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웃으며 귀국 "월드컵 준비"...팬들 "이게 축구?" 엿 던져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제패를 목표로 출사표를 던진 한국축구대표팀이 4강에서 멈춘 채 빈 손으로 귀국했다. 분노한 일부 축구 팬들이 던진 엿이 선수단에 날아드는 등 분위기가 험악했지만,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클린스만호는 감독과 코치진, 지원스태프를 비롯해 조현우(울산), 김진수(전북) 등 13명의 국내파 선수들과 함께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해외파 선수들은 소속팀이 한창 시즌 중인 점을 감안해 곧장 클럽팀으로 복귀했다.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클린스만 감독은 “나 역시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우승하고 싶었지만, (4강에서) 요르단에 패해 목표를 이루지 못 했다”면서 “요르단은 결승에 진출할 자격을 갖춘 팀이었다”고 변명했다. 이어 “요르단전을 치르기 전까지 우리는 13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등 좋은 면모도 보였다”면서 “우리가 좋았던 부분,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하며 월드컵 예선 일정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아시안컵 도전은 과정과 결과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를 거치는 동안 속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모든 상대와 접전을 벌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치른 16강전, 호주와 치른 8강전을 120분간의 혈투로 치른 뒤 간신히 승리했지만, 요르단과 맞붙은 4강전에서 체력 및 집중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0-2로 완패했다.
역대 최고라 손꼽히는 선수진을 갖추고도 부진을 면치 못한 배경으로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 역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선수 구성과 전술에 변화가 거의 없어 주축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극심했고, 불리한 흐름 속에서 상황을 타개할 묘책도 선보이지 못 했다.
이와 관련해 요르단전 패배 직후 국내외 미디어와 축구 전문가들이 “허점을 드러낸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새 사령탑으로 2026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준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할 경우 수십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지불해야하는 계약 조건상 대한축구협회가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태연했다. 대회에 앞서 “아시안컵 우승을 자신한다. 모든 것은 결과로 평가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귀국길엔 말을 바꿨다. “이번 대회의 결과가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좀 더 성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항변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일부 흥분한 축구 팬들이 엿을 던지며 “이게 축구야” “니가 보여준 게 축구야”라며 큰 소리로 항의하다 경호원에게 제지당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인터뷰 종료 후 선수단이 공항을 빠져나갈 때도 일부 팬들이 “(클린스만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며 분노를 표현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뜨겁지만 앞으로도 대표팀 운영의 기조를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향후 일정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는 “다음 주에 출국해 짧은 휴식을 취한 뒤 이강인과 손흥민, 김민재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볼 예정”이라면서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대표팀 감독은 프로팀 감독과 같을 수 없다. (주로 해외에 머무는 행동 패턴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것을 존중하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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