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가해자, 미국선 피해유족에 양육비 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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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영 기자]
지난 며칠 한국 소식을 훑다가 유달리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었다. 구순을 바라보는 연세에 무면허 음주 운전 차량에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손자를 간병 중이신 김영옥 배우님. 그리고 한 유명 DJ의 만취 음주 운전 사망 사고 소식이었다.
이때 사고를 당하신 분은 어린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는 사고 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고, 경찰에도 비협조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음주 측정 처벌 기준(0.03%)이 미국보다 높다. 미국은 주마다 혈중 알코올 농도 기준이 다르지만 가장 엄격한 유타주도 0.05%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은 단속도 잦고 대리 기사를 부르기도 쉬운 편인데 왜 음주 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지지 않을까.
자녀 잃은 어머니... 벤틀리 법의 시작
지난해, 미국에서는 음주 운전과 관련한 중요한 소식이 있었다. 벤틀리 법의 시행이 그것이다.
미주리에 사는 세실리아 윌리엄스(Cecilia Williams)는 음주 운전으로 가족을 잃었다. 그녀는 음주운전은 사실상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임에도, 가해자들의 책임과 양심은 그에 한참 못 미쳐 이를 살인이라고 생각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그녀는 행동에 나섰다. 사람들은 돈을 중요하게 여기니, 이를 강화하면 사회에 경각심과 책임감을 주는 동시에 피해자의 유가족에게도 유익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주변 도움을 받아 법안을 마련했고 법안은 음주 운전 차량으로 부모를 잃은 그녀의 손자 벤틀리(Bentley)의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시작된 벤틀리 법은 2023년 한 해 동안 테네시 주와 텍사스 주 의회를 통과해 주지사의 서명까지 마쳤다.
벤틀리 법의 내용은, 음주 운전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가족 중 미성년 아동에게 성년이 될 때까지 유죄를 받은 가해자, 즉 음주 운전자가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이다.
▲ 테네시주, 벤틀리 법에 주지사 서명 미 테네시 주에 이어 텍사스에서도 벤틀리 법안에 대한 주지사의 서명이 있었다. 사진은 MADD 홈페이지 화면갈무리. |
ⓒ MADD 홈페이지 |
미국에서 음주 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의 최대 기간은 5년이다. 주 별로 차이가 있지만 법적 처벌도 강한 편이다. 그럼에도 벤틀리 법은 피해자 가족 특히 아동의 양육비에 대한 직접 배상이라는 점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다.
이런 일에 빠지지 않고 돕는 시민 단체가 있다. 바로 MADD(Mother Against Drunk Driving)이다. MADD 역시 음주 운전자에 의해 딸을 잃은 어머니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름 그대로 음주 운전과 싸우기 위해 각종 캠페인과 공익 광고는 물론 피해자 지원과 법안 발의를 돕는 미국 최대 비영리 단체의 하나이다. 매년 MADD에서는 국회나 주 의회에서 음주 운전에 관련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법안 마련을 위해 애쓴 의원들을 뽑아 공개하기도 한다.
법적인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인식 개선은 더 중요하다. 음주 운전이 문화적 금기로 뿌리내리는 일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예방 조치일 테니 말이다.
미국에는 '스위트 식스틴(Sweet 16)'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열여섯 번째 생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16세가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운전이다. 방과 후 고등학교 교정에는 운전 교습용 차량들이 줄을 서있다. 아직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는 없는 나이지만 교육만큼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 레드 와치 밴드 워크숍 곧 대학생이 될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뉴욕주립대의 지원을 받아 열리는 음주 관련 워크숍이다. 사고 발생시 실제적인 대처를 실습한다. |
ⓒ 인터넷 켑쳐 (ITHS 학교 공홈) |
아이 학교에서는 매년 뉴욕 주립대의 지원을 받아 레드 워치 밴드 워크숍을 진행해 왔다. 미국에서도 한 해에 6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음주 관련 사고를 겪고 있다고 하니, 이는 대학 생활을 앞두고 있는 졸업생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실전 교육인 셈이다. 이런 교육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시끄럽게 굴어, 지지해 줄게'
'시끄럽게 굴지 마'가 아니라 '시끄럽게 굴어, 지지해 줄게'라는 것.
벤틀리 법과 MADD의 공통점, 연대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피해자와 가족의 모임이다. 미국에서의 '피해자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조용히 슬퍼하고 개인적으로 고통을 삭이며 지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위한 선한 영향력이나 끈질긴 힘을 발휘하는 것 말이다.
MADD나 Sandy Hook Promise(샌디훅 프라미스 -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 피해자 가족 모임, 총기 관련 법안을 위해 싸운다) 등의 단체에 꾸준히 지지와 후원을 아끼지 않는 일반 시민들만 봐도 미국의 '피해자 다움'은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전체 사회의 노력이란 생각이 든다.
법안, 교육, 공익 광고와 캠페인은 물론 한 잔쯤은 괜찮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을 누를 수 있는 더 큰 목소리들이 우리 사회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한국은 곧 설 명절이다. 안전한 음주 문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음주 운전이 이번 명절 친척들의 이야기 주제가 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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