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천] 클린스만 사퇴 재차 거부 “아시안컵 실패 아니다, 월드컵 예선 준비”(일문일답)
김명석 2024. 2. 8. 23:09
“코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역대 최고 전력을 이끌고도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실패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혔다. 우승에 실패한 결과는 아쉽지만 4강이라는 성적만으로도 실패라고 보긴 어렵고, 그보다 지난 1년의 여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들만큼 저도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면서도 “감독으로서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건 코앞으로 다가온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자진 사퇴 의사가 있는지, 대표팀을 이끌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0-2로 패배하기 전까지는 13경기 연속 무패라는 결과들도 있었다”며 “아시안컵에선 일단 그래도 대회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까지 진출한 상황에서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여러분들만큼 저도, 저희도 이번 대회에서 너무나 우승을 하고 싶었다. 어쨌든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만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자진 사임이나 경질설 등 자신을 향한 압박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지난 1년 간 저희의 성장 과정이다. 어린 선수들이 조금씩 대표팀에 합류했고, 출전 시간도 늘려가면서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는 “축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호주와의 8강전에서는 저희가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아마 많은 분들이 행복해하셨을 것이다. 그때만큼은 언론에서도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반대로 이렇게 대회에서 패배를 안고 돌아오게 되면, 여론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극단적인 발언들도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40년 동안 축구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잘 안다. 그런 비판을 감수하고, 그런 비판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게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축구를 하는 저희로서도 당연히 받아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흥민(토트넘)이 대표팀 은퇴를 시사하는 듯했던 발언에 대해서는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한국에 가지고 들어오고 싶은 꿈을 꿨을 텐데, 그러지 못한 부분에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순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오는 3월에도 당연히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다. 이번엔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놓쳤지만,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기회가 있으면 꼭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부임 이후 줄곧 재택·외유 논란이 불거졌고,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지만 근무방식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 주에 출국해 짧은 휴식을 가진 뒤 유럽으로 넘어가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손흥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나 다른 선수들의 일정에 따라 경기를 볼 예정”이라며 “국가대표팀 감독은 많은 출장과 많은 업무를 프로팀 감독과는 다르게 가져가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여러분들께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이 맞지 않다는 말씀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제가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이번 2023 AFC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0-2로 완패하고 탈락했다. 당초 우승을 목표로 대회에 나섰으나, 요르단과 4강전에서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 끝에 중도 귀국길에 올랐다. 특히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포함 6경기에서 무려 10실점을 허용하며 수비가 무너졌다. 경기 막판 극적인 골로 가까스로 4강까지 오르긴 했으나 전반적인 대회 경기력은 ‘졸전’의 연속이었다.
이날 공항 현장에는 한 팬이 “클린스만, 이게 축구야?”라고 외치거나 다른 팬들이 “고 홈(Go Home)”이라고 외치며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불만을 드러냈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엿 2개를 던지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설 연휴를 마친 뒤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이번 아시안컵 등을 리뷰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클린스만 감독 일문일답.
- 많은 팬들이 감독님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대회 결과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자진 사퇴 의사가 있는지, 대표팀을 이끌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이 팀을 이끌고 있어서 상당히 행복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저도 여러분들만큼 이번 대회 우승을 너무 하고 싶었다. 우리 선수들과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어쨌든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원하는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요르단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저희가 결과를 가져오고 또 좋은 결과를 냈다. 결과로 보답을 드리고 싶었는데,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선 요르단이 훨씬 더 좋은 팀이었다. 요르단이 결승에 진출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르단 경기 전까지 1년 동안 제가 대표팀 감독 부임한 뒤 13경기 연속 무패라는 그런 결과들도 있었다. 물론 좋은 점도 상당히 많았다. 감독으로서 지금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건 선수 개개인도 마찬가지겠지만 좋았던 점들도 있었고 긍정적인 부분들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 이번 대회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셨고, 13경기 무패라고 얘기하셨다. 하지만 대회에서 10골을 실점한 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고, 우리 축구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기도 힘들다. 이런 문제가 왜 벌어졌다고 생각하시는지. 수비에서 특히 왜 이런 문제가 벌어졌다고 생각하나.
“일단은 그래도 대회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까지 진출한 상황에서 실패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얼마나 어려운 대회였는지 몸소 느끼고 왔다. 중동에서 개최되다 보니 많은 동아시아 팀들, 저희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도 중동 팀들을 상대로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중동 팀들이 현지에서 홈경기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진행했다. 감정적으로 얼마나 많은 힘을 받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4강에 진출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선수들도 칭찬해주고 싶다. 어쨌든 대회를 치르면서 많은 국민들, 또 현장에서 많은 한국 축구 팬들과 많은 언론들이 오셔서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여러분들만큼 저도, 저희도 이번 대회를 너무나 우승하고 싶었다. 어쨌든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생각을 하고 싶다.”
