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먹고 전 부치고 함께한 설맞이 행복”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골목.
사단법인 씨즈가 운영하는 고립·은둔 청년 활동공간인 '두더집'에서 열린 명절 잔치에서 전 부치는 냄새가 가득했다(사진). 쭈뼛거리며 이곳을 찾은 한모(36)씨 손에는 나눠 먹을 약과와 식혜가 들려 있었다.
이은애 씨즈 이사장은 "은둔청년은 부모와 형제자매가 곤란해질까봐 명절에 내려가지 않을 때가 많다"며 "명절 분위기를 내면서 기분을 환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명절 분위기 느끼며 서로 격려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도 얻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골목. 사단법인 씨즈가 운영하는 고립·은둔 청년 활동공간인 ‘두더집’에서 열린 명절 잔치에서 전 부치는 냄새가 가득했다(사진). 쭈뼛거리며 이곳을 찾은 한모(36)씨 손에는 나눠 먹을 약과와 식혜가 들려 있었다.
은둔 경험이라는 공통점만으로 한자리에 모인 6명의 청년은 둥그렇게 둘러앉아 전에 밀가루와 달걀을 묻히기 시작했다. 서로 부친 전을 맛보라고 건네면서 서먹했던 분위기는 금세 풀어졌다. 주위에서 “점점 더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자 전을 부치던 청년은 쑥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요리에 열중했다.
한씨는 “시골에 온 기분”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에게 그동안 명절은 괴로운 시간이었다. 한씨는 “은둔기간 명절 때 억지로 친척들에게 인사하던 경험이 다반사”라며 “친척집을 방문하는 일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씨는 대학에 입학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군대에 갔다. 그가 은둔생활을 시작한 건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3년간 집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고 결심하면서 두더집을 찾았다.
음식을 준비하던 중 작은 소동도 있었다. 한 청년이 실수로 전기그릴을 휴대용 버너에 올려놔 그릴 밑판이 녹은 것이다. 주위에서는 “작은 실수일 뿐이다. 괜찮다”며 격려했다. 또 다른 은둔청년 박모(26)씨는 “다 같이 모이니 명절 느낌이 나서 좋다. 오랜만에 명절을 명절같이 보낸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전 부치는 방법을 알려주던 오모(28)씨는 4년간의 은둔 경험이 있는 ‘은둔 선배’다. 스무 살에 독립한 오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다. 열심히 살았지만 학비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3학년 때는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학교에 가지 못했고, 은둔이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은둔청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지난 1월부터 씨즈 직원으로 일하게 됐다. 오씨는 “은둔 경험이 있다고 해도 섣불리 내 모습을 투영할 수는 없다. 얘기를 최대한 많이 들어주려 한다”고 말했다.
은둔청년을 위한 명절 잔치는 2022년 추석부터 시작됐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 소박한 행사지만 함께 모여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올 힘을 얻는다. 이은애 씨즈 이사장은 “은둔청년은 부모와 형제자매가 곤란해질까봐 명절에 내려가지 않을 때가 많다”며 “명절 분위기를 내면서 기분을 환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상호, 한동훈에 “지X이야” 욕설…韓 “달라진 게 없다”
- 영화관람권·상품권3만원·짜장면… “우리 회사 설 선물 너무해요”
- “강아지를 안은 건…” 음주운전 DJ 옥중 사과 ‘역풍’
- “배라 간 김정은 그려줘”… 챗GPT 한계 실험 화제
- 이재용 딸 이원주 美 NGO서 인턴… 홈피에 자기소개서
- “이번에 우승하면 안 돼”…손웅정 과거 발언 재조명
- “스벅 가려고 청약 깨야겠네”… 재치있는 댓글들 눈길
- 尹, 명품가방 논란 “매정히 끊지 못한 게 문제라면 문제…아쉬움 있다”
- 홍준표 “성적 부진하면 감독 교체 당연… 그게 프로팀”
- “‘숲세권’이라더니 ‘무덤뷰’가 웬말”… 입주자 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