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쏟아질 AI 폰·PC 지난해의 10배..조용히 웃는 ARM

이희권 2024. 2. 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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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사진 씨넷

생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잠잠하던 스마트폰·PC시장을 흔들어 깨우면서 AI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 엔비디아가 이미 AI 칩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AI 열풍의 다음 수혜자가 누가 될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가장 크게 웃은 곳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었다. ARM은 7일(현지시간) 분기 매출(지난해 10~12월)이 8억2400만 달러(1조93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고 밝혔다. 올해 1~3월 실적도 시장의 기대를 한참 웃도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이날 ARM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5.52% 오른 뒤 시간외거래에서 한때 40% 이상 폭등했다가 19.8% 상승으로 마감했다.

ARM은 손정의 회장이 이끼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2016년 320억 달러(약 42조7800억원)에 인수했고, 지난해 9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첫 날 650억달러(약86조원)으로 기업가치가 치솟으며 화제를 모았다. 한때 손회장이 ARM에 지나치게 많이 투자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미국 CNBC는 이날 ARM 주가 상승으로 소프트뱅크가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에서 냈던 막대한 손실까지 완벽하게 메웠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바로미터’ ARM


ARM은 반도체 칩의 기본 설계 방식(아키텍처)을 만드는 회사다. 삼성전자·애플·퀄컴 등의 글로벌 기업에 반도체 설계 밑그림을 제공하고 사용료(로열티)를 받아,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의 팹리스’로 불린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 갤럭시S24 체험공간인 갤럭시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AI폰인 갤럭시S24 시리즈에 탑재된 칩은 ARM 기반 아키텍처를 사용한다. 연합뉴스
저전력 칩을 위한 설계에 특화돼 있어 스마트폰·차량용·XR(확장현실) 기기용 반도체엔 대부분 ARM 아키텍처 기반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쓰인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 두뇌는 ARM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ARM 아키텍처 기반 칩이 생산될 때마다 사용료가 발생해 ARM 매출로 집계된다. 이에 ARM의 실적은 IT시장 전체의 업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ARM은 이날 “지난 분기 고객사들이 77억 개의 ARM 기술 기반 칩을 출하했다”며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이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 3분기부터 강한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실제 ARM의 사용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4억7000만 달러(약 6200억원)를 기록했다. ARM은 매출 증가의 배경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회복과 자동차·클라우드 서버 시장 신규 확대를 꼽았다.


AI 붐에 더 비싸진 반도체IP


박경민 기자
특히, AI 기능을 탑재한 반도체들이 최근 잇따라 쏟아지면서 ARM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ARM은 “더 많은 기업들이 AI 실행을 위해 우리가 설계한 CPU에 대한 라이선스를 맺고 있으며 이 같은 고급 디자인에는 더 많은 사용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들 최신 반도체용 사용료는 보통 최소 두 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AI 중심의 반도체 시장 질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8일 전 세계 AI PC 및 생성 AI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연말까지 총 2억9500만대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판매되는 PC·스마트폰 5대 중 1대가 AI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AI 기능이 탑재된 폰·PC 출하량은 29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란짓 아트왈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온디바이스(반도체 자체에 AI 기능을 장착해 인터넷 연결 없이 구현하는 기술) AI 기능과 AI 칩은 이제 기본 요건”이라며 “앞으로는 이보다 더 획기적인 AI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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