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에게 "넥타이 풉시다"…컬렉터 이건희의 첫마디 사연
" 홍라희 관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백남준 선생을 소개하고 싶어했다. 신라호텔 꼭대기 식당에 자리를 마련했다. 백 선생은 갑자기 나가더니, 화려한 넥타이를 매고 돌아왔다. 내가 ‘선생님이 넥타이한 건 처음 뵙네요’ 하고 웃자 선생은 쑥스러운 듯 ‘우리나라 경제 대통령을 만나는데 넥타이를 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 회장이 ‘우리 다 풉시다’ 하며 먼저 넥타이를 풀었다. 회장은 ‘삼성전자는 수십 년 동안 수만 명이 일궈 오늘에 이르렀는데, 백 선생님은 이렇게 혼자 타지에서 최고가 되셨으니 정말 존경스럽다’라고도 했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 소니 TV로 작업하는 그는 종종 일본인으로 오해받았습니다. 백남준과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이 처음 만난 건 1985년 무렵이었습니다. 이 만남 후 삼성전자는 백남준과 정식 계약을 맺고 삼성 TV를 지원합니다. 1997년 독일의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2000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등 백남준 전위예술의 최전방에는 삼성 TV가 함께 했습니다.
1988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28층 집무실에서 있었던 한국화가 박대성(79)과의 첫 만남은 또 어땠을까요.
"존경합니다."
“아니, 왜요?”
“뭐든 상위 1~2%까지 오르는 사람이라면 제겐 존경의 대상입니다. 강도일지라도요.”
어려서 빨치산에게 왼손을 잃고, 중학교만 졸업한 43세 박대성을 당황하게 한 장면이었죠. 호암갤러리 전시를 계기로 이렇게 인연을 맺은 박대성에게 이건희는 집무실에 걸 새 그림을 주문했습니다. 박대성의 소원대로 수교 전인 중국에도 보내줍니다. 모두 첫 만남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250만명이 다녀갔습니다. 무료 전시였는데 미처 온라인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을 상대로 15만 원짜리 암표까지 돌았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얘기입니다. 2021년 4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족들이 기증한 2만3000여점의 문화유산을 보러 온 관객들로 전국의 미술관ㆍ박물관은 3년째 북적입니다.
20대의 신출내기 화상 시절부터 그와 만난 가나아트 이호재(70) 회장은 “그는 여느 컬렉터와 달랐다. 대부분 사람이 ‘그거 좋은 겁니까’라고 물을 때 그는 ‘진열할 만합니까’, 즉 미술관에 들어갈 만큼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은지를 따졌다”라고 돌아봤습니다. ‘컬렉터 이건희’와 그가 모은 작품들의 더 자세한 이야기는 더 중앙 플러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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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ㆍ홍라희 마스터피스〉는 세기의 기증이 남긴 뒷얘기를 전합니다.
매주 목요일 권근영 기자가 함께합니다. 권 기자는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한국 근현대미술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현장 전문가입니다. 연재를 위해 일제강점기의 신문 기사부터 1970년대의 전시 도록을 찾았고, 이건희 컬렉션의 숨은 조력자들을 두루 만났습니다.
국보ㆍ보물 같은 문화유산부터 이중섭ㆍ박수근 같은 근대미술품까지 사적(私的)인 소장품에서 모두의 마스터피스가 된 2만3000여점에 담긴 이야기, 주목해 주세요.
이건희ㆍ홍라희 마스터피스
이재용 방에 오래 걸려 있었다, ‘심플’ 장욱진의 낯선 이 그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7515
왼손 없는 중졸의 40대 화가…이건희는 ‘호암 650평’ 맡겼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5962
백남준에 “넥타이 풉시다” 컬렉터 이건희의 첫마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4245
」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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