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아냐?"…메시, '홍콩 노쇼'→일본서 버젓이 출전→대륙이 분노한다

권동환 기자 2024. 2. 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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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홍콩에서 열린 친선 경기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일본에선 경기 출장해 홍콩과 중국 팬들을 분노케 했다.

인터 마이애미는 지난 7일(한국시간)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비셀 고베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를 가졌다. 이날 두 팀은 정규시간 90분을 0-0으로 마치자 곧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승부차기에서 마이애미가 3-4로 패했다.

전설적인 축구선수 메시는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당시 경기장을 찾은 많은 일본 팬들이 메시의 출전 여부를 주목했는데, 메시는 후반 15분 교체로 들어와 약 30분 정도 그라운드를 누볐다.

짧은 시간 경기를 소화한 메시는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승부차기에도 나서지 않았지만, 팬들은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로 꼽히는 메시의 플레이를 봤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나 메시의 출전은 홍콩과 중국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메시는 지난 4일 홍콩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마이애미와 홍콩 올스타 간의 친선 경기 때 예고 없이 결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마이애미는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던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를 영입해 전 세계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투어를 통해 홍콩 팬들에게도 인사할 기회를 잡았으나 팬들이 경기 출전을 가장 원했던 메시는 수아레스와 함께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끝내 출전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AFP 통신에 따르면 홍콩스타디움에는 아르센티나를 상징하는 하늘색-흰색 줄무늬 유니폼과 인터 마이애미 홈 유니폼인 연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4만 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이들은 후반전 중반 이후로도 메시가 출전하지 않자 야유를 퍼부었고, 환불을 외치기도 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는 팬들의 항의가 최고조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베컴 구단주가 경기 후 홍콩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을 때도 팬들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게 한 채 거센 야유를 보냈다


한 팬은 "메시가 뛰지 않는 경기는 80홍콩달러(약 1만3천원)짜리 일반적인 홍콩 축구 리그 경기랑 다를 게 없는데, 이번 친선전 티켓값은 5천홍콩달러였다"고 주장하며 분노했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인터 마이애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많은 팬들이 실망했다는 걸 알지만 용서를 구한다. 잠깐이라도 뛰게 하려고 했지만 부상 위험성이 너무 컸다"라면서 "구단 의료팀으로부터 메시와 수아레스가 경기에 출전한다면 부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소견을 들었다"라고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예고도 없이 메시가 경기에 나서지 않자 홍콩 현지는 물론, 중국 본토와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메시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모여든 수만명 팬들이 "사기"라며 환불을 요구했고 소셜미디어에는 격분한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케빈 융 홍콩 문화체육여유국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메시가 출전하지 않아 극도로 실망했다고 밝히는 등 정부 당국까지 나서 메시의 '노쇼'에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정부가 친선전 주최사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까지 철회할 의사를 내비치는 등 파장이 커졌다.

홍콩 유력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경기를 참관한 존 리 홍콩 행정장관도 메시의 출전을 확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메시가 결장하자 홍콩 정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메시가 결장했기 때문에 이번 친선경기 주최 측에 제공하기로 한 지원금 지급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정부는 이번 경기를 '주요 스포츠 행사'로 지정하고 태틀러에 총 1600만 홍콩달러(27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케빈 융 홍콩 문화체육여유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메시가 출전하지 않아 정부와 팬들이 극도로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가 태틀러와 맺은 스폰서십 계약에는 메시가 안전과 건강 문제가 없는 한 최소 45분간 경기에서 뛰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시작 전 태틀러는 메시가 후반전에 출전할 것이라고 확인했으나, 경기 종료 10분 전 부상에 대한 우려로 메시가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콩 정부는 그 즉시 메시가 경기 종료 후 직접 그라운드로 나와 팬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팀을 대표해 트로피를 받을 것을 요구했으나 인터 마이애미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홍콩과 중국 팬들의 분노가 사그라들기도 전에 메시가 일본에서 열린 친선 경기는 뛰었다는 소식은 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 '소후'는 "베이징 시간으로 2월 7일은 중국의 메시 팬들에게 가장 슬픈 날이 될 것"이라며 "홍콩에서 열렸던 친선 경기 때 메시는 경기 출전도, 발언도 하지 않았고, 감사의 뜻도 보이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홍콩 경기에서 메시가 보인 팬의 대한 태도는 너무 심했다. 중국 팬들은 메시가 일본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 나설지 궁금해 했지만, 60분 쯤에 메시가 교체로 나오자 일본 팬들은 기뻐했다"라면서 "메시는 확실히 일본을 좋아한다. 홍콩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중국에서의 메시 인기는 급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메시는 고베와의 친선 경기를 하루 앞둔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콩에서 뛰지 못한 건 정말 운이 나빴기 때문이었다"라며 "안타깝지만 이런 일이 축구에서는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편한 느낌이 계속 들어서 뛰기 어려웠다"라며 "난 항상 경기에 뛰길 원한다. 우리가 이 경기를 위해 멀리서 온 데다 사람들이 우리 경기에 기대가 큰 상황이었던 만큼 아쉽다"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메시의 '홍콩 노쇼'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메시 소속팀인 마이애미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애미는 지난달 20일부터 5개국을 돌며 친선전을 무려 7경기나 하는 무리한 투어 일정을 계획했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거리를 이동하고 계속 경기를 뛰게한 점이 메시의 부상을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미국 마이애미헤럴드도 6일 "홍콩엔 미안하지만 인터 마이애미가 과도하게 긴 프리시즌 투어에서 메시를 쉬게 한 결정은 현명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메시가 홍콩에서 결장한 것에 대한 국제적 스캔들은 예상한 것보다 흥미롭다. 인터 마이애미는 오는 21일 MLS 시즌 개막을 앞두고 5개국서 2만5000마일을 이동해 7경기를 치르는 프리시즌 투어를 진행하며 이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라며 "이런 힘든 여정은 재정적 관점에서 볼 때 인터 마이애미 브랜드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한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메시의 존재는 인터 마이애미의 DRV PNK 스타디움이 8강전과 3·4위전을 포함해 총 7번의 2026 월드컵 경기를 개최한 이유였다"라고 인터 마이애미의 투어 일정이 애초에 너무 과도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단이 최대 이익을 위해 메시를 퍼레이드에 투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이번이 메시의 두 번째 시즌이고 그는 2025시즌까지만 계약을 맺었다. 그의 아우라는 남을 것이다. 인터 마이애미는 언제나 메시가 있던 MLS 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메시가 떠날 때 인터 마이애미 브랜드의 마법을 대부분 가져갈 것이다. 따라서 메시가 뛰는 동안 구단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압박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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