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디플레 우려…1월 물가 0.8% 하락, 14년 만에 최대 낙폭
중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4여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월(-0.3%)과 시장 예상치(-0.5%)를 모두 밑도는 수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8월(-1.2%)과 9월(-0.8%) 이후 최대 낙폭이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0.2%) 이후 플러스(+)로 반등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번 하락세는 식품 부문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5.9% 떨어진 영향이다. 신선 야채(-12.7%)와 육류(-11.6%), 과일(-9.1%)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인이 많이 소비하는 돼지고기도 판매 부진으로 가격이 17.3%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1월에는 춘제(중국 설) 연휴가 있었고, ‘위드(with) 코로나’로 정책이 전환되면서 소비자 수요가 증가했었다”며 기저효과 영향으로 풀이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2개월 연속 상승세”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물가 하락세는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 선행 지표로 해석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달 2.5% 하락하며 1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업의 공장 출하 가격 등 도매가격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제조 기업들이 소비 심리 위축과 수출 약세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기준치(50) 아래로 떨어져 경기 수축 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부동산 경기 침체, 주식 시장 하락세 등도 소비자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소다. 특히 중국 주요 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투자자 불안을 키웠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디플레이션 압력이 향후 6개월 이상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코로나19 기저효과 등 요인으로 전년 대비 5.2% 성장했지만, 주요 기관은 올해 4%대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소비부진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닥쳐서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기준치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경기 수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앞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중국 경제가 올해 4% 중반대 성장한다면, 코로나19 봉쇄 시절인 2020년(2.2%)과 2022년(3%)을 제외하고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게 된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에 조만간 나설 거란 관측이 나온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그룹의 레이먼드 영 중화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리를 인하해야 할 필요성이 임박했다”며 “악화한 인플레이션 통계가 좋은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산 관리회사 핀포인트의 지웨이 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디플레이션 기대가 고착화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공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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