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세뱃돈]①"서른살 백수 조카도 줘야 하나"…韓·日 삼촌들의 고민
대졸이후 꺼리는 심리…"서로 받지 말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에서 설 명절을 보내는 음력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세뱃돈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특히 청년백수 문제가 심각해진 한국과 일본 등에서는 대학교 졸업 이후에도 독립하지 못한 일명 '캥거루족' 청년들이 늘면서 세뱃돈을 주는 부모세대들의 부담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 대체적으로 대학교 졸업 이후 성인이 된 자녀나 조카에게까지 세뱃돈을 주는 것에는 부정적 인식이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물가급등에 따른 생활고가 심해지며 아예 세배를 받지도, 세뱃돈을 주지도 않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韓·日 모두 "대학생까진 줘야"…백수 조카들 챙기는 경우 늘어한국에서는 대체로 대학생 때까지는 세뱃돈을 주는 것이 맞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 롯데멤버스가 자체 리서치 플랫폼인 라임(Lime)을 통해 전국 20대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뱃돈을 언제까지 주는 게 적절하냐는 질문에 '대학생'까지란 응답이 34.7%, '고등학생'이란 응답도 34.7%가 나왔다.
이외 취업 전 성인일 때까지 줘야한다는 의견은 16.5%, 결혼 전까지 줘야한다는 응답률은 5.1%를 기록했다. 전체 20% 가량은 성인이 된 자녀나 조카에게 세뱃돈을 주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아예 초등학생 때까지만 줘야한다는 응답은 4.9%, 중학생까지 주자는 의견은 4.2%에 그쳤다.
일본에서도 세뱃돈은 대학생 때까지 주는 것이 맞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웹크루가 지난해 12월 라인을 통해 일본 성인남녀 14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학생 이상 된 자녀나 친지들에게 세뱃돈을 주지 않는다는 응답은 13.5%에 달했다. 이와 반대로 2.9% 응답자는 성인이 된 자녀와 친지들에게 3만엔(약 27만원) 이상의 많은 세뱃돈을 준다고 답하기도 했다.
세뱃돈을 가장 많이 주는 대상은 전체 50% 이상의 응답자가 '조카'라고 응답했다. 특히 1만엔 이상의 세뱃돈은 전체 39.8%의 응답자가 가계에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성인이 된 조카들에게 주는 세뱃돈은 액수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고등학생 적정 세뱃돈 액수는 5만~10만원한국과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뱃돈 적정 액수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중·고등학생 기준 5만~10만원 정도 세뱃돈이 적정하다고 생각되며, 이보다 나이가 많은 대학생의 경우에는 10만원 이상을 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국민카드가 지난 6일 고객 패널인 '이지토커' 400여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계획, 선물 준비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뱃돈이나 용돈을 준비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87%로 집계됐다. 이들 대부분은 세뱃돈 액수로 미취학 아동 1만원, 초등학생 3~5만원, 중·고등학생 5만~10만원, 성인은 10만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세뱃돈 지급을 위해 설 명절 때마다 약 52만원을 준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도 세뱃돈 적쟁액수에 큰 차이는 없다. 스미신 SBI은행이 은행에 계좌를 보유한 고객 3211명을 대상으로 한 세뱃돈에 관한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취학 아동은 1000엔, 초등학생은 3000~5000엔, 중학생 이상은 1만엔으로 조사됐다. 드물게 대학생 이상 성인들에게 3만~5만엔의 세뱃돈을 주는 응답자도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환율차이가 1:9 정도임을 감안하면, 양국의 적정 세뱃돈 액수가 상당히 유사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고물가 부담 커지자…"세배 안받고 돈도 주지말자"일각에서는 최근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기조로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서 세뱃돈도 가계경제에 부담이 커진만큼, 안주고 안받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7일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성인 3892명에게 적정 세뱃돈을 설문한 결과 42%의 응답자가 "안 주고 안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적정 세뱃돈을 물었는데 세뱃돈이 없는 게 낫다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설 명절을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9%가 같은 응답을 한 데 비해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는 설 명절 전후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2.8%를 기록했고,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3.4%나 기록했다.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저출산·고령화 여파에 가족과 친척들의 숫자도 줄어들면서 점차 세뱃돈을 주고받는 문화의 기반도 약해질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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