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호랑이' 전락한 한국, 기껏 만든 선임 프로세스 없애버리더니…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한국이 또 한 번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감독 선임 과정부터 차근차근 실패 요인들을 점검해나가야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이 아시안컵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7일(한국시간) 요르단을 만나 0-2로 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경기를 펼친 듯하지만 실제로는 참패에 가까웠다. 이로써 아시아의 맹호로 돌아가려는 시도는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예견된 사태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전술적으로 선수단을 잘 배합한 적이 없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수준 높은 선수들에게 자유를 부여해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등에서 결과를 챙기긴 했지만 아시안컵에 돌입하면서 미비한 세부 전술이 드러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4강 진출이라는 성과 속에서도 꾸준히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진정한 문제는 단순히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가 추구하는 전술적 이상향을 전혀 이어가지 못했다는 데 있다. 한국은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능동적인 축구"를 표방하며 4년 반 동안 차근차근 공든 탑을 쌓아올렸지만 1년도 안 돼 이러한 전술 철학은 실종됐다.
이는 감독 선임 과정이 명료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한국은 2018년 벤투 감독을 선임할 당시 능동적인 스타일로 경기를 지배하는 전술적 틀을 갖춘다는 대전제 아래 대표팀 체력 증진, 높은 공간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전술적 움직임 구현, 빠른 템포 운영 등 감독 선임에 고려할 구체적 요소를 모두 공개했다. 또한 유소년 축구에도 A대표팀과 동일한 축구 철학을 이식하는 등 이것이 지속될 수 있도록 큰 힘을 썼다. 김판곤 당시 국가대표선임위원장은 확실한 설명을 통해 벤투 감독 선임을 납득시켰다.
그러나 벤투 감독이 떠나고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체계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전문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적 요인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는 너무 포괄적인 단어다. 적당히 끼워맞추면 어지간한 감독 후보에게는 다 적용될 수도 있다. 감독 후보를 물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클린스만 감독은 해당 키워드에 모두 들어맞는 인물조차 아니었다. 독일 대표팀과 미국 대표팀으로 월드컵 토너먼트를 경험했고, 동기부여와 팀워크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괜찮은 역량을 발휘했다. 그러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건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탄로났고, 환경적 요인은 이전 감독 경력에서의 오점들과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 외유 논란 등으로 오히려 결격 사유에 가까웠다.
이번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는 5년 전 감독선임 소위원회처럼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대신 소수의 전력강화위원회가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들의 역할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어느 질문에도 확답하지 못하는 기자회견으로 비판을 키웠다.
감독 선임 과정이 두루뭉술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리가 만무했다. 차라리 좋은 결과보다 나쁜 결과가 나은 면도 있다. 나쁜 결과가 나오면 쇄신의 기회가 생기지만 요행히 거둔 좋은 결과는 나쁜 과정을 모두 덮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우승 실패는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만약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했거나 결승에서 아쉽게 패했다면 호랑이가 아니라 좀비처럼 월드컵까지 어영부영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감독 선임 시점부터 차근차근 되돌아봐야 한다. 원점으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 지금이 적기다. 실수가 있었다면 고치면 되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있다면 과감하게 개혁하면 된다. 분명 이번 감독 선임 과정은 좋지 않았으며, 2018년과 비교했을 때 명백히 퇴보한 방식이었다. 감독 선임 과정을 포함해 많은 걸 뿌리부터 바꾸지 않는다면 지금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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