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도 중진도 험지로 내몰린다…불만 터진 한동훈식 공천
4ㆍ10 총선을 두달가량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영남 중진 의원 험지 재배치를 주도하면서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이 지역구인 김태호(3선) 국민의힘 의원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벨트를 총선 승리의 교두보로 만들어달라는 당의 요청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경남 양산을 출마를 선언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김 의원에게 지역구 이동을 요청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전날엔 부산 부산진갑이 지역구인 서병수(5선) 의원도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버티는 부산 북강서갑 출마 의사를 밝혔다.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이 지역구인 조해진(3선) 의원도 민주당이 현역인 경남 김해 출마를 검토 중이다. 서 의원과 조 의원도 장 사무총장으로부터 출마지역 변경을 요청받은 중진이다.
당에선 장 사무총장이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에 따라 험지의 후보자를 재배치하는 등 주도적으로 공천판을 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전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자기가 아는 사람을 끼워 넣는다거나, 총선 이후 내부 정치나 자기 세력 확대를 목적으로 구도를 짜려는 등의 ‘사(邪)’가 들어갔을 때 선거는 망한다”며 “저는 그런 공천을 하지 않기 위해 가장 적합하고 준비된 대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천 잡음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한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떨어지더라도 설득되고 수긍되는 공천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가 곧 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출마한 이른바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출신 참모)’의 지역구 재배치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당에 거취를 일임한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의 경우 수도권 험지 차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지’에 공천을 신청한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출신 인사 일부도 당 지도부로부터 지역구 조정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천 과정을 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새로 당권을 잡은 한 위원장 측과 일찌감치 공천 밑그림을 그려온 ‘친윤(친윤석열)’ 그룹이 물밑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진 지역구 재배치의 경우에도 상당수 공관위원은 장 사무총장이 언론에 공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여권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에 “장 사무총장이 공개한 지역구 재배치 문제를 두고 공관위 내부에서 ‘구체적 논의가 없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당 지도부는 ‘공천은 공관위가, 지역구 재배치와 같은 총선 전략은 당이 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은데, 이를 두고 공관위의 독립성 침해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기존 지역구 출마자에 대한 교통정리 없이 일방적으로 중진 의원 재배치를 공개한 데 따른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장 사무총장이 김태호ㆍ조해진 의원에게 각각 출마하라고 요청한 경남 양산을과 김해 갑ㆍ을 지역 일부 당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당이 지역 여론을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공천 신청자 전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공천 경쟁 과열 방지를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지역 현장에서 경쟁이 과열돼 상호비방과 흑색선전 등이 우려된다”며 “이번 공천은 도덕성이 우선되는 ‘시스템 공천’이다. 어떤 구태 정치도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공정한 공천으로 가는 길에 모두 동참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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