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고 홈’ 성토에 엿 던져도…“실패 아냐” 웃음
“요르단전 전까지 13경기 무패” 자평
사퇴 여론엔 “월드컵 준비하겠다” 일축
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호언장담했지만 준결승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손을 흔들며 웃는 얼굴로 귀국했다. 축구 팬들의 성토가 쏟아지는 상황에도 그는 사퇴 요구 여론에 대해 일축했다.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을 마치고 카타르에서 귀국한 8일 저녁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엔 300여 명의 팬이 몰렸다 대표팀은 한국시간 7일 새벽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대 2로 완패하며 탈락한 뒤 이날 돌아왔다.
이전 대회(8강)보다는 나은 성적을 기록했으나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역대 최고 수준의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 속에 어느 때보다 우승 기대감이 컸던 터라 아쉬움을 남겼다. 마지막 요르단전에서는 눈에 띄는 전술 없이 유효슈팅 ‘0개’를 기록하는 졸전 끝에 완패하며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이 진행 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클린스만 감독에게 맡겨도 되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감독을 경질하고 팀을 새롭게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터져 나왔다. 이날 입국장에서 일부 축구 팬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이게 축구야!” “집에 가!” “고 홈(Go home)”을 외쳤고 ‘엿’을 던지며 항의하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직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사퇴 의사가 있나. 계속 대표팀을 이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는 첫 질문에 “나이스 퀘스천”(좋은 질문)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저도 여러분만큼 이번 대회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면서 “준결승전에선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고, 결승에 진출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준결승까지 진출한 것을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요르단과의 경기 전까지 13경기 무패라는 결과도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면서 “그런 것을 생각하며 코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배 뒤 비판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축구를 통해 얻는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16강전이나 8강전 승리 땐 많은 분이 행복해하셨을 거고, 탈락하면 여론이 달라지고 부정적인, 극단적인 발언도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비판도 받아들일 줄 아는 게 지도자이자 축구인으로의 자세”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성장 과정에 있다. 지난 1년 동안 성장하면서 새로 발견한 부분도 있다. 어린 선수들을 팀에 합류시키며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대표팀이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과도 현지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긍정적인 것은 물론 보완해야 하는, 안 좋은 점도 많이 얘기했다”면서 “3월 태국과의 2연전을 비롯해 앞으로 준비할 것들에 관해서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부임 이후 잦은 해외 일정으로도 비판받았던 그는 업무수행 방식은 기존대로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월드컵 예선이 있기에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면서도 “국가대표팀 감독은 출장을 비롯한 여러 업무를 프로팀 감독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음 주에 (미국 집으로) 출국해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유럽으로 가서) 이강인과 손흥민, 김민재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볼 예정”이라며 “지적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저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요르단전을 마치고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 주장 손흥민에 대해서는 다음 달 A매치 기간을 비롯해 향후 변함 없이 대표팀을 지킬 거라고 단언했다.
손흥민의 발언은 어느 선수도 대표팀에 한 자리를 맡아 놓은 것은 아니며,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일반론' 정도로 볼 수 있었으나 그가 대표팀 은퇴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 터였다.
이와 관련해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은 지금도 팀의 주장이고 리더다. 3월에도 당연히 주장으로서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라며 “손흥민이 아시안컵 트로피를 한국에 들고 들어오는 꿈을 꿨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다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잘 준비해서 새로운 목표를 같이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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