지원율 최대 30% 상향 조정 등을 실행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 지수가 연간 3% 미만이면 안정적으로 관리된다고 볼 수 있는데, 설 차례상 비용이 4년에 걸쳐 28% 올랐다면 굉장히 많이 오른 것"이라며 "특히 과일 등 먹거리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입과일에 대한 할당관세 시행이 설 물가 관리와는 거리가 있다 평가했다. 할당관세는 특정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일정 기간 낮추는 제도로, 정부는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아보카도 ▲오렌지 ▲자몽 총 6종에 할당관세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 교수는 "망고. 파인애플, 아보카도 이런 과일은 우리가 명절에 많이 찾지 않는다"며 "할인을 적용해도 체감되는 정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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