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전공의 파업 전운…4년 전 ‘의대 증원 무산’ 재연될까
빅5 전공의 파업 투표…“의견 수렴 단계”
정부, ‘업무개시명령·의사면허취소·경찰조사’ 엄정 대응
설 연휴 직후 ‘2020년 전공의 파업’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내년부터 2000명 늘린다고 발표하자 전공의들이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2020년처럼 전공의 파업 참여에 정부가 백기를 들지 관심이 집중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오는 12일 오후 9시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어 파업 등 의료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지난 7일 개인 SNS를 통해 “의료 현안과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들과 총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파격적인 증원 규모에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설 연휴가 끝나면 총파업 절차 등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직후 이필수 전 의협 회장은 직을 내려놨고, 이에 따라 의협은 지난 7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이들은 “격렬한 투쟁의 서막이 올랐음을 공표한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4년 전 ‘집단 휴진’ 재연될까…전공의 86% “단체행동 참여”
총파업 파급력은 전공의들의 참여에 달렸다. 개원의 중심인 의협의 총파업 결정보다 난도가 높은 의료수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의 빈자리가 더 큰 파급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국 1만5000여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 대형병원은 진료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할 경우 정부의 추진 동력이 꺾일 가능성도 높다. 4년 전에도 전공의 파업 등으로 의대 증원이 무산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0년 7월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간 4000명을 증원한다고 발표하자, 의료계는 격렬하게 반대에 나섰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전공의 집단 휴진,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 무기한 파업 등이다. 결국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된 뒤 논의를 재개하자고 합의하며 한발 물러섰다.
이번에도 전공의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공산이 크다. 지난달 대전협은 전공의 4200명(전체 28%)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6%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2000명은 너무 지나치다”면서 “대한민국 의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단체행동을 시사했다.
특히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도 동요하고 있다. 대전협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집단행동 참여 의사는 86.5%로 파악됐다. 현재 대전협은 서울 ‘빅5 병원’ 등 각 병원별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움직임이 가시화되진 않았다. 한 빅5병원 관계자는 “대전협에서 각 병원별 단체행동 참여 의사를 묻는 설문을 한 건 맞다”면서도 “단체행동엔 파업 뿐 아니라 여러 방식이 있다. 아직 의견 수렴 단계 정도”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초강수’…면허 취소·경찰 수사
정부는 전공의 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전공의가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방침을 세웠다.
전공의 파업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동원하는 카드는 ‘업무개시명령’이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으로 휴·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이 예상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이에 불응하면 면허 정지 등 처분을 받는다. 정부는 2020년에도 업무개시명령을 어기고 복귀하지 않은 일부 전공의와 전임의 등을 고발한 바 있다.
일부 전공의들은 업무개시명령을 사전에 무력화하기 위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식의 단체행동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개시명령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진료 거부가 아니라 사직서를 제출하면 효력을 잃는다. 이에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복지부는 지난 7일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단체·인사에 대해서는 시·도경찰청이 직접 수사할 예정이다. 출석에 불응하면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추적·검거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수련병원별로 전공의 단체행동 움직임을 파악하는 현장점검팀도 구성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열고 “만일 집단행동이 벌어질 경우, (업무개시명령 등) 각종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며 “개인 본인에게도 (명령 고지 내용이) 도달돼야 하기 때문에 담당 직원들을 배정해놓고 조를 짜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1만5000명 전공의 연락처도 확보할 계획이다. 박 차관은 “정부가 문자 송달을 위해 연락처를 확보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면 법에 따라 연락처를 확보하고 문자로도 송달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지난 7일 221개 수련병원 병원장들을 비대면으로 소집해 병원 내 집단행동 참여 상황을 모니터링해 복지부에 신속하게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전공의 복무·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투석실 등에서 필수적 진료가 차질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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