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화산 폭발로 그을린 고대 문서, AI가 읽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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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에 묻혔던 고대 파피루스 문서가 인공지능(A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풀이됐다.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는 1750년 고대 로마 도시 헤르쿨라네움에서 발굴된 1000여개의 파피루스 문서를 말한다.
고대의 고급 빌라에서 발견된 이 문서들은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 열에 그을린 데다 20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추가로 손상을 입어 바스러지기 쉬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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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 학파 철학자 작성 글로 추정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에 묻혔던 고대 파피루스 문서가 인공지능(A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풀이됐다.
7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은 이집트, 스위스, 미국 국적의 대학·대학원생 3명으로 이뤄진 국제 연구팀이 AI를 이용해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에서 2000개 이상의 그리스 글자를 읽어냈다고 보도했다.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는 1750년 고대 로마 도시 헤르쿨라네움에서 발굴된 1000여개의 파피루스 문서를 말한다. 고대의 고급 빌라에서 발견된 이 문서들은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 열에 그을린 데다 20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추가로 손상을 입어 바스러지기 쉬운 상태였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와 흙더미가 폼페이와 인근 마을인 헤르쿨라네움을 덮쳤다. 이로 인해 헤르쿨라네움의 한 도서관 빌라에 있던 두루마리 문서들은 모두 숯덩이로 변했다. 1750년 발굴 이후 270여년 동안 학계에서는 이 문서들의 내용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문서를 펼치면 부스러지기 쉬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AI 기술을 이용하면 문서에 적힌 내용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후원자들을 모아 '베수비오 챌린지' 대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문서를 읽어내는 팀에게 거액의 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2000자 해독에 성공한 팀은 우주기업 스페이스 X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컴퓨터학과 박사과정생과 스위스의 로봇 전공 학생 등 3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회 주최 측이 사전에 공개한 고해상도의 두루마리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를 AI 기계학습(머신러닝)에 적용해 두루마리를 가상으로 편 다음, 그 속에 적힌 문자를 추정하고 확정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한 두루마리 전체 분량의 5%에 해당하는 2000여 자를 해독할 수 있었다. 이 문서는 인생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에피쿠로스학파 철학자 필로데무스(BC 110~BC 35)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는 이 두루마리에 "음식의 경우처럼 우리는 결핍이 풍족보다 즐겁다고 믿지는 않는다"면서 "이런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재화를 통한 쾌락'에 관해 썼다.
이 두루마리의 발견 장소 또한 에피쿠로스학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빌라는 로마 공화국의 정치가이자 율리우스 카이사르(줄리어스 시저)의 장인인 루키우스 칼푸르니우스 피소의 소유로 추정되는데, 그는 에피쿠로스학파의 후원자였다. 문서 작성자인 필로데무스는 이 문서가 발견된 빌라에서 상주 철학자로 머물렀던 것으로 여겨진다.
베수비오 챌린지는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를 해독하는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이 팀에게 상금 70만달러(약 9억3000만원)를 수여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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