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얄궂은 연기금
국민연금 개혁과 연기금의 국내 주식시장 보호는 다 중요하다. 1월 효과가 없었던 건 봐 줄 수 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모멘텀 속에 우리 증시가 1월 내내 떨어지니 많은 시장 참여자가 자괴감이 들었다. 2019년 애플 시가총액이 코스피 시가총액을 추월한 건 양반이었다. AI 열풍에 엔비디아 시가총액(미국 기업 중 5위)이 지난달 코스피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생성 AI에 들어가는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품귀 현상으로 이 기업 몸값이 1년 새 두 배 올랐다.
정부가 증권시장의 구조적 할인 해소에 팔을 걷었다. 청산가치에 못 미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서다. 우리 증시의 저평가 해소는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춰 청년세대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다.
그런데 누가 국내 주식을 파는 큰 손이었을까? 미국 기업 몸값을 올리고 한국 기업 몸값을 내리는 데 일조한 주체는 다름 아닌 국민연금이었다. 국내 주요 상장사 지분을 대거 보유한 큰손이 수익률을 높이려고 1월에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았다. 기금 고갈에 허덕이며 수익률 올리기에 안간힘을 쓰는 연기금의 입장이 이해 안 되는 게 아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이런 행태가 지속되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낙후한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 보장 소홀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라고 치자. 국민연금이 거수기 이사회 멤버여서는 안 된다. 물적 분할(쪼개기 상장)을 포함해 고객 자산을 선량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스튜어드십 코드)를 제대로 이행한 적이 있나! 폭락장서 더 파는 연기금을 보며 서학개미로 돌아선 투자가는 뼈있는 말을 한다.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없다 해도 좋다. 변동성 확대라는 찬물을 끼얹지는 말아다오. 단기매매만 횡행하는 주식시장에 기관투자가의 품격은 오간 데 없다. 국내주식 비중을 줄일 때도, 연기금아, 눈치 좀 보고 하자.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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