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내준 뒤, 친박·비박 전쟁 터졌다…대통령 운명 가르는 총선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4월 총선은 닥쳐올 겨울을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 맞을지, 헐벗은 채로 눈보라를 맞을지 결정되는 선거다.”
여권 고위 관계자가 7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은 단순히 임기 3년 차에 열리는 중간 평가 성격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5년 단임제 대통령은 봄·여름·가을·겨울 순으로 임기를 끝내게 된다”며 “윤 대통령에게는 과실(정책 결과물)을 거두는 가을을 거쳐 추운 겨울을 어떻게 맞느냐가 중요한데, 이번 총선이 그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정책 과제 해결 속도를 높이고 집권 후반기까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총선 승리를 통한 여당의 안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정권교체가 됐으면 제대로 일할 기회를 준 다음 그에 대한 평가와 심판을 받는 게 순리인데, 지금은 번번이 거대 야당 벽에 막혀 일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의석수에 밀려 국정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수차례 토로했다. 지난달 17일 민생토론회에서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조세제도를 개편해 달라’는 시민 패널의 요청에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는 거라면 불이익이 있더라도 밀어붙일 수 있지만,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건 국민께서 뜻을 모아 알려달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1일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하자 “민심을 외면하고 정략적으로 지지층 표심을 선택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면 윤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동력을 확보하겠지만, 패배할 경우 식물 정부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대패 시 조기 레임덕으로 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과거 대통령들도 총선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2년 11개월 뒤 치러진 2020년 4월(21대) 총선에선 ‘180석 슈퍼여당’(민주당 163석+ 더불어시민당 17석)이 탄생했다. 총선 다음 날 문 전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밀어붙였고, 임기 후반기까지 유기적인 당·청 협력을 이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반대 경우다. 취임 후 3년 2개월 뒤 치른 2016년 4월(20대) 총선에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는 데 그쳐 123석을 얻은 민주당에 제1당을 내줬다. 국민의당(25석), 정의당(2석) 등 다른 야당까지 포함하면 참패에 가까웠다. 총선 직후 박 전 대통령은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새로운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 책임론을 두고 ‘친박 vs 비박’ 간 갈등을 시작으로 여권 전체가 내홍에 빠져들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말 불거진 ‘최순실 비선 국정개입 의혹’으로 세 번의 대국민 담화를 냈지만, 이듬해 3월 탄핵당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공정한 공천’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전례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당시 친박 공천 논란을 예로 들며 “용산 참모 출신과 현역 의원 간 갈등 등 공천 관리 과정에서 잡음이 커지거나 비주류 이탈이 현실화할 경우 여당의 총선 승리는 요원해질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이 점을 특히 유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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