- 지난 2019년 아시안컵에선 8강에서 탈락했는데도 파울루 벤투 감독을 향한 여론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진 않았다. 4강까지 진출했음에도 왜 이런 악화된 분위기, 사퇴나 경질설이 나왔는지 무엇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가.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지난 1년 동안의 저희의 그런 성장 과정을 좀 말씀드리고 싶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도 저희가 또 성장하고 또 새로 발견한 부분들도 많다. 지난 1년 동안, 제가 부임한 이후 어린 선수들을 조금씩 팀에 합류시키고 출전 시간도 늘려가면서 앞으로 다가올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 축구를 통해서 저희가 얻을 수 있는 희로애락은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그리고 호주와의 8강전에서는 저희가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아마 많은 분들이 행복해하셨을 거고, 많은 분들이 또 큰 기대를 하셨을 거다. 언론에서도 그렇고 그런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당연히 대회에서 이렇게 패배를 안고 돌아오게 되면, 또 대회에서 탈락하게 되면 여론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더 부정적으로, 진짜 극단적인 발언들도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다.
저는 축구인으로서 40년 동안 축구 생활을 하면서 이런 감정 기복, 축구를 통해서 행복한 순간만큼 경기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얻었을 때 얼마나 많은 비판을 받아야 되는지도 잘 알고 있다. 또 그런 비판을 감수하고 그런 비판을 저희가 받아들일 줄 아는 게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축구를 하는 저희로서도 당연히 받아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가 긍정적인 부분들, 또 성장하는 그런 과정이라는 점이다. 이 팀이 저는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 대회를 앞두고 손흥민에게 ‘아무리 유명해도 우승컵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은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또 손흥민이 대표팀을 더 안 할 수도 있다는 식의 인터뷰도 했다. 손흥민과 대화를 나눈 게 있는지.
“손흥민 선수와는 지속적으로 문자를 주고받고 있다. 손흥민은 지금도 우리 팀의 주장이고, 우리 팀의 리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또 주장이고 리더이기 전에 세계적인 축구 선수이기도 하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갖춘, 너무나 좋은 선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런 리더가, 특히 이런 세계적인 선수가 대회에서 아쉽게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고, 또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손흥민 역시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한국에 들어오고 싶은 꿈을 꿨을 텐데, 아마도 그러지 못한 부분에서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순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3월에도 당연히 저희 팀의 주장으로서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른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월드컵 기간 동안 잘 준비해서 새로운 목표를 또 같이 써나갔으면 좋겠다. 더 중요한 건 대한민국 대표팀으로서 우승 트로피는 이번에 아쉽게 놓쳤지만, 계속 프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기회가 있으면 꼭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를 응원하겠다.”
- 대회가 끝난 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거취와 관련된, 혹은 대회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게 있는지.
정몽규 회장님과는 현지에서 두 차례 만남을 가졌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고 특히 대회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회를 치르면서 저희가 봤던 긍정적인 얘기들도 많이 했다. 한 경기 한 경기 분석을 시작했기 때문에 경기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눴다. 안 좋았던 점들, 아까 말씀하셨던 실점이 많았던 부분들은 분명히 저희가 보완을 해야 되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앞으로 또 어떻게 준비를 해야 될지, 당장 코앞에 다가온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 2연전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앞으로 저희가 다가올 월드컵 예선에서 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앞으로 계획은.
“일단 다음 주쯤 출국할 예정이다. 짧은 휴식을 가진 다음에 유럽으로 넘어가서 이강인, 손흥민, 김민재나 다른 선수들의 일정을 본 뒤 경기를 볼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 월드컵 2차 예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일하는 방식은 지속적으로 말씀을 드리고 있지만 국가대표팀 감독은 많은 출장과 많은 업무들을 프로팀 감독과는 다르게 가져가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여러분들께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그것이 맞지 않다는 말씀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저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들의 생각, 여러분들의 비판은 존중하지만 저의 일하는 방식, 또 제가 생각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업무 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린다.”
-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유효슈팅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역대 감독 생활을 하면서 유효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한 경기가 있나.
“요르단과의 경기를 다시 보고도 느꼈지만 저희가 찬스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 상대의 수비에 고전했고, 상대의 거친 수비와 밀집 수비에 상당히 고전했다. 이런 수비에 상당히 고전하는 경기를 처음 해본 건 아니지만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이런 상대를 만났을 때 잘 풀어갈 수 있을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분명해봐야 할 것 같다. 요르단전은 영상을 다시 봐도 상당히 화가 나고 많이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요르단전에서 전혀 찬스를 살리지 못한 건 잘 알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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