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의사증원 비과학적' 주장에... 복지부, 조목조목 정면 반박
[유창재 기자]
▲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 보건복지부 |
정부의 의과대학(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 발표 이후 의료계가 언론을 통해 '의대정원 확대 추진 근거가 비과학적인 정치적 결정'이라는 등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의 주장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정면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오전 11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조규홍 복지부장관, 아래 중수본)'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후 정부의 대응 상황과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첫 대국민 브리핑을 오후 4시에 진행했다. 브리퍼로는 본부장인 조 장관이 아닌 부본부장인 박민수 2차관이 나섰다.
우선 박 차관은 "정부는 위기의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불공정한 의료생태계를 혁신하기 위해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각오로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의사 증원 계획 발표 이후 의사 단체와 일부 의사들이 총 파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정부가 추진하는 내용과 상반된, 전혀 사실이 아닌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첫 번째로 꼽은 의사단체의 '사실이 아닌 주장'은 "의사 증원이 비과학적이고 정치적 결정"이었고,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역대 정부에서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증원을 하지 못한 것이야말로 정치적 고려 때문이었다"는 말로 반박에 나섰다.
박 차관은 "의약분업 과정에서 의사 반대에 밀려정원을 감축한 이후 19년 간 정체했고, 그 이후로도 정치적 고려 때문에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며 "반면, 같은 기간 주요국에서는 의사를 증원하면서 미래 의료 수요에 대비했다. 지난 19년 간 의대 정원을 조금씩 증원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원 규모는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KDI와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학교 홍윤철 교수 등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라며 "정부가 제시한 규모가 과학적이지 않다면 과연 어떤 것이 과학적인지 되묻겠다. 정부의 이번 증원 결정은 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오직 국민 보건을 위한 정책적 결정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의학 교육의 질'에 대한 우려를 꼽았다. 박 차관은 "증원이 되어도 교육의 질이 떨어질 우려는 없다"면서 "40개 의과대학의 교육역량을 평가했고, 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인증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년의 예과 과정이 있기 때문에 보완할 시간도 충분하다"며 "기초의학 등 각 과목별 교수를 늘리고, 필수의료와 실습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덧붙여 "의사 양성에는 임상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가 지난 2월 1일 발표한 것처럼 수련과정에서 충분한 임상 경험을 쌓도록 수련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제시했다.
세 번째는 '의대 쏠림' 우려로, 이에 대해 "먼저, 의대증원 2천 명은 공학계열과 자연계열 정원 12만4천 명의 1.6%에 불과해 쏠림이 가속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의사 공급이 늘어나면, 의사 인력에 대한 초과 수요가 해소되어, 의대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는 "부족한 의사 문제가 해결되면, 국민들이 제때 진료받게 되어 국민 보건이 증진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꼽은 것은 '정부의 증원 결정이 일방적 결정'이란 주장으로, 박 차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정부는 각 계와 130회 넘는 협의를 진행했고, 정부, 의사협회만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28회 논의했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그는 "의사단체가 제시한 수가인상, 의료사고 부담완화, 근무여건 개선은 필수의료 대책에 담아 발표한 바 있다"면서 "정부는 공문으로 의사단체에 의대 정원 규모를 제시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이에 답변하지 않았고, 의사는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박 차관은 "의사단체와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 추진이라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가짜뉴스' 들고 나온 중수본... 국민에게 "현혹되지 않고 사실 확인 바라"
박 차관은 의사단체의 주장 외에도 "SNS를 통해 많은 가짜 뉴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행위는 중단해 주시기 바라며, 국민들께서도 현혹되지 않도록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는 사실 관계가 확인되는대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팩트 체크 내용을 별도로 올리고 있으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런 후 박 차관은 그동안 의사 집단행동에 대비한 정부의 대응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6일 정부의 의사증원 발표 이후 의사단체의 총파업 결의 발표, 이에 따른 보건의료 위기단계 '경계'로 상향 조정, 복지부 내 '중수본' 설치를 상세히 소개했다.
박 차관은 "오늘까지 3차례 중수본 회의를 진행했고, 중앙과 지자체에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설치해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했다"면서 " 현재 파업이 시행된 의료기관은 없으며, 진료는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차관은 "의료법에 근거하여,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과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내렸다"고 밝히면서 "정부는 법에 규정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범정부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설 연휴 비상진료대책상활실과 중수본 운영, 진료의 공백 발생하지 않도록 '문 여는' 병·의원 및 약국 정보 제공, 대면진료 경험이 없는 환자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행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고나서 박 차관은 의료진들을 향해 "어려운 현장 여건에서도 국민 보건을 지키기 위한 의료진 여러분들의 헌신과 노력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당부의 말을 전했다.
▲불합리한 의료제도는 의료계와 함께 논의, 과감한 개혁 통해 바꿀 것 ▲필수의료 강화 위해 의료현장에서 제기해 온 법적리스크 완화도 신속히 이행 ▲법무부는 오늘 중과실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 형 감면을 적극 적용, 사건처리 절차 개선을 대검찰청에 지시 ▲정부는 의료 개혁을 신속히 추진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 통해 구체화 ▲정부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협의하고 대화할 것을 약속했다.
박 차관은 "의료인 여러분께서는 집단행동이 아닌 정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기 바란다"며 "일부 집단행동 움직임에 동요하지 마시고, 지금과 같이 환자의 곁을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국민을 향해서는 "정부는 제때 치료받지 못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하며, 과감한 개혁을 통해 지역과 필수의료를 반드시 살리겠다"며 "정부를 믿고 끝까지 지지·성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말로 발언을 맺었다.
본부장인 장관은 TV방송 출연, 기자들 앞에는 부본부장 차관 브리핑
한편, 이날까지 세 차례 회의를 진행한 중수본은 의사들(특히 전공의)의 집단행동을 우려해 정부의 대응 상황과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오후 4시에 실시한 '첫 대국민 브리핑'을 본부장인 조규홍 장관이 아닌 박민수 2차관이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이와 관련해 전날(7일)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에 본부장인 장관이 직접 브리핑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를 보건복지부에 질의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본부장(장관)은 회의 주재, 관련 일정 및 의사결정 등에 집중하고, 부본부장(2차관)이 브리퍼 역할을 전담하기로 했다"는 답변을 했다.
실제로, 복지부의 설명대로 이날 오후 4시 중수본 첫 브리핑에는 박민수 2차관이 나섰고, 비슷한 시간인 오후 4시 10분에 본부장은 조규홍 장관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YTN 뉴스큐> 출연해 방송 인터뷰를 했다. 본부장과 부본부장이 이번 의대정원 이슈에 대국민 홍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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