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끝이 보인다"…명예 회복 벼르는 가치주 펀드
[한국경제TV 김동하 기자]
<앵커>
지난 몇 년간 가치주 펀드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성장주가 각광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면서 부진을 거듭해 왔는데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모처럼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면서 가치주 펀드도 명예 회복을 벼르는 모습입니다.
김동하 기자입니다.
<기자>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선풍적 관심을 모았던 가치주 펀드는 한동안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기를 겪었습니다.
팬데믹 기간 증시 호황으로 투자수익률이 일부 회복됐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성장주로만 쏠리면서 시련이 이어졌습니다.
이같은 투자자들의 무관심이 반영되며 실제로 가치주 펀드에서는 지난 5년간 6조 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꺼내 들자 상황이 바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본재 비중이 높은 국내 대형주의 특성상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가치주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기업의 호응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성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벤트가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가치주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들 역시 가치주 재평가의 신호탄이 올랐다며 펀드 내 종목을 변경하면서 반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고질적으로 할인율이 높았던 금융과 자동차, 지주사 가운데 산업적 요인을 제외할 경우 프로그램이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주사 편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선례를 통해 확인한 외국인들이 최근 들어 한국 증시와 관련한 팔로우업을 하고 있고 애널리스트들을 통해서 관련 정보를 요청하는 건수가 늘었다"며 자금 유입 가능성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가치주의 주가가 급등한 만큼 '지금' 투자해도 문제 없겠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들어 막연한 기대감에 저 PBR 종목들이 무차별적으로 상승하는 상황.
전문가들은 발표 전후로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나고 주주환원 움직임과 실적 흐름이 가시화되면서 기업별 옥석 가리기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어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대로 증시에 반영되고 기업의 움직임과 함께 투자금의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리는 만큼 100미터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을 하는 마음으로 투자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모처럼 찾아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회가 단기 테마로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관 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박민경 / 신영자산운용 마라톤가치2팀 팀장: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국가 차원의 행동주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부 쪽 입장에서 이거를 얼마나 강제성을 가지고 끌어갈 수 있는지 그런 부분들이 관건이 될 겁니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은 개인 투자자의 비중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개인 투자자는 연금이나 기관보다 투자 시기가 좀 짧은 편이다 보니 이쪽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도록 금융 세제 지원을 확대한다던가 그런 정책들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나긴 터널 끝에서 한 줄기 불빛을 본 가치주 펀드가 수익률 개선과 함께 명예회복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김동하입니다.
영상 촬영: 이성근, 영상 편집: 임민영, CG: 김지원
김동하 기자 hd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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