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혁수, 채민이는 기쁨이고 축복이란다” 세 명의 아기와 눈인사… 24시간 위기 영아 돌본다

김수연 2024. 2. 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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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아기들을 위해 24시간 대기 중인 보육사와 상담사 등 직원 10명이 일하고 있다.

아기 돌봄 봉사는 4교대로 진행되며 매 시간마다 두 명의 봉사자와 보육사가 나선다.

황민숙(62) 센터장은 "올 들어 5명의 아기가 왔고 현재는 세 명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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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미션 인턴기자 여기서 하루 묵상] ② 베이비박스 지킴이
일일 봉사자로 참여한 김수연(가운데) 인턴기자가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센터에서 아기를 돌보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설명절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6일 방문한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 ‘위기 영아 긴급보호센터’로 알려진 이곳은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의 헌신으로 시작돼 14년째 운영 중이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인턴기자는 먼저 아기들의 면역력 보호를 위해 소독된 흰 티셔츠를 입고 앞치마를 둘렀다. 아기들이 있는 방문을 여니 목욕 시간임을 알 수 있었다. 욕실에서는 우는 아기를 달래며 씻기는 보육사와 아기를 돌보는 자원봉사자가 눈에 띄었다.

이 목사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며 “이곳에서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긴 하나님 사랑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베이비박스는 말 못할 사정을 가진 미혼모들을 상담하고 양육 과정을 돕는다. 그동안 낙태를 고민하는 산모들이 생명을 지키도록 돕는 경우도 많았다.

아기 위한 봉사자 헌신 ‘24시’

보육사(오른쪽)가 베이비박스센터 내에 있는 아기 돌봄방 욕실 앞에서 아기에게 로션을 발라주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센터에는 매주 봉사자만 70여명이 투입된다. 아기들을 위해 24시간 대기 중인 보육사와 상담사 등 직원 10명이 일하고 있다. 아기 돌봄 봉사는 4교대로 진행되며 매 시간마다 두 명의 봉사자와 보육사가 나선다.

황민숙(62) 센터장은 “올 들어 5명의 아기가 왔고 현재는 세 명이 있다”고 말했다. 세 아기 모두 생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생아였다. 첫 돌을 앞둔 사랑(가명)이와 막내인 혁수(가명) 그리고 1.5㎏ 조숙아로 태어난 채민이(가명)까지 한 명씩 눈인사를 했다. 아기용품의 위치와 사용법에 대해 익힌 뒤 아침을 먹을 시간이 된 혁수에게 분유를 먹였다. 아기 침대 옆에 있는 스피커에서는 “너를 사랑한단다. 너는 아름답단다”라는 찬양 가사가 조용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분유를 먹은 아기를 트림시키고 재우는 것으로 오전 봉사는 마무리됐다.

‘그림자 영아’ 수사의 후유증

지난 6월 ‘냉장고 영아 유기’ 사건을 계기로 미등록된 ‘그림자 영아’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한 뒤 역설적으로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영아들은 급감하는 추세다(본보 2023년 12월 18일 33면).

이와 관련해 이 목사는 “오히려 미혼모의 인권 문제는 심각해졌고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영아들이 많아졌다”며 씁쓸해했다. 이어 “미혼모와 영아들을 돕는 주사랑공동체가 영아일시보호센터이자 상담소로 정식으로 인정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목사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보호출산제)에 대해선 “‘선지원 후행정’이 가능해졌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출산한 친모가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주거지 제공 등 최소 3년 정도는 정부의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미혼모에게 손가락질부터 하는 분위기부터 바뀌길 바란다”며 “생명을 존중하는 교육·법·문화·복지 시스템이 갖춰진 우리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등록 영아’를 추모하며

베이비박스 사역을 하고 있는 이종락(오른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와 황민숙 센터장. 신석현 포토그래퍼

봉사를 마친 후 이곳을 떠나기 전 건물 옆에 묻힌 요한이의 묘를 찾았다. 요한이는 출생신고를 못 한 ‘미등록 영아’로 2022년 이곳에 왔다. 그해 겨울 이곳에 처음 봉사자로 왔을 때 만난 요한이는 폐동맥폐쇄증을 앓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당시 생후 15개월에 불과했다.

센터에는 하나님 곁으로 떠난 요한이에게 쓴 무명의 편지가 놓여있었다. “사랑하는 요한아, 짧은 시간이었지만 요한이는 우리에게 기쁨이고 축복이었어. 따뜻한 주님 품 안에서 다시 볼 날을 약속하며 안녕.”

김수연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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