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임종헌 선고 3일만 항소…“1심 판결과 견해차 크다”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8일 항소했다. 지난 5일 1심 선고 이후 사흘 만 설 연휴 전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항소 기한은 1심 선고일로부터 일주일(휴일이면 그 다음 날) 이내여서 13일까지다.
국정농단 판례와 일관성, 삼바 증거 다툴 듯
서울중앙지검(송경호 검사장)은 이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판단과 관련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작업을 인정한 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점이 다수 있어 사실인정 및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앞서 법원 판결과 배치된다”고 표현한 판례는 2019년 8월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선고(2018도13792)다. 전원합의체는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의 합병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현안”이라며 “최소비용으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된 승계작업”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합병 사건 1심 재판부는 이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도 ‘승계를 위한 약탈적 불법 합병’이라는 검찰의 핵심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대법원이 인정한 건 승계 작업의 존재이지 그 불법성은 판단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다. 불법 승계 의혹의 핵심인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은 미래전략실 단독이 아니라 삼성물산 합병TF 및 경영진·이사회 등이 추진했고, 승계 외에 사업상 목적이 있었다는 것도 무죄 이유로 제시됐다.
검찰은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통한 제일모직 가치 부양 의혹과 관련한 핵심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다툴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삼바 측이 인천 송도의 공장 바닥에 숨겼던 서버 자료 등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위 등 적법 절차를 어겨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무죄 통일적이지 않다” 임종헌 판결에도 항소
같은 날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재판의 독립 및 직권남용의 법리에 관해 1심 법원과 견해차가 크다”며 “관련 사건의 기존 법원 판단과도 상이한 점이 있고, 일부 유·무죄 결론을 나누는 기준도 통일적이거나 명확하지 않아 사실인정 및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고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사법농단 재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과 임 전 차장 사건을 맡은 두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이 일부 달랐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5-1부는 임 전 차장이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진보성향 법관 모임과 관련한 보고서·게시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소속 법관들의 탈퇴를 유도한 것을 유죄로 봤지만 임 전 차장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6-1부)는 무죄로 봤다. 판사들의 인터넷 카페인 이판사판야단법석(이사야) 관련 보고서 작성도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는 “유죄”, 임 전 차장 재판부는 “무죄”라고 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사법행정권 남용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재판부 기피, 공판 갱신 절차 등을 통해 재판을 장기화한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피고인이 장기간 진행된 재판으로 사회적 형벌을 받아온 점을 감경사유로 삼는 등 양형 판단도 적정하지 않다”고 항소이유를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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