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협상단장 “증원 2000명, 이미 정해져 있었다…우리는 들러리였을 뿐”
정부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긴밀히 소통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1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가 구성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28차례나 논의했다는 게 대표적인 이유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일방적 발표라고 맞서며 설 연휴 직후 단체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의료현안협의체 의협측 양동호 협상단장은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부는 2000명을 이미 정해놓았던 것 같다. 우리는 들러리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양 단장과 문답.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증원을 어떻게 논의했나
"그런 논의랄 게 거의 없었다. 정부가 증원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우리 측에서 숫자를 제시해달라고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한번도 2000명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
-의협은 협상 과정에서 증원에 대해 어떻게 주장했나
"의과대학 학장들이 현재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증원 규모가 350명이라고 의견을 모으지 않았나. 의대 교육 부실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남의대 폐교 후 학생들이 옮겨간 학교는 소수 증원이었음에도, 실습자재와 교원 확보 등 교육 인프라를 맞추는 데 6년이나 걸렸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원론적으로 증원에 반대하지만, 그 정도 수준에서 일단 이야기해 보자고 했다. 일단 350명 수준으로 가고 2년마다 재평가해서 교육이 원활하게 잘되면 더 늘려보고 안되면 줄이자고 했다. 물론 정부는 이 이야길 듣지 않았다."
지난달 9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의대 정원을 350명 늘리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이는 2000년 의약 분업 당시 감축했던 규모를 복원하는 수준이다.
-의사 숫자가 부족하면 늘리는 게 맞지 않나
"의사 숫자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인구 1000명당 의사가 2.6명인데 OECD 평균 3.7명보다 적다고 하는데, 다른 객관적 데이터도 봐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의료의 접근성, 의료의 질 등을 토대로 의사 숫자를 늘린다. 2017년 기준(2017 의료서비스 경험조사) 한국의 초진 대기시간은 21분이다. 미국과 유럽은 몇주씩 기다린다. 영아사망률이나 평균수명 역시 세계 10위 안에 다 든다."
-국민여론이 의대 증원에 압도적 찬성이다.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있다
"밥그릇 지키기가 절대 아니다. 저도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무작정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필수의료로 가지 않는다. 이공계로 가야 할 인재가 의대로 몰리면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사 숫자가 늘어나면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건강보험 공단에서 연구한 내용에도 그렇게 나온다. 그만큼 국민부담이 늘어난다."
-필수의료는 정부가 종합대책(패키지)을 통해 지원한다고 하지 않았나
"필수의료에 10조를 투자한다는데, 일부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논의에 없던 내용도 들어갔고, 대책이 부실하다. 형사처벌 특례에 사망사고는 제외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특례 대상에 피부·미용 분야는 제외하기로 한 것도 문제다. 비급여와 급여의 혼합진료를 금지한다는 내용은 협상 과정에서 일언반구도 없다가 툭 튀어나왔다. 이렇게 해서는 증원한 인력들이 필수의료로 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는 것은 산불이 났는데 불을 끄는 대신 나무를 심자는 꼴이다."
-설 연휴 의협을 비롯한 전공의들은 단체행동에 나서나
"매우 가능성이 높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복지부에 대한 원망이 상당하다. 일방적으로 나오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협상 과정에서 정부에 국민들 앞에서 TV토론, 밤샘토론이라도 해보자고 제안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아직도 생각한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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