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하면 1억 주는 부영, 6년 전 육아휴직자 수 따져보니... [오마이팩트]

김시연 2024. 2. 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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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육아휴직 2013년 1명-2017년 5명, 30대 기업 최하위... 부영 "2017년 11명"

[김시연 기자]

 부영그룹이 5일 서울시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2024년 시무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이날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출산장려금 1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급하고 셋째까지 출산한 임직원 가정에는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된다면 임차인의 조세 부담이 없고 유지보수 책임이 없는 국민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부영그룹 제공
 
건설업 주력 대기업인 부영그룹이 임직원 자녀 70명에게 출산장려금을 1억 원씩 지급하겠다고 해 화제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저출산의 배경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그리고 일과 가정생활 양립에 어려움이 큰 이유로 작용하는 만큼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자녀 70명에게 직접적인 경제지원이 이뤄지도록 출산장려금 1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아닌 기업 차원에서 1억 원 규모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건 매우 드물어서 언론 보도와 누리꾼 반응 모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6년 전까지만 해도 부영은 30대 기업 가운데 육아휴직자 수가 가장 적은 회사였다.

출산장려금 1억 원 주는 회사의 흑역사... 2013년, 2017년 육아휴직자 수 '꼴찌'  
   
 2013년과 2017년 기준 30대 기업 육아휴직자 수 비교(기업 순서는 2017년 기준)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기업 상위 30개 기업. 고용노동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출 자료(2018.5.23.)
ⓒ 김시연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8년 5월 23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30대 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 상위 30개 기업)의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 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자산 순위 15위였던 부영그룹의 육아휴직자 수는 단 5명으로 30대 기업 가운데 가장 적었다.

육아휴직은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나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가진 노동자가 최대 1년간 쓸 수 있다. 1988년 처음 도입했을 때는 여성만 해당자였지만, 1995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남성도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과거에는 육아휴직은 사업주 눈치를 보거나 복직 시 불이익을 우려해 쓰기 어려운 기업도 적지 않았다.

2017년 당시 육아휴직자수는 14만 2038명이었고, 남성 육아휴직자는 1만8160명(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중 12.8%)에 그쳤다('2022 육아휴직통계, 통계청).

2017년 기준 30대 기업집단 가운데 삼성 육아휴직자가 5033명으로 가장 많았고 LG 2372명, SK 1937명 순이었다. 휴직자는 대부분 여성 비중이 더 높았지만, 조선업 특성상 남성 노동자 비율이 90%가 넘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남성 1382명, 여성 42명으로 남성 비중이 97.1%에 달했고, 현대중공업도 남성 163명, 여성 72명으로 남성 비율이 더 높았다.

반면 5명에 그친 부영을 비롯해 오씨아이(13명), 에쓰-오일(8명) 등은 전체 육아휴직자 수도 10명 안팎에 불과했고 남성 육아휴직자도 1명에 그쳤다. 이보다 5년 전인 2013년 기준으로도 부영의 육아휴직자는 단 1명으로, 역시 30대 기업 가운데 꼴찌였다.

다만 부영그룹 종업원 수는 2017년 기준 2661명으로 30대 기업 가운데 가장 적다. 따라서 육아휴직 대상 직원 숫자도 다른 기업에 비해 적었을 수도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30대 기업집단 전체 종업원 수 대비 육아휴직자 비율을 추가로 따져봤다.(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 '기업집단 개요' 2017년 기준 상시종업원 수)

그 결과 부영의 종업원 수 대비 육아휴직자 비율 역시 0.19%로 30대 기업 가운데 가장 낮았다. 대우조선해양이 9.91%로 가장 높았고, 미래에셋 2.63% SK 2.32%, 한진 2.16%, 삼성과 KT 2.07% 순이었다. 오씨아이, 에쓰-오일, 영풍 등도 0.2%대로 하위권이었다. 종업원 수를 감안하더라도 부영의 육아휴직자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적었다는 의미다.

