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 “10년 만의 뮤지컬 ‘드라큘라’, 시간과 함께 연기도 깊어졌죠”
뮤지컬 ‘드라큘라’(~3월 3일까지 샤롯데씨어터)의 2014년 초연 멤버였던 배우 정선아가 10년 만에 여주인공 미나 역으로 돌아왔다. ‘드라큘라’는 브람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애절하게 그린 작품이다. 정선아가 맡은 미나는 약혼자가 있지만, 드라큘라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는 인물이다.
정선아(40)는 최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테이블에서 “그동안 ‘드라큘라’를 잊고 살다가 이번에 첫 리허설에서 다시 음악을 듣자마자 눈물이 펑펑 났다. 10년 전 초연을 준비하며 고군분투했던 기억이 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미나는 처음엔 자신이 드라큘라에게 끌리는 것을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자신이 전생에 드라큘라의 아내 엘리자벳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드라큘라를 받아들인다. 정선아는 “초연 때는 약혼자 대신 드라큘라를 선택하는 미나를 완전히 납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생과 지금이 이어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나이를 먹고 세상을 겪어보니 이제는 미나의 결정에 공감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공연에선 미나가 드라큘라에게 빠져들수록 목소리를 진성으로 더 강하게 내는 방식으로 인물의 심리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것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 예전에 연기할 때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깨닫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정선아는 고등학생이던 2002년 뮤지컬 ‘렌트’의 공개 오디션을 통해 여주인공 미미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국내 뮤지컬계의 간판스타로 활동하던 그는 2020년 결혼에 이어 이듬해 임신, 2022년 5월 출산을 겪으며 배우 생활에 잠시 공백기를 맞았다. 하지만 2022년 12월 개막한 뮤지컬 ‘이프덴’을 통해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지난달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는 “체중이 80㎏까지 나갔는데, 무대에 복귀해 다시 춤추고 노래할 수 있을지 고민과 두려움이 많았다”는 수상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주변으로부터 ‘아기 낳으면 몸이 변해서 고음을 내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이프덴’을 준비할 때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을 들을까 봐 걱정이 정말 많았다”면서 “그래서 임신 중에도 보컬 레슨을 받았고, 출산 이후에는 운동으로 몸을 관리했다. 내 노력으로 기량이 이전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이런 노력 덕분인지 ‘이프덴’이 기대 이상으로 사랑받아서 기뻤다. 상까지 받으리라곤 기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프덴’ 이후 정선아는 누구보다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60년대 미국 멤피스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멤피스’에서는 클럽 가수 펠리샤 역으로 변함없는 가창력과 춤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그리고 현재 ‘드라큘라’에서 애절한 로맨스를 선보이고 있는 그는 차기작도 벌써 예약해 놓은 상태다. 그는 “아주 소처럼 일할 계획이다. 하하”면서 “아이를 낳고 40살이 돼 더 얼마든지 무대에서 반짝거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새 뮤지컬배우 22년 차인 정선아지만 결혼과 임신, 출산을 경험하면서 무대에 대한 책임감이 커졌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무대에서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배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졌다. 그런 그에게 뮤지컬 1세대 배우 최정원은 롤모델이다.
그는 “비싼 돈과 귀한 시간을 내서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을 생각하면 그만큼 책임감이 커져서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최정원 선배 같은 분이 무대를 지켜주셨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그런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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