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라이프톡] 정치는 ‘증오의 조직화’다
정치를 정의하는 말은 여러가지다. 7일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대담을 보면서 ‘통치란 실망시키기다 (Governing is disappointing)’란 말이 와닿았다.
핵심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이다. 대통령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말했다. 명품백 사건과 관련 사과를 요구하는 여론이 과반을 훌쩍 넘는다. 당연히 사과발언을 예상했는데, 전혀 없었다.
여권에선 실망감을 드러내기조차 어려워 보인다. 김건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했던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8일 “대통령이 계속 ‘아쉽다’고 했는데 나도 똑같은 말을 반복하겠습니다. 아쉽습니다”라고 답했다. 김경율 처지에선 용기 있는 ‘실망’ 표현이다.
대통령 부부를 지지해온 신평 변호사는 8일 SNS글에서 ‘이 사건은 절대 이대로 지나가지 않을 것 같다’ 며 ‘획기적인, 뼈를 깎는 개선안을 내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을 잘 아는 재야 인사의 충심이 느껴진다. ‘정치는 증오의 조직화(Organization of hatred)’라는 말이 떠오른다. 정치인이 유권자의 호감을 사기는 어렵지만 반감을 얻기는 쉽다. ‘윤석열이 좋아서라기보다 이재명이 싫어서’ 윤석열을 찍은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명품백은 증오를 조직화하는데 활용하기 좋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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