 
 부영그룹은 2017년 기준 30대 기업 가운데 육아휴직자 수와 종업원 수 대비 비율이 가장 낮았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기업 상위 30개 기업. 고용노동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출 자료(2018.5.23.), 2017년 기업집단 종업원 수는 공정위 기업집단포털.
ⓒ 김시연
 
남성 육아휴직, 대기업 중심으로 증가 추세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 중심으로 육아휴직자 수가 꾸준히 늘었다. 2022년 기준 육아휴직자는 19만9976명으로 5년 전인 2017년에 비해 5만 명 이상 늘었고, 남성 육아휴직자도 5만4240명(27.1%)으로 같은 기간 3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남성 휴직자 70.1%는 300인 이상 기업체 소속으로, 여성(60%)에 비해 높았다. 

30대 기업도 남성 육아휴직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이 '지속가능경영(ESG) 보고서' 등을 통해 직원의 육아휴직과 복귀 현황을 매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이같은 추세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의 경우 남성 휴직자가 2020년 856명, 2021년 999명, 2022년 1310명으로 늘어 2017년 기준 삼성 기업집단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 수(1038명)를 이미 넘어섰다. 2017년 당시 육아휴직자 8명으로 부영 다음으로 적었던 에쓰-오일의 경우  2020년 22명(남성 8명), 2021년 23명(4명), 2022년 39명(9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부영 "최근 4년간 육아휴직자 59명, 남성 29명으로 늘어"

비상장사인 부영은 육아휴직 자료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실태를 알 수 없었다. 다만 부영은 <오마이뉴스>에 육아휴직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영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7일 <오마이뉴스>에 "우리는 비상장 회사여서 (육아휴직 현황 등이 담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면서도 "2020년 이후 지금까지 4년간 59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고 이 가운데 남성이 29명"이라고 말했다. 연 평균 15명(남성 7명) 꼴로 2017년 5명(남성 1명)에 비해 3배 가량 늘었다.

그는 "최근 남성 직원들도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쓰고 있고 회사에서도 이를 막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 "경영진도 저출산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사내에 (남녀) 불평등 문제도 없다"고 덧붙였다.

'기업 출산장려금은 생색내기용' 비판도

다만 저출생 대책으로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등 기업 내 성차별 해소를 주문해온 여성노동단체에선 부영이 내놓은 출산장려금 방식에 회의적이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7일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부영의 출산장려금은) 돈을 주면 아이를 낳을 거라는 착각에서 나온 것이고, 왜 아이를 안 낳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성찰은 없다"면서 "기업이 저출생 해소에 기여하려면 이런 생색내기식 깜짝 이벤트보다는 직원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기업 안에 성차별을 없애고 임금과 복리후생을 강화하고, 있는 법을 잘 지키면 된다"고 강조했다.

[기사 보강: 21일 오후 5시 11분]
부영 "2017년 육아휴직 11명"... 고용노동부 통계와 다른 이유

지난 8일 기사가 나간 뒤, 부영그룹은 20일 <오마이뉴스>에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육아휴직 등 '연도별 모성보호 제도 사용 현황' 자료를 추가 제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부영 등 21개 계열사의 육아휴직자 수는 11명(남성 2명, 여성 9명)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지난 2018년 5월 송옥주 의원에게 제출한 2017년 육아휴직자 수 5명(남성 1명, 여성 4명)보다 6명이 더 많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오마이뉴스>에 정부의 육아휴직자 수 통계는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 수' 기준이어서 기업 자체 집계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30일 미만 육아휴직자나 기업에서 별도로 제공하는 '약정 유급휴직'의 경우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실제 2017년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 수가 8명(남성 1명, 여성 7명)으로, 부영그룹 다음으로 적었던 에쓰오일에서 지난 2017년 ESG(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공개한 육아휴직자 수도 19명(남성 1명, 여성 18명)으로 정부 통계보다 11명이 더 많았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20일 "육아휴직자 비율이 다른 대기업에 비해 낮아 보이는 건 계열사 가운데 건설사가 많아 남성 직원 비중이 높고 장기 근속자가 많아 직원 평균 연령대가 높아서 생긴 착시 현상"이라면서 "육아휴직의 경우 개개인의 사정과 사용 기간 등의 편차가 있기 때문에 출산 휴가와 배우자 휴가 등을 고려하면 거의 대부분 출산관련 휴가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영그룹에 따르면 2017년 이후 7년 동안 자녀를 출산한 남녀 직원 331명 가운데 40%인 131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고, 2020년 이후 남성 육아휴직자도 매년 10명을 넘고 있다.

 

[오마이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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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은 30대 기업 가운데 육아휴직 쓰기 가장 어려운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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