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친문 전면전…尹 20%대 지지율에, 野 묵은 감정 커졌다

정용환 2024. 2. 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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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약 두 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 간 내전(內戰)이 본격화하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문제에서 시작된 논란이 2022년 대선 패배를 둘러싼 ‘문재인 정부 책임론’과 ‘이재명 후보 책임론’까지 번지며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4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경기도와 포럼 사의재, 한반도평화포럼 등의 주최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5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논란의 당사자인 임종석 전 실장은 8일 오전 페이스북에 “지금부터는 단결은 필승이고 분열은 필패”라는 호소문을 올렸다. 그는 당 지도부와 이 대표의 참모들을 향해 “여기서 더 가면 친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께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치유와 통합의 큰길을 가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논란은 친명계 인사들이 키웠다. 원외 친명 조직인 ‘민주당혁신행동’이 지난달 12일 “임 전 실장은 정권교체의 계기를 제공하고 윤석열 정권 탄생에 기여한 인사”라고 포문을 열었고, 이 대표의 최측근들이 “이번 총선 목표가 개인의 권력 유지가 아니라면 물러서시는 것이 맞다”(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 “정권을 빼앗긴 주역들이 출마하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고 가세했다.

이들의 주장은 최근 당 지도부 사이에서도 진지하게 검토됐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인사는 “임 전 실장만큼은 공천하지 않겠다는 지도부 뜻이 강하다”고 전했다. 한 고위 당직자는 “공천 혁신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 3선 이상 중진 가운데 양지에 출마하려는 사람의 공천은 신중하게 검토하자는 의견이 논의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지난 6일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발언한 것 역시 이런 흐름과 닿아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과 입장하며 웃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계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8일 MBC 라디오에서 “친명은 되고 친문은 안 된다, 그걸로 총선을 이길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최고위원도 BBS 라디오에서 “친문계 인사들을 다 나가라고 하면, 저보고 총선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인가”라며 “무엇을 향해 어떤 목표를 가지고 그런 말씀들을 계속하는지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9%까지 떨어진 상황(한국갤럽 전화면접조사, 1월 30일~2월 1일)에서 민주당 차기 당권 싸움이 먼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명계에서 이 대표 연임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맞상대로 유력한 임 전 실장의 원내 진입을 막으려는 견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친명계와 친문계가 최근 “대선에서 진 건 부동산 정책 등 문재인 정부 책임”(친명계 수도권 예비후보)이라거나 “중도층이 이재명 후보가 싫어서 이탈한 것 아니냐”(친문계 수도권 의원)라는 등 대선 패배 책임 논쟁을 벌이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양측의 묵은 감정이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 대선 캠프 구성을 주도했던 임 전 실장은 당시 SNS본부장으로 내정된 정청래 의원 자리에 네이버 부사장이던 윤영찬 의원을 영입해 앉혔는데, 이 과정에서 감정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일부 시·도당에서 임 전 실장에게 지원 유세를 요청했는데, 이 대표 측이 이를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민주당 당직자는 “돌이켜보면 어느 한쪽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명확히 나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다”며